조정암 한시의 시각적 이미지 분석

목차

1. 서론

2. 시각적 이미지 분석
2.1. 명암
2.2 색채

3. 결론

본문내용

생의 황혼기 또는 죽음에 임박한 시간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인생의 행로가 언제나 갈림길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이어서 그것은 늙어서 죽을 때까지 인간으로 하여금 근심과 괴로움 속을 방황하게 한다. 따라서 이 시에서는 白首라는 색채 이미지의 시어를 통하여 죽음과 황혼이라는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③ 才傑應時運 재주 뛰어남은 時運을 應했고
登庸簡上心 登庸은 임금의 마음에 簡擇이 되었네.
威烏扇肅 해치의 威嚴에 검은 부채가 嚴肅하고
虎略塞垣深 호랑이 智略은 邊方에 깊숙하도다.
再折淸都桂 두 번 淸都의 계수나무를 꺾고
重鳴宓子琴 거듭 宓子賤의 거문고를 울리도다.
萊衣兼晝錦 孝道와 出世를 兼하였으니
壽席雪盈簪 還甲宴에 흰 머리털이 비녀에 가득하네.
<秋夜舟中奉別金子由之任榮川>
例詩 ③에서는 萊衣兼晝錦 壽席雪盈簪의 雪이 색채 이미지의 시어로 나타난다. 눈은 흰색으로써 순수와 청결, 소박과 순결, 신성과 정직의 뜻을 의미하나 여기에서는 그런 의미보다는 오히려 흑색이 지니는 허무와 절망, 불안과 죽음의 의미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雪은 하얗게 센 머리털을 말하며 이것은 인생의 황혼기 또는 죽음이 임박한 노인의 모습을 나타내는 색채 이미지의 詩語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黑色을 나타내는 색채 이미지의 詩語를 살펴보기로 한다.
① 慈母保赤子 慈母가 어린애를 保存함에
莫學中兒情 배우지 아니해도 아이의 情에 맞게 하네.
吾民此有口 우리 百姓이 이 입이 있으니
我志當先明 나의 뜻을 마땅히 먼저 밝힐 것이라.
濟物固分事 事物을 救濟함은 진실로 分數의 일이요
素學爲今行 본디 배운 것은 百姓을 위하여 이제 행하리
化宣君能否 敎化를 폄을 그대가 능히 할 수 있겠는가?
最父子弟兄 가장 父子兄弟로부터 해야 하네.
大雅曾未聞 大雅를 일찍이 듣지 못했으니
汚染何由淸 汚染을 무엇으로 말미암아 맑게 할꼬?
<送順之南行五首중의 3번째>
例詩 ①에서는 大雅曾未聞 汚染何由淸에서 汚染이 색채 이미지를 나타내는 시어로 등장한다. 오염은 일반적으로 검은색이라는 통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여기서의 오염은 단순하게 색깔만이 검은 것을 뜻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부패한 정치,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는 불의의 세상, 다시 말하면 大雅가 구현되지 못하는 매우 소망스럽지 못한 상황을 말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정과 죄악이 판을 치고 주류를 형성하여 양심과 정의를 구축해 버리는 부정적인 사회를 나타낸다. 따라서 오염은 부정과 죄악 그리고 부패와 부정이 횡행하는 악의 세상을 표상 하는 색채 이미지의 시어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아가 구현되지 못하는 세상을 오염된 세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을 통하여 우리는 靜菴의 당대 현실을 인식하고 파악하는 태도와 시각을 엿볼 수 있다.
② 才傑應時運 재주 뛰어남은 時運을 應했고
登庸簡上心 登庸은 임금의 마음에 簡擇이 되었네.
威烏扇肅 해치의 威嚴에 검은 부채가 嚴肅하고
虎略塞垣深 호랑이 智略은 邊方에 깊숙하도다.
再折淸都桂 두 번 淸都의 계수나무를 꺾고
重鳴宓子琴 거듭 宓子賤의 거문고를 울리도다.
萊衣兼晝錦 孝道와 出世를 兼하였으니
壽席雪盈簪 還甲宴에 흰 머리털이 비녀에 가득하네.
<秋夜舟中奉別金子由之任榮川>
例詩 ②에서는 威烏扇肅 虎略塞垣深의 烏扇이 흑색의 색채 이미지를 나타내는 시어로 나타난다. 烏扇은 御史가 해치관을 쓰고 손에 드는 검은색을 칠한 부채를 말하는데 이것은 흑색이 일반적으로 의미하는 뜻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즉, 흑색이 보통 허무와 절망, 부정과 죄악, 암흑과 불안을 표상 하는 반면 여기에서 흑색은 위엄과 절도 엄숙한 풍모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烏扇은 기존의 부정과 부패를 과감하게 일소하는 위풍당당한 御史의 풍모를 의미하는 색채 이미지의 시어로 표현되고 있다.
3. 結論
지금까지 靜菴의 한시를 주로 시각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밝음과 어둠의 심상, 그리고 색채 이미지의 측면에서 논의하였다. 이상에서 논의한 것을 결론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靜菴은 작품에서 주로 밝음의 이미지를 통해서는 소망과 기대가 이루어 지거나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의 상태, 혼탁한 세상에 홀로 가치를 지켜 가며 빛을 발하는 존재와 가치를 몰라주는 것을 조금도 개의치 않는 인식주체를 표현하고 있으며 어둠의 이미지를 통해서는 활동과 왕래에 제약이 따르는 공간, 일체의 존재와 가치에 대한 몰각 그리고 소망스럽지 못한 상태와 반드시 革破匡正하고 벗어나야만 하는 심각한 대상과 공간을 주로 나타내고 있다.
둘째, 靜菴은 붉은 색과 푸른색, 황색과 백색 그리고 흑색이라는 색채 이미지의 시어를 통하여 붉은 색으로는 활기찬 새 시대의 시작, 님에 대한 변함없는 정절, 명상의 시간과 시간 감각의 색채감 각으로의 轉移 등을 나타내고 푸른색으로는 안정과 평화, 희망의 시대의 도래, 꾸준한 성장과 목표 달성, 영원과 진실, 차가움 등을 나타내며 황색으로는 흐림과 혼탁, 부정과 죄악, 지조와 절개를 나타낸다. 그리고 백색으로는 순수와 소박, 죽음과 황혼을 나타내며 흑색으로는 부정과 죄악이 만연한 세상과 정의가 구현되지 못한 공간, 위엄과 절도, 위풍당당함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백색과 흑색은 일반적인 색채가 연상하거나 상징하는 의미를 넘어서 靜菴 나름대로의 독특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靜菴은 한시에 다양한 색채 이미지를 나타내는 시어를 사용하여 표현 상의 영역과 폭을 한층 더 확대시키고 기존의 일반적인 색채가 의미하는 평면적이고 단순한 색채 의미를 벗어나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흰색과 검은색의 색채 이미지 시어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단순하게 靜菴을 도학자로만 보고 그의 문학작품에 대해 별무관심한 자세를 재고하게 하며 靜菴이 우리 문학사에서 크게 자리 매김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靜菴이 비운의 인생을 마감하지 않고 천수를 누렸다면 그는 오늘날 평가되는 정도를 훨씬 넘어서서 한문학사에서 각광을 받는 중요한 문학인이 될 것이다. (伏賢漢文學 第9輯, 伏賢漢文學會, 1993.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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