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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으로 내 삶이 온전한 것으로 채워질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설령 내가 그 새를 보았다 한들 과연 그러할지 의문이다."라고 말하는 고죽은 언젠가 스승의 집착을 힐난하던 철없는 제자의 모습과 놀랍게도 닮아있다. 그리고 마치 석담 선생이 그랬던 것처럼, 그런 스승의 넋두리를 말없는 침묵으로 거부하는 제자 초헌의 모습까지도. 그렇다면 석담 선생의 금시조와 고죽의 금시조는 결국 서로 다른 하늘을 날아 다니는, 같은 하늘에는 양존할 수 없는 새였던 것일까. 고죽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본 비상하는 금시조는 그 등장이 얼핏 예상되었음에도 상당히 뜻밖이다. 모든 허망한 명예와 처절한 고뇌가 한달음의 불길 속에 재로 변하는 장면에서, 소멸과 불멸이라는 예술적 아이러니를 발견할 수 있음은 지나친 비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