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정치 - 랩음악(힙합문화)와 정치적이해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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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세대의 문제 설정

2. 신세대들의 해방구 ― 물 좋은 돈암동
●순진파 신세대들의 불확실한 욕망 찾기
●끼 있는 신세대들의 자아연기

3. 랩 음악(힙합문화)을 둘러싼 세대간 문화정치

본문내용

힘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힙합 문화를 패션이나 상품으로만 비판해 버리는 것은 이론적으로 크게 불만족스럽다. 아래로부터 자발적으로 발생한 '민중문화'나 '민속문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적으로 위로부터 강제된 이데올로기나 상품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의 인종 정치적 성격은 약화되었지만 랩의 높은 인기는 이것이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어떤 식이든 많은 의미와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노동계급 출신의 10대들 사이에서 힙합의 스타일은 차별적 느낌의 구조나 감성적 힘을 드러내는 상징 자원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뚜렷하다. 듀스의 '우리는'이나 서태지의 '컴백 홈'에서 볼 수 있듯이 신세대의 자기 정체성 확인이나 재구성이라는 측면에서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 차원에서도 랩 음악이 지닌 잠재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랩은 세대를 축으로 한 집단적 선택과 표현의 문제이다. 따라서 외부에서 유입된 새로운 장르에 10대 청소년들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또한 그 소비의 과정을 통해 어떠한 메시지와 즐거움이 만들어지는지 살펴보려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요컨대 랩을 비롯한 힙합문화는 한국 사회로 유입되면서 애초의 인종적 성격을 상실하는 대신에 10대 청소년 집단의 의식과 감성구조를 반영하는 전혀 새로운 상징적 자원으로 자리잡는다. 이와 동시에 랩에 대한 보수적 비난이 쏟아지며 이는 앞서 살펴본 미국 주류사회의 반동과 거의 유사하다. 랩은 당시 사회적 비난을 가져온 신세대의 '퇴폐적' 소비성 및 '반 윤리성' 문제와 연결되면서 일종의 도덕적 공황의 사태를 낳는다.
구체적으로 일부 신세대의 과도한 소비주의 양태가 청소년 집단의 일반적 삶의 양식으로 과장되고 또한 몇몇 반윤리적 범죄가 청소년 모두의 공통된 경향으로 확대 해석되고 비난받는다. 이러한 상태에서 그들이 차용한 힙합의 스타일은 보수 기성세대가 지녀온 윤리적 상식이나 미적 감각과 어울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탈법성과 무질서함, 반 애국주의의 징표가 된다. 기성세대가 랩 음악을 비롯해 '흑'의 하부문화에 대해 보인 반응은 한마디로 놀라움과 충격, 적대감으로 요약된다. 보수언론은 랩 음악이 국내 대중음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는 우려를 표시하면서 이러한 비정상적 문화를 조장하는 방송매체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하였다. 폭력성이나 저급성 시비와 더불어 랩 음악의 문화적 색깔에 대해서도 목소리가 높다. 힙합문화는 결코 우리의 문화적 전통과 어울릴 수 없는 문화 제국주의적 쓰레기라는 것이며 이는 우리 것과 건전성 그리고 사회적 통합의 담론적 접합을 통해 대중의 동의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기성세대의 전형적 패권 전략에 해당한다.
「30대 이상의 기성세대들 가운데는 요즈음 10대가 즐기는 이 새로운 형식의 가요들을 도대체 따라 부를 수도 제대로 들을 수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90년대의 유행가요는 정서의 공감대는커녕 세대간의 의식 단절을 확인시켜 주는 구실만 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칠 게 없다(『세계일보』2000. 1. 14 "설자리 좁아지는 우리 가요")」
랩은 외국의 못된 습관이 우리나라에까지 흘러 들어온 "한마디로 돼먹지 못한"저질문화이다. 문화가 없는 사람들의 문화에 대한 문화적인 사람들의 대표적 담론에 해당하며 흑의 문화를 포함해서 자신을 제외한 그들의 대중적 문화 양식으로부터 애정 없이 거리를 둔 보수적 시각의 표현이다. 사실 언어 규칙의 준수는 사회질서와 권력구조의 유지문제와 직결되며 따라서 랩을 통한 전자에 대한 도전적 양상은 기성세대에 의해 후자의 전복행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힙합의 문화가 지닌 '의미의 무질서'는 지금까지 당연시해 온 언어적 코드를 크게 위반한 것이며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위험스럽다. 물론 이러한 경계와 거부의 태도는 랩 음악에 국한된 것은 아니며 신세대가 소비하는 대중문화 양식 전반에 적용된다.
최근까지도 비슷한 내용의 사설을 일간지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이를 대중문화 자체와 이를 양산하는 방송매체에 대한 불만으로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다 정확하게 그 비난은 바로 이러한 '불건전한'양식의 소비를 고집하는 신세대 집단을 향하고 있다. 기성세대는 대중음악이 폭력적이거나 이질적이기 때문에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소비를 통해 기존의 통합적 질서에 도전 할 수 있는 새로운 집단 정체성의 탄생 가능성을 막고자 한다. 도덕적 공황과 공권력의 개입, 방송출연 금지를 비롯한 대중문화계에 대한 보수적 검열의 반복되는 사이클은 이러한 보수적 담론정치의 최종 국면에 불과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랩을 단순히 일종의 이식문화, 문화 제국주의적 쓰레기, 패션 등으로 설명할 수 없다. 한국 사회 내 '흑'의 문화는 자본의 상품화 전략, 전통적 의식에 기초한 기성세대의 통제 전략, 그리고 부상하는 청년세대의 새로운 문화적 감수성과 소비 전략이 맞물려 충돌하고 제휴를 맺는 패권 다툼의 장이다. 랩은 여러 가지 힘이 마주치는 중간 지점에서 역동적으로 형성되는 의미 나타내기의 실천이자 형식이다.
의미와 즐거움의 담론자란 점에서 단순 상품과 구분된다. 막연한 그들이 아닌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생각하고 살아가는 구체적 역사의 기록이자 일상적 삶의 방식 그 자체이며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의미생산과 교환의 실천행위이다. 랩은 외부로부터 이식된 인종적 기호가 아니다. 자본의 의도와 신세대의 욕망이 전략적으로 타협함으로써 빚어진 전혀 새로운 하부 대중 문화적 양식이며 세대를 축으로 한 정체성 구성과 정치의 자원이다. 그 성격은 원래 본질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자본과 청소년 집단, 기성세대간 꾸준한 정치적 과정을 거쳐 역동적으로 부여된다. 시장 전략과 상업적 계산에 의한 산물임에 틀림없지만 자본가의 이익이나 경제적 메커니즘에 의해 완전 통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명백한 한계에 대한 지속적 유감 표시나 비난의 정치는 더 이상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보다는 신세대가 어떠한 이유로 왜 하필이면 '흑'의 기회를 가져다 쓰며 기성세대의 통제적 양상은 어떠한지를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림 그리는 문화정치학이 훨씬 더 실천적이고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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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4.11.08
  • 저작시기2004.05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25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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