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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보여 주었고, 그럼으로써 당대 현실을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을 분명하게 나타내 보이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언급한 실직 인텔리를 대표하는 작중인물들은 작가 자신과 동일한 환경과 처지에 있는 지식인들로서, 결국 그의 작품의 특성은 스스로 자조할 수 밖에 없는 시대를 풍자해 가고 있는 것이며 사회에 적응하려고 노력을 해도 설 자리가 없는 당대 사회 현실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작중 인물의 자학을 통해서 일제 탄압의 불합리성을 은연중에 건드려 볼 정도일 뿐 그리 강렬하지가 않다. 그러나 이 작품들이 문제의 해결책이 다소 피상적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일제치하 교육제도의 모순과 그에 파급되는 인텔리의 실업 문제를 직시하고 비판하려는 날카로운 작가의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채만식의 풍자정신은 일제의 강압 때문에 직접적 비판을 피하게 하는 한계를 갖게 했지만 그것은 그 당시 ‘무력한 지식인’이 사회문제로 나타난 상황을 철저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묘사하고 있었다. 채만식의 풍자정신을 소극적 대응으로 보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그 안에 숨어 있는 진정한 작가의식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