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회복지운동이 사회복지입법에 미친 방식과 영향을 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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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이지만, 사회복지운동의 발전을 위한 또 하나의 필요조건은 사회복지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킨 상황은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우선, 정치적 민주화로 인해 사회복지를 포함한 생활상의 욕구문제가 중시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 말 시민운동의 활성화는 정치적 민주화를 계기로 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미 사회운동에서 정치적, 이념적 이슈가 약화되고, 시민들의 생활상의 욕구문제가 보다 중시되기 시작하는 시대적 전환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국제적으로는 러시아를 위시한 동구 사회주의권의 체제붕괴로 인한 냉전체제의 와해로 이념적 대결의 분위기가 종식되어 갔고, 국내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져 가던 상황이 이러한 전환을 촉진하였다.
이에 따라 환경문제나 소비자 문제 등 시민들의 생활상의 제문제를 다루는 수많은 시민운동이 창출되었고, 지역적 욕구와 특수성을 대변하는 지역운동들도 활성화되었다. 사회복지문제의 부각도 이러한 과정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데, 새롭게 창출된 시민운동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기존의 사회운동에서도 유사한 흐름을 볼 수 있다. 노동운동의 경우를 보면, 조직의 합법화에 관한 이슈가 점차 약화되고, 노동자의 권익문제가 부각되면서 기업복지나 국가복지에 대한 요구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였다. 또한 도시빈민들의 생존권 수호투쟁 등도 영구임대주택 등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요구투쟁으로 제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고, 여성운동의 경우도 여성복지이슈들을 중시하기 시작하였다.
다음으로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80년대를 지나면서 우리나라의 복지제도가 양적으로 급성장했다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는 서구에 비해볼 때 출발 자체가 상당히 늦었으며, 개발독재 기간 동안 경제성장 우선주의에 밀려 복지정책과 제도의 발전은 극히 지체되었다. 1980년대가 시작될 무렵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로는 생활무능력자들을 위한 생활보호제도(1961년) 외에 사회보험제도로는 산재보험(1964)과 대상자 층이 제한적인 의료보험제도가 고작이었다. 사회복지서비스를 위한 법제도도 일부 요보호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복리법이 거의 유일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복지제도는 급격히 확충되기 시작하였다. 우선 1980년대 초 폭력적 수단으로 집권한 신군부의 유화책으로 노인복지법과 심신장애자 복지법 같은 사회복지서비스 제도가 확충되었고, 생활보호제도도 전면 확대 개정되었다. 1980년대 중반에는 국민연금제도, 농어촌 의료보험, 최저임금제도와 같은 보편주의적 제도들이 확충되었고(1986년 법제정 또는 개정, 1988년 시행), 6공화국 들어서는 영구임대주택의 보급(1989)과 더불어 사회복지관도 대량으로 증설되기 시작하였고 사회복지전문요원 제도도 시작되었다. 결국 1980년대를 지나면서 복지제도는 양적, 질적으로 급성장하여 어느 정도 복지제도의 구색을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복지제도가 양적, 질적으로 국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증대됨에 따라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양되고, 불합리한 측면에 대한 사회운동적 대응의 필요성이 확대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사회운동적 대응이 고양된 이면에는 복지제도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그 절대적인 수준의 저열성 문제가 놓여 있었다. 복지수준의 저열성은 절대빈곤과 복지사각지대를 존속시킴은 물론 계층간, 집단간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하였고, 이러한 상황은 복지에 대한 관심의 고양을 배경으로 운동적 개입을 요청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즉, 1980년대를 지나면서 복지제도는 상당한 정도의 양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러한 발전을 주체적인 추동력으로 이루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양적인 발전 자체도 어느 정도 한계에 봉착하였다. 그러한 한계를 주체적인 운동력으로 타개하자는 노력이 이 시기에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사회운동과 시민운동의 발전이 자극제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셋째 현장 사회운동의 발전경험과 복지이슈의 접목이 복지운동의 발전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사회복지와 관련된 사회운동은 제도권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민중의 생존권 보장 요구를 중심으로 싹터왔다. 일찍이 60년대이래 산동네 재개발지역 철거반대운동이 효시라 할 수 있으며, 지역빈민운동, 탁아운동, 노점상운동 등으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사회운동들은 점차 사회복지 주제들을 운동의 이슈로 다루게 되었는데, 특히 농민운동은 1988년에 농어촌 의료보험 보험료 국가분담을 쟁취한 바 있고, 이후 의료보험통합일원화운동에 크게 기여하였다. 최근에는 IMF하 실업극복 운동에 현장 사회운동가들이 광범위하게 동참하면서 사회복지와의 본격적인 만남의 경험을 가지게 되었다. 즉, 현장 사회운동의 내용이 점차 사회복지적 내용을 가지게 되면서, 이들이 가지고 있던 사회운동적 자원이 복지운동으로 전환되는 양상을 가져온 것이다. 사회복지와 사회운동 또는 시민운동의 만남은 제도적 사회복지활동이 추구해온 전문성 및 제도적 기반과 현장의 사회운동이 추구해온 운동성이 결합되는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는데, 앞으로 양자의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1990년대를 지나면서 사회복지운동은 어느 정도 활성화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운동론적 논의는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물론 운동 자체도 충분히 활성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운동의 역사도 십여 년에 불과한 초창기 운동의 단계에 불과하지만. 운동에 대한 이론적 논의는 더욱 취약한 상태인 것이다. 본 서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하나의 작은 시도로서 앞으로 운동의 개념과 범주, 의미와 방법, 현황과 과제 등은 물론 개별사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들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 참고 자료
이영철 외(2010), 사회복지학, 양서원.
한국과 일본의 사회복지정책 형성과정, 유풍출판사, 2009
서울대 사회복지실천연구회(2008), 사회복지실천기법과 지침, 나남출판.
김기태 외(2007), 사회복지의 이해, 박영사.
사회복지정책 강론, 양서원, 2008
박용순(2009), 사회복지개론,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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