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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던 부분은 딱히 사건이랄 것이 없는 완전한 일상이라는 점이다. 보통 소설이라면 발단하고 전개하고 절정을 거쳐 마무리가 이루어지는 분위기적인 곡선을 이루며 흘러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소설은 기승전결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저 하루의 일상과 생각들을 순차적으로 나열했을 뿐인 소설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그의 하루였을 일들을 문학으로서 승인시키다니, 그의 발상이 참으로 인상깊다.
구보씨는 마지막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결혼과 문학활동에 전념하고자 다짐한다. 이것은 구보씨 자신의 본업에 다시 한번 집중해야 하겠다는 각오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구보씨는 거리의 산책에서 자신이 원했던 것을 찾지 못하였던 것이다. 단지 세상에 대한 회의만이 강해졌을 뿐, 때문에 그의 결심에는 세상에 대한 체념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묘하게 인상깊은 책이다. 세상에 대한 그의 회의와 고독감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다만 책을 다 읽고 궁금한 것은 그가 당장 후에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하는 점이다. 그는 세상에 대한 회의속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았을까? 아니면 그저 자신을 고립하고 더더욱 고독한 인생을 보내게 되었을까? 적어도 전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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