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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천리로 모로코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그리고 마치 성가시기라도 한 듯 영웅과 역사, 프로파간다를 전장에서 내쫓아버렸다. 한편 폭파와 총격이 영웅의 어깨 너머로 펼쳐지는 병풍이 아니라 주역이자 전경으로 쓰인 <블랙 호크 다운>의 혼돈에는 줄거리와 지도가 있다. 리들리 스콧은 영화적 스펙터클이 우리의 감각에 대한 마구잡이 폭음과 화염의 테러만 뜻하는 게 아니라 이해와 판독의 재미도 줄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숱한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압한다.
반면 이처럼 특정한 시점에 입각해 표면적 상황을 재현하는 <블랙 호크 다운>의 노선은 불가피하게 영화적 시선의 ‘사각지대’를 낳았다. 뜻모를 고성을 지르며 격추된 미 파일럿에게 무리지어 달려드는 모가디슈 시민들은 얼굴없는 검은 파도처럼 보이며, 그들이 미군에 품은 강렬한 분노의 근원도 해명되지 않는다. 영화 말미의 자막 ‘소말리아인 사망자 1천여명’의 큰 부분을 차지할 소말리아 민간인들의 희생 규모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리들리 스콧의 오래된 테마인 명예와 고통의 극복은, 극적 연출을 최대한 억누른 <블랙 호크 다운>에도 여전히 잠복해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강한 메시지를 타전하는 것은 전우애를 동어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비장한 대사들이 아니라 전투의 전체적 흐름과 형식의 생생함이다. 2시간20분 동안 중계된 전황은 결과적으로 미군의 ‘강함’과 프로페셔널리즘을 은연중에 웅변하고, 상황실 모니터와 헬기, 지상군의 시점을 교차하며 재현된 전투의 난맥상은 한 지역에 기반을 구축한 정치세력에 대한 무력 개입이 얼마나 감당못할 흉물스러운 결과를 빚는지 절감케 한다.
반면 이처럼 특정한 시점에 입각해 표면적 상황을 재현하는 <블랙 호크 다운>의 노선은 불가피하게 영화적 시선의 ‘사각지대’를 낳았다. 뜻모를 고성을 지르며 격추된 미 파일럿에게 무리지어 달려드는 모가디슈 시민들은 얼굴없는 검은 파도처럼 보이며, 그들이 미군에 품은 강렬한 분노의 근원도 해명되지 않는다. 영화 말미의 자막 ‘소말리아인 사망자 1천여명’의 큰 부분을 차지할 소말리아 민간인들의 희생 규모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리들리 스콧의 오래된 테마인 명예와 고통의 극복은, 극적 연출을 최대한 억누른 <블랙 호크 다운>에도 여전히 잠복해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강한 메시지를 타전하는 것은 전우애를 동어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비장한 대사들이 아니라 전투의 전체적 흐름과 형식의 생생함이다. 2시간20분 동안 중계된 전황은 결과적으로 미군의 ‘강함’과 프로페셔널리즘을 은연중에 웅변하고, 상황실 모니터와 헬기, 지상군의 시점을 교차하며 재현된 전투의 난맥상은 한 지역에 기반을 구축한 정치세력에 대한 무력 개입이 얼마나 감당못할 흉물스러운 결과를 빚는지 절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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