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어느덧 그가 삶을 살아가는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가 된다.1) 존재하기 위해 그는 애정의 결여를 혐오와 혐오에 대한 집착으로 메운다. 존재하기 위해서 혐오의 원천은 유지되어야만 한다. 이 혐오의 원천은 엄마인 에바이므로, 에바는 살아야 한다. 광기가 광기인 것은 그것이 일반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광기를 행하는 사람에게만 아주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여겨진다는 데 있다.
만약 <케빈의 대하여>가 광기의 폭발이 담긴 사건 자체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더라면 관객은 광기의 비이성적이고 잔인한 면을 비난하고 그로 인한 피해에 격분하거나 비통하게 여기는 데 모든 감상을 소모했을 것이다. 대신 관람자는 에바와 나란히 영화의 우회로를 따라 차근차근 걸으며 영화가 제시하는 수많은 장면들 중 무엇이 광기를 촉발했을지 추측하고 여러 일화들의 중첩으로서 광기가 폭주한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케빈에 대하여>가 ‘광기의 근원’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들의 광기가 먼저인지, 아니면 어머니의 불완전한 모성 혹은 책임이 먼저 오는지의 문제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두는 것은 아니다. 이 복잡한 문제는 끔찍한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계속 안고 가야 하는 논제이지만, 똑떨어지는 하나의 답을 내리는 일보다도 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과정에서 광기의 선천성과 후천성을 깊숙이 파고든다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초점은 의도와 노력, 바람과는 달리 자꾸만 어그러지는 상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짊어지고 가야 하는 삶의 무게를 서술하는 데에 있다. 제목이 그저 짧고 굵게 ‘케빈’이나 ‘에바’가 아닌 것처럼 영화는 ‘케빈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케빈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논점은 ‘광기의 근원’이 무엇인지보다도 ‘광기의 근원’을 추적해 가는 이야기에 있다. 광기에 도달하기까지 누적된 여러 가지 장면들과 자취들을 재생해보고 해석하는 것, 무심코 지나가 버린 케빈의 파편들을 재발견하는 것이 문제다.
각주 :
1) 미국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대표적 사건으로는 1999년 4월 20일 콜로라도 주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이 있다. 이 사건을 모티프로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1954~)의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롬바인 Bowling for Columbine>(2002)과 구스 반 산트(1952~)의 영화 <엘리펀트 Elephant>(2003)가 만들어졌다.
2) 이 지점에서 분명하게 밝혀 둘 부분은, 케빈의 범죄가 자연적인 메커니즘만으로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케빈의 범죄에는 그의 자발적인 선택도 개입되었으므로 그는 스스로의 범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절대 벗어날 수 없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에바 역시 케빈의 범죄에 대한 간접적인 책임이 있다. 다만,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근원적인 결핍을 채우려는 인간 본연의 메커니즘이 있으며, 이를 따르는 케빈의 비뚤어진 방식이 어느새 그가 이유도 모를 만큼 익숙한 삶의 습관적 방법으로 발전되었다는 데 있다.
만약 <케빈의 대하여>가 광기의 폭발이 담긴 사건 자체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더라면 관객은 광기의 비이성적이고 잔인한 면을 비난하고 그로 인한 피해에 격분하거나 비통하게 여기는 데 모든 감상을 소모했을 것이다. 대신 관람자는 에바와 나란히 영화의 우회로를 따라 차근차근 걸으며 영화가 제시하는 수많은 장면들 중 무엇이 광기를 촉발했을지 추측하고 여러 일화들의 중첩으로서 광기가 폭주한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케빈에 대하여>가 ‘광기의 근원’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들의 광기가 먼저인지, 아니면 어머니의 불완전한 모성 혹은 책임이 먼저 오는지의 문제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두는 것은 아니다. 이 복잡한 문제는 끔찍한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계속 안고 가야 하는 논제이지만, 똑떨어지는 하나의 답을 내리는 일보다도 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과정에서 광기의 선천성과 후천성을 깊숙이 파고든다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초점은 의도와 노력, 바람과는 달리 자꾸만 어그러지는 상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짊어지고 가야 하는 삶의 무게를 서술하는 데에 있다. 제목이 그저 짧고 굵게 ‘케빈’이나 ‘에바’가 아닌 것처럼 영화는 ‘케빈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케빈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논점은 ‘광기의 근원’이 무엇인지보다도 ‘광기의 근원’을 추적해 가는 이야기에 있다. 광기에 도달하기까지 누적된 여러 가지 장면들과 자취들을 재생해보고 해석하는 것, 무심코 지나가 버린 케빈의 파편들을 재발견하는 것이 문제다.
각주 :
1) 미국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대표적 사건으로는 1999년 4월 20일 콜로라도 주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이 있다. 이 사건을 모티프로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1954~)의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롬바인 Bowling for Columbine>(2002)과 구스 반 산트(1952~)의 영화 <엘리펀트 Elephant>(2003)가 만들어졌다.
2) 이 지점에서 분명하게 밝혀 둘 부분은, 케빈의 범죄가 자연적인 메커니즘만으로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케빈의 범죄에는 그의 자발적인 선택도 개입되었으므로 그는 스스로의 범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절대 벗어날 수 없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에바 역시 케빈의 범죄에 대한 간접적인 책임이 있다. 다만,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근원적인 결핍을 채우려는 인간 본연의 메커니즘이 있으며, 이를 따르는 케빈의 비뚤어진 방식이 어느새 그가 이유도 모를 만큼 익숙한 삶의 습관적 방법으로 발전되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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