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작품해석 박민규
본문내용
0년대에 발달하던 포스트모던 1960년에 일어난 문화운동이면서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영역과 관련되는 한 시대의 이념.
개성 ·자율성 ·다양성 ·대중성을 중시 ( 후기 모더니즘)
소설의 중요한 특징이다. 장르 변형이나 혼성으로 고급예술과 대중문학의 대립내지 위계를 해체하여 문화 민주주의를 추구하던 현상이었다. 김준오, 문학사와 장르, 문학과 지성사, 2000 43-44면
이 소설은 리얼리즘에서 사용하는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기법의 ‘낯설게 하기’를 사용하거나 판타지적 모습을 그리고 있다. 즉, 리얼리즘과 판타지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러한 가상과 현실의 넘나드는 모호한 경계 또한 기존의 본격문학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박민규만의 실험적 글쓰기이다. 또한, 원래 사이언스 픽션은 노동문제를 인간과 기계의 갈등이라는 주제로 다루는데 반해, 이 소설은 주변의 타자인 서민, 아르바이트생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서 다루고 있다. 즉, 자본주의적 생존 경쟁에서 뒤떨어진 존재들만 주인공으로 등장 시켰다.
하지만, 현실에 대한 풍자와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서 소설의 재미를 더하고 있지만, 현실체제에 대한 모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10.감상
박민규의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낀 것은 놀라움과 신선함에서 오는 충격이었다. 작가사진에서의 펑키한 머리와 물안경에서 오는 범상치 않음이 작품 자체에 배어있다. 문체에서부터 엔터키의 사용이라는 특이한 단락 나누기와 함께 대화체가 없었고 내용자체도 쉬운듯하면서도 뭔가 의문을 남기게 했다. 처음에는 ‘내 취향은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의 다양한 작품을 읽으면서 어쩌다 보니 빠져들고 있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것이 참 낯설게 느꼈는데 이런 건가 하는 생각과 함께 기린의 결말은 어릴 때 읽은 동화책에서처럼 “기린이 되었습니다.” 같기도 했다 쉬운 듯 하면서 어렵고 단순한 듯 하면서 복잡한 오묘한 매력이 있었다. 현대의 사회가 변하고 정서가 변함에 따라서 문학도 변화하는데 그런 시류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1.결정적 페이지
봄이 얼마나 완연한 날이었을까. 일을 마친 나는 잠깐 역사의 벤치에 서 졸다가 깊고, 완연한 잠을 자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눈을 떴다. 목이 말랐다. 여느 때처럼 미란다 한 잔을 마시고 나자, 탄산수처럼 쏘는 느낌의 봄볕이 피부를 찔러왔다. 당연히 <얼음 없음>인 봄볕 속에는 그래서 그만큼의 온기가, 더 스며 있었다. 아아, 마치 기지개처럼 나는 다릴 뻗고 고갤 젖혔다. 여전히 구름은 흘러가고 지구는 돌고,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는데 건너편 플랫폼의 지붕 부근에 떠 있는 이상한 얼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저것은 설마
기린이 아닌가. 그것은 정말 하나마리의 기린이었다. 기린은 단정한 차림새의 양복을 입고, 플랫폼의 이곳저곳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오전의 역사는 한가했고, 아무리 한가해도 그렇지 -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지 뭐, 의 표정으로 그닥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이거야 원, 누군가가 한 사람은 긴장을 해야 하는게 아닌가, 란 생각으로 나는 기린을 예의, 주시했다. 끄덕끄덕, 머리를 흔들며 걷던 기린이 코너 근처의 벤치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앉았다. 그것은 그리고, 앉았다 라고 해야 할 만큼이나 분리되고, 모션이 큰 동작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 나는 기린이 아버지란 생각을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런 확신이 들었다. 나는 이미 통로를 뛰어가고 있었다. 사라지기 전에, 사라지기 전에.
다행히 기린은 꼼작 않고 앉아 있었다. 주저주저 그 곁으로 다가간
나는, 주저주저 기린의 곁에 조심스레 앉았다. 막상 앉으니 - 기린은 앉은키가 엄청나고, 전체적으로 다소곳하고 무신경한 느낌이었다. 기린은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는데, 나는 혼자 울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이었다. 아버지… 곧장 나는 가슴속의 말을 꺼냈고, 기린의 무릎 위에 내 손을 올려놓았다. 떨리는 손바닥을 통해, 손으로 밀어본 사람만이 기억하는 양복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져왔다. 구름의 그림자가 빠르게 지나갔다. 기린은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버지, 아버지 맞죠?
어떻게 된 거에요? 기린의 무릎을 흔들던 나는, 결국 반응을 포기하고 이런저런 집안의 근황을 들려주었다. 할머니의 소식과 어머니의 회복, 그리고 나는 부동산 일을 배울 수도 있다. 선배가 자꾸 함께 일을 하자고 한다. 자리가, 자리가 있다고 한다. 경제도 차차 좋아질 거라고 한다, 무디슨가 어디서 우리의 신용등급이 또 한 계단 올라섰대요, 좋아졌어요. 그러니 돌아오세요. 이제 걱정 안 하셔도 된다니까요. 구름의 그림자가 또 빠르게 지나갔다. 아버지, 그럼 한마디만 해주세요, 네? 아버지 맞죠? 그것만 얘기해줘요.
무관심한, 그러나 잿빛의 눈동자가 이윽고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기린은 자신의 앞발을 내 손 위에 포개더니, 천천히, 이렇게 얘기했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카스테라』P.91~93
이 소설은 우리의 주위에서 IMF난을 겪고 있는 현대한국사회를 대표하는 아버지와 주인공을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세계와 소설세계의 일치시켜 자본주의체제로 인해서 고통 받는 현실의 모습이 정점에 다다를 쯤에 이 장면에서 느닷없이 등장한 ‘기린’을 통해서 현실공간이 깨어지고 가상공간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인해 소설의 반전이 나타난다.
◆ 참고문헌
강동호, 문학에 대한 타자를 향한 변론 박민규론, 창작과 비평, 2007.
김동현, 허태주 소설가 박민규 길들여지지 않은 괴물 그 탄생의 전조, 월간말, 2003
김재홍, 한국 현대시 사전, 고려대학교출판부, 1997.
김정남, 시지프의 운명, 새미 출판사, 2005.
류신, 상상력의 모험과 투기, 실천문학사, 2005.
백대윤, 한국문학과 SF:박민규 소설의 포스트콜로니얼 탈장르화를 중심으로, 한국문예비평연구,2007.
서영인, 슈퍼한 세상을 향해 날리는 유머 박민규론, 실천문학사, 2005.
안남연, 현대소설의 현실적 맥락과 새로운 상상력, 한국문예비평연구,2006.
양진오, 당대의 발견과 현존하는 리얼, 실천문학사, 2005.
개성 ·자율성 ·다양성 ·대중성을 중시 ( 후기 모더니즘)
소설의 중요한 특징이다. 장르 변형이나 혼성으로 고급예술과 대중문학의 대립내지 위계를 해체하여 문화 민주주의를 추구하던 현상이었다. 김준오, 문학사와 장르, 문학과 지성사, 2000 43-44면
이 소설은 리얼리즘에서 사용하는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기법의 ‘낯설게 하기’를 사용하거나 판타지적 모습을 그리고 있다. 즉, 리얼리즘과 판타지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러한 가상과 현실의 넘나드는 모호한 경계 또한 기존의 본격문학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박민규만의 실험적 글쓰기이다. 또한, 원래 사이언스 픽션은 노동문제를 인간과 기계의 갈등이라는 주제로 다루는데 반해, 이 소설은 주변의 타자인 서민, 아르바이트생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서 다루고 있다. 즉, 자본주의적 생존 경쟁에서 뒤떨어진 존재들만 주인공으로 등장 시켰다.
하지만, 현실에 대한 풍자와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서 소설의 재미를 더하고 있지만, 현실체제에 대한 모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10.감상
박민규의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낀 것은 놀라움과 신선함에서 오는 충격이었다. 작가사진에서의 펑키한 머리와 물안경에서 오는 범상치 않음이 작품 자체에 배어있다. 문체에서부터 엔터키의 사용이라는 특이한 단락 나누기와 함께 대화체가 없었고 내용자체도 쉬운듯하면서도 뭔가 의문을 남기게 했다. 처음에는 ‘내 취향은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의 다양한 작품을 읽으면서 어쩌다 보니 빠져들고 있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것이 참 낯설게 느꼈는데 이런 건가 하는 생각과 함께 기린의 결말은 어릴 때 읽은 동화책에서처럼 “기린이 되었습니다.” 같기도 했다 쉬운 듯 하면서 어렵고 단순한 듯 하면서 복잡한 오묘한 매력이 있었다. 현대의 사회가 변하고 정서가 변함에 따라서 문학도 변화하는데 그런 시류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1.결정적 페이지
봄이 얼마나 완연한 날이었을까. 일을 마친 나는 잠깐 역사의 벤치에 서 졸다가 깊고, 완연한 잠을 자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눈을 떴다. 목이 말랐다. 여느 때처럼 미란다 한 잔을 마시고 나자, 탄산수처럼 쏘는 느낌의 봄볕이 피부를 찔러왔다. 당연히 <얼음 없음>인 봄볕 속에는 그래서 그만큼의 온기가, 더 스며 있었다. 아아, 마치 기지개처럼 나는 다릴 뻗고 고갤 젖혔다. 여전히 구름은 흘러가고 지구는 돌고,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는데 건너편 플랫폼의 지붕 부근에 떠 있는 이상한 얼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저것은 설마
기린이 아닌가. 그것은 정말 하나마리의 기린이었다. 기린은 단정한 차림새의 양복을 입고, 플랫폼의 이곳저곳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오전의 역사는 한가했고, 아무리 한가해도 그렇지 -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지 뭐, 의 표정으로 그닥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이거야 원, 누군가가 한 사람은 긴장을 해야 하는게 아닌가, 란 생각으로 나는 기린을 예의, 주시했다. 끄덕끄덕, 머리를 흔들며 걷던 기린이 코너 근처의 벤치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앉았다. 그것은 그리고, 앉았다 라고 해야 할 만큼이나 분리되고, 모션이 큰 동작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 나는 기린이 아버지란 생각을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런 확신이 들었다. 나는 이미 통로를 뛰어가고 있었다. 사라지기 전에, 사라지기 전에.
다행히 기린은 꼼작 않고 앉아 있었다. 주저주저 그 곁으로 다가간
나는, 주저주저 기린의 곁에 조심스레 앉았다. 막상 앉으니 - 기린은 앉은키가 엄청나고, 전체적으로 다소곳하고 무신경한 느낌이었다. 기린은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는데, 나는 혼자 울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이었다. 아버지… 곧장 나는 가슴속의 말을 꺼냈고, 기린의 무릎 위에 내 손을 올려놓았다. 떨리는 손바닥을 통해, 손으로 밀어본 사람만이 기억하는 양복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져왔다. 구름의 그림자가 빠르게 지나갔다. 기린은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버지, 아버지 맞죠?
어떻게 된 거에요? 기린의 무릎을 흔들던 나는, 결국 반응을 포기하고 이런저런 집안의 근황을 들려주었다. 할머니의 소식과 어머니의 회복, 그리고 나는 부동산 일을 배울 수도 있다. 선배가 자꾸 함께 일을 하자고 한다. 자리가, 자리가 있다고 한다. 경제도 차차 좋아질 거라고 한다, 무디슨가 어디서 우리의 신용등급이 또 한 계단 올라섰대요, 좋아졌어요. 그러니 돌아오세요. 이제 걱정 안 하셔도 된다니까요. 구름의 그림자가 또 빠르게 지나갔다. 아버지, 그럼 한마디만 해주세요, 네? 아버지 맞죠? 그것만 얘기해줘요.
무관심한, 그러나 잿빛의 눈동자가 이윽고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기린은 자신의 앞발을 내 손 위에 포개더니, 천천히, 이렇게 얘기했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카스테라』P.91~93
이 소설은 우리의 주위에서 IMF난을 겪고 있는 현대한국사회를 대표하는 아버지와 주인공을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세계와 소설세계의 일치시켜 자본주의체제로 인해서 고통 받는 현실의 모습이 정점에 다다를 쯤에 이 장면에서 느닷없이 등장한 ‘기린’을 통해서 현실공간이 깨어지고 가상공간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인해 소설의 반전이 나타난다.
◆ 참고문헌
강동호, 문학에 대한 타자를 향한 변론 박민규론, 창작과 비평, 2007.
김동현, 허태주 소설가 박민규 길들여지지 않은 괴물 그 탄생의 전조, 월간말, 2003
김재홍, 한국 현대시 사전, 고려대학교출판부, 1997.
김정남, 시지프의 운명, 새미 출판사, 2005.
류신, 상상력의 모험과 투기, 실천문학사, 2005.
백대윤, 한국문학과 SF:박민규 소설의 포스트콜로니얼 탈장르화를 중심으로, 한국문예비평연구,2007.
서영인, 슈퍼한 세상을 향해 날리는 유머 박민규론, 실천문학사, 2005.
안남연, 현대소설의 현실적 맥락과 새로운 상상력, 한국문예비평연구,2006.
양진오, 당대의 발견과 현존하는 리얼, 실천문학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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