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들어가는글
1. `중국이라는 국가를 나는 도저히, 영원히 `나의` 국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나쁜 건 모두 대륙에서 온 것?
-`중국`과 `중국정부`와 `공산당`과 `중국본토인`에 대한 혼합된 이미지들
2. `정체성`이란 도대체 무엇에 근거하여 이야기될 수 있는가?
3. <고정된 `정체성`의 추구>도
<`超국가적(transnational) 주체`에 대한 찬양>도 아닌
@ 마치는 글
*이글은 2000년 2월부터 홍콩에서 중국출신 홍콩인 자녀들의 홍콩 거류권 문제에 대해서 현지조사하고 있는 과정에서 쓰여진 글입니다.
1. `중국이라는 국가를 나는 도저히, 영원히 `나의` 국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나쁜 건 모두 대륙에서 온 것?
-`중국`과 `중국정부`와 `공산당`과 `중국본토인`에 대한 혼합된 이미지들
2. `정체성`이란 도대체 무엇에 근거하여 이야기될 수 있는가?
3. <고정된 `정체성`의 추구>도
<`超국가적(transnational) 주체`에 대한 찬양>도 아닌
@ 마치는 글
*이글은 2000년 2월부터 홍콩에서 중국출신 홍콩인 자녀들의 홍콩 거류권 문제에 대해서 현지조사하고 있는 과정에서 쓰여진 글입니다.
본문내용
자녀인 그들은 20∼30여 년을 중국에서 살면서도, 홍콩에 와서 사는 것이 삶의 유일한 목표였던 이들이다. 이들에게 더 이상 자신이 '중국인'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국보다 자유롭고 기회가 많은 홍콩사회에 와서 살고 싶은 것이 유일한 바램이고, 위에서도 언급하였듯, 이들은 중국본토에 대한 홍콩사람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철저히 공유하고 있다. 물론 홍콩에서 거류권을 요구할 때의 담론에서는 끊임없이 <우리는 모두 다같은 중국인>이라고 강조한다. <왜 서양사람들은 홍콩에 와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데 당신들과 같은 동포인 우리들만이 이렇게 푸대접을 받는가?> 하는 것은 가장 설득력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마치 홍콩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해 이야기할 때 중국정부·공산당과 혼합된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이야기하며, 그리하여 더 이상 그 곳은 자신이 귀속감을 가지는 대상이 아니다. 홍콩은 중국에 비해 훨씬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곳이며, 그래서 오고 싶은 곳이다.
"중국에서는 애를 하나밖에 못 낳잖아? 근데 홍콩에선 내 맘대로 낳을 수 있지. 또 중국에선 외국을 평생 살아도 죽어도 못 나가잖아? 홍콩에선 신분증 얻고 나면 어디든지 맘대로 가볼 수 있고. 또 홍콩에선 막 정부 욕하고 그래도 되잖아? 중국에선 뭐 한 마디도 못하지. 했다간 당장 잡혀가지."
그리하여 드디어, 국가라는 경계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 새로운 주체의 탄생인가? 나는, 적어도 아직은,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홍콩은 유동인구가 많고 따라서 '국가'라는 일반적인 경계가 작동되지 않는 특수한 곳이라든가, 가장 개방되고 자유로운 도시라든가 하는 이야기들을, 나는 겨우 몇 개월의 홍콩생활 동안에 철저히 부정하게 되었다. 오히려 홍콩에는 그렇게 외국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엄청나게 감시와 차별이 심하다. 어디에나 숱하게 깔려 있는 경찰들은 수시로 신분증 검사를 행하고, 그렇게 해서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불법 입경자나 불법 체류자들이 잡혀간다. 어느 홍콩인은 내게 이야기한다 ― 외국인 노동자들(대표적으로 필리핀 가정부)에 대한 홍콩인들의 차별과 멸시는 아주 심하다고, 그렇지만 만일 홍콩에서 그런 외국인들이 다 사라진다면, 아마 당장 홍콩은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중국과 홍콩은 이제 '하나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국가 사이의 경계보다도 더 엄격한 통제가 존재한다. 위의 인용문에서, 홍콩은 '문화의 사막'이라며 비웃던 중국의 친구는, 평생 동안 홍콩에 발 한번 들여놓을 수 없다. 홍콩에 사는 친척이 있어도, 단 하루 홍콩에 여행을 오는 것조차도 하늘의 별따기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연구대상자들에 대해,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주체성'이니 뭐니 하면서 손쉽게 이론적 논의들을 덮어씌우고 싶지 않다. 그러기에는, 나로서는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내가 만난 어떤 이(25살이고, 홍콩에 온 지 1년 반 되었음)는, 중국에서 한번도 여자친구를 사귄 적도, 누구를 좋아한 적조차도 없다고 했다 ― 홍콩에 가서 살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가능성 때문에, 중국에서 함부로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 대부분은, 홍콩에 언젠가 가서 가족과 함께 산다는 희미한 희망에 기대어, 그것에 자신의 모든 삶을 맞추면서, 20여 년을 혼자 살았다. 그리고서 지금 홍콩에서, 숱한 비난과 멸시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조만간 잡혀서 돌려보내질 운명에 있다.
홍콩인들은 그들에게 이야기한다 ― 너희들은 공짜로 앉아서 홍콩 정부의 지원금 받아먹으려고 홍콩 몰려오는 거라고. 그러나 그들은 이야기한다 ― 일하고 싶다고, 지금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홍콩 신분증이 없다는 것 자체보다도, 이렇게 집에 앉아서 부모에게 돈 타쓰면서 텔레비나 보고 앉아있는 거라고(이들은 신분증이 없으므로 홍콩에서 어떠한 일도 할 수 없다, 심지어 부모의 일을 잠깐 돕는 것조차도, 만일 경찰에 발각되면 불법으로 잡혀간다), 그렇게 한창 젊은 나이의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그래서 이젠, 지쳐서, 돌아가고도 싶다고.
홍콩인들은 이야기한다 ― 가족하고 그렇게 합치고 싶으면, 가족이 다같이 중국본토로 돌아가서 그 물가싸고 넓은 데서 오손도손 살면 될 것 아니냐고, 왜 이 좁은 데 몰려오겠다고 난리냐고, 아니면 저기 캐나다나 미국 가서 잘 살아보라고…… 그러나 그들은 이야기한다, 이젠 중국본토에 호적도 없어졌다고, 또는, 여기서 이미 시위 등에서 얼굴이 알려진 상당수의 사람들은, 중국본토에 돌아가서 (공안국 사람들에게) 맞을 수도 있다는 등의 각종 두려움이 기다리고 있다고, 또, 중국사람이 홍콩 오기도 이렇게 힘든데, 캐나다나 미국에는 무슨 수로 가냐고, 몰래 건너가서 평생 숨어살란 말이냐고.
그리하여 나는, 그들이 살아야 했던 삶에 대해 알고 싶다. 1년에 한두 번 가족과 만나는 게 고작이었던 생활에 대해, 그렇게 혼자서 중국에서 살 때 가족의 역할을 해준 친구들에 대해, 왜 그 친구들과 고향을 두고 홍콩에 오고 싶은지에 대해, 그렇게 오랫동안의 기다림을 차디찬 경멸과 체포·수감·알몸수색 등으로 보답한 홍콩에 왜 그래도 오고 싶은지에 대해,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에 대해, 그리고 그 가족들과 20여 년만에 함께 살게 되었을 때 어떠했는지에 대해, 왜 그 아버지는 홍콩에서 결혼하지 않고 중국으로 가서 결혼을 하였는지, 그렇게 가족들이 한 명 한 명씩 홍콩으로 건너오면서 곁을 떠나는 과정이 어떠하였는지에 대해……
그러나, 그들이 최근 입경처에 불을 지르고서,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 그들 중 한 명과 입경처 직원 한 명이 숨지면서 홍콩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고, 정부는 상소 기간 동안은 그들을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무조건 전원 돌려보내는 방침을 검토중이다. 그러면 그들은 모두 중국의 곳곳으로 흩어져 돌아가게 될 것이고, 나는 그들과의 인터뷰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초조한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어느 半人類學徒 친구에게 하였을 때 그는, 인류학자는 바로 그렇게 현지조사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몸으로 보여주기도 하는 것 아니겠냐고 하였다. 그럴지도 모른다. y
"중국에서는 애를 하나밖에 못 낳잖아? 근데 홍콩에선 내 맘대로 낳을 수 있지. 또 중국에선 외국을 평생 살아도 죽어도 못 나가잖아? 홍콩에선 신분증 얻고 나면 어디든지 맘대로 가볼 수 있고. 또 홍콩에선 막 정부 욕하고 그래도 되잖아? 중국에선 뭐 한 마디도 못하지. 했다간 당장 잡혀가지."
그리하여 드디어, 국가라는 경계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 새로운 주체의 탄생인가? 나는, 적어도 아직은,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홍콩은 유동인구가 많고 따라서 '국가'라는 일반적인 경계가 작동되지 않는 특수한 곳이라든가, 가장 개방되고 자유로운 도시라든가 하는 이야기들을, 나는 겨우 몇 개월의 홍콩생활 동안에 철저히 부정하게 되었다. 오히려 홍콩에는 그렇게 외국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엄청나게 감시와 차별이 심하다. 어디에나 숱하게 깔려 있는 경찰들은 수시로 신분증 검사를 행하고, 그렇게 해서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불법 입경자나 불법 체류자들이 잡혀간다. 어느 홍콩인은 내게 이야기한다 ― 외국인 노동자들(대표적으로 필리핀 가정부)에 대한 홍콩인들의 차별과 멸시는 아주 심하다고, 그렇지만 만일 홍콩에서 그런 외국인들이 다 사라진다면, 아마 당장 홍콩은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중국과 홍콩은 이제 '하나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국가 사이의 경계보다도 더 엄격한 통제가 존재한다. 위의 인용문에서, 홍콩은 '문화의 사막'이라며 비웃던 중국의 친구는, 평생 동안 홍콩에 발 한번 들여놓을 수 없다. 홍콩에 사는 친척이 있어도, 단 하루 홍콩에 여행을 오는 것조차도 하늘의 별따기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연구대상자들에 대해,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주체성'이니 뭐니 하면서 손쉽게 이론적 논의들을 덮어씌우고 싶지 않다. 그러기에는, 나로서는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내가 만난 어떤 이(25살이고, 홍콩에 온 지 1년 반 되었음)는, 중국에서 한번도 여자친구를 사귄 적도, 누구를 좋아한 적조차도 없다고 했다 ― 홍콩에 가서 살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가능성 때문에, 중국에서 함부로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 대부분은, 홍콩에 언젠가 가서 가족과 함께 산다는 희미한 희망에 기대어, 그것에 자신의 모든 삶을 맞추면서, 20여 년을 혼자 살았다. 그리고서 지금 홍콩에서, 숱한 비난과 멸시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조만간 잡혀서 돌려보내질 운명에 있다.
홍콩인들은 그들에게 이야기한다 ― 너희들은 공짜로 앉아서 홍콩 정부의 지원금 받아먹으려고 홍콩 몰려오는 거라고. 그러나 그들은 이야기한다 ― 일하고 싶다고, 지금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홍콩 신분증이 없다는 것 자체보다도, 이렇게 집에 앉아서 부모에게 돈 타쓰면서 텔레비나 보고 앉아있는 거라고(이들은 신분증이 없으므로 홍콩에서 어떠한 일도 할 수 없다, 심지어 부모의 일을 잠깐 돕는 것조차도, 만일 경찰에 발각되면 불법으로 잡혀간다), 그렇게 한창 젊은 나이의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그래서 이젠, 지쳐서, 돌아가고도 싶다고.
홍콩인들은 이야기한다 ― 가족하고 그렇게 합치고 싶으면, 가족이 다같이 중국본토로 돌아가서 그 물가싸고 넓은 데서 오손도손 살면 될 것 아니냐고, 왜 이 좁은 데 몰려오겠다고 난리냐고, 아니면 저기 캐나다나 미국 가서 잘 살아보라고…… 그러나 그들은 이야기한다, 이젠 중국본토에 호적도 없어졌다고, 또는, 여기서 이미 시위 등에서 얼굴이 알려진 상당수의 사람들은, 중국본토에 돌아가서 (공안국 사람들에게) 맞을 수도 있다는 등의 각종 두려움이 기다리고 있다고, 또, 중국사람이 홍콩 오기도 이렇게 힘든데, 캐나다나 미국에는 무슨 수로 가냐고, 몰래 건너가서 평생 숨어살란 말이냐고.
그리하여 나는, 그들이 살아야 했던 삶에 대해 알고 싶다. 1년에 한두 번 가족과 만나는 게 고작이었던 생활에 대해, 그렇게 혼자서 중국에서 살 때 가족의 역할을 해준 친구들에 대해, 왜 그 친구들과 고향을 두고 홍콩에 오고 싶은지에 대해, 그렇게 오랫동안의 기다림을 차디찬 경멸과 체포·수감·알몸수색 등으로 보답한 홍콩에 왜 그래도 오고 싶은지에 대해,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에 대해, 그리고 그 가족들과 20여 년만에 함께 살게 되었을 때 어떠했는지에 대해, 왜 그 아버지는 홍콩에서 결혼하지 않고 중국으로 가서 결혼을 하였는지, 그렇게 가족들이 한 명 한 명씩 홍콩으로 건너오면서 곁을 떠나는 과정이 어떠하였는지에 대해……
그러나, 그들이 최근 입경처에 불을 지르고서,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 그들 중 한 명과 입경처 직원 한 명이 숨지면서 홍콩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고, 정부는 상소 기간 동안은 그들을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무조건 전원 돌려보내는 방침을 검토중이다. 그러면 그들은 모두 중국의 곳곳으로 흩어져 돌아가게 될 것이고, 나는 그들과의 인터뷰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초조한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어느 半人類學徒 친구에게 하였을 때 그는, 인류학자는 바로 그렇게 현지조사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몸으로 보여주기도 하는 것 아니겠냐고 하였다. 그럴지도 모른다.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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