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휴지통 시인
2. 더하기
2. 더하기
본문내용
시를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것도 바로 그것이 언어로 하는 말장난보다 '진실'이라는 것, 그 진실이 언어 이상이라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전거 짐받이에서 술통들이 뛰고 있다/풀 비린내 바퀴살을 돌린다/바퀴살이 술을 튀긴다/자갈들이 한 치씩 뛰어 술통을 넘는다/술통을 넘어 풀밭에 떨어진다/시골길이 술을 마신다/비틀거린다/저 주막집까지 뛰는 술통들의 즐거움/주모가 나와 섰다/술통들이 뛰어내린다/길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 죽는다.// 「시골길 또는 물통」 전문
팔짝팔짝 꽃들이/줄을 넘는다/한 줄 넘고 두 줄 넘고/꽃들이 줄을 넘는다/섞은 고목가지 어느/크나학 손이/금빛 단추를 달아가듯/가로로도 넘고 세로로도 넘는다/봄날에 꽃 피는 일은 즐겁고/즐거움만으로도 노래가 된다/한 줄 넘고 두 줄 넘고/꽃들이 줄을 넘는다/아, 뿌리 속 알 수 없는 힘들이/자꼬 줄을 넘는다.// 「줄넘기」 전문
뒷산마루/청솔갱이 대막가지로/얼기설기 쳐 놓은/달팽이 집// 갓 허물을 벗어 놓고/하늘로 오르는 달팽이 한 마리/송낙뿔을 놀려/장고춤을 춘다.//달집에 불을 대고/즈에미는 춤추고/즈애비는 노래하고/달빛 저리 고우니/풍년 들겄다.// 「달집 사르기」 전문
그녀의 피 순결하던 열 몇 살 때 있었다/한 이불 속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때 있었다/蓮 잎새 같은 발바닥에 간지럼 먹이며/철없이 놀던 때 있었다/그녀 발바닥을 핥고 싶어 먼저 간지럼 먹이면/간지럼 타는 나무처럼 깔깔거려/끝내 발바닥은 핥지 못하고 간지럼만 타던/때 있었다/이제 그 짓도 그만두자고 그만두고/나이 쉰 셋/정정한 자작나무, 백혈병을 몸에 부리고/여의도 성모병원 1205호실/1번 침대에 누워/그녀는 깊이 잠들었다/혈소판이 깨지고 면역체계가 무너져 몇 개월 째/마스크를 쓴 채, 남의 피로 연명하며 살아간다/나는 어느 날 밤/그녀의 발이 침상 밖으로 흘러나온 것을 보았다/그때처럼 놀라 간지럼을 먹였던 것인데/발바닥은 움쩍도 않는다/발아 발아 가치마늘 같던 발아!/蓮 잎새 맑은 이슬에 씻긴 발아/지금은 진흙밭 삭은 잎새 다 된 발아!/말굽쇠 같은 발, 무쇠솥 같은 발아/잠든 네 발바닥을 핥으며 이 밤은/캄캄한 뻘밭을 내가 헤매며 운다/그 蓮 잎새 속에서 숨은 민달팽이처럼/너의 피를 먹고 자란 詩人, 더는 늙어서/피 한 방울 줄 수 없는 빈 껍데기 언어로/부질없는 詩를 쓰는구나/오, 하느님/이 덧없는 말의 교예/짐승의 피!/거두어 가소서// 「蓮葉(연엽)에게」 전문
자전거 짐받이에서 술통들이 뛰고 있다/풀 비린내 바퀴살을 돌린다/바퀴살이 술을 튀긴다/자갈들이 한 치씩 뛰어 술통을 넘는다/술통을 넘어 풀밭에 떨어진다/시골길이 술을 마신다/비틀거린다/저 주막집까지 뛰는 술통들의 즐거움/주모가 나와 섰다/술통들이 뛰어내린다/길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 죽는다.// 「시골길 또는 물통」 전문
팔짝팔짝 꽃들이/줄을 넘는다/한 줄 넘고 두 줄 넘고/꽃들이 줄을 넘는다/섞은 고목가지 어느/크나학 손이/금빛 단추를 달아가듯/가로로도 넘고 세로로도 넘는다/봄날에 꽃 피는 일은 즐겁고/즐거움만으로도 노래가 된다/한 줄 넘고 두 줄 넘고/꽃들이 줄을 넘는다/아, 뿌리 속 알 수 없는 힘들이/자꼬 줄을 넘는다.// 「줄넘기」 전문
뒷산마루/청솔갱이 대막가지로/얼기설기 쳐 놓은/달팽이 집// 갓 허물을 벗어 놓고/하늘로 오르는 달팽이 한 마리/송낙뿔을 놀려/장고춤을 춘다.//달집에 불을 대고/즈에미는 춤추고/즈애비는 노래하고/달빛 저리 고우니/풍년 들겄다.// 「달집 사르기」 전문
그녀의 피 순결하던 열 몇 살 때 있었다/한 이불 속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때 있었다/蓮 잎새 같은 발바닥에 간지럼 먹이며/철없이 놀던 때 있었다/그녀 발바닥을 핥고 싶어 먼저 간지럼 먹이면/간지럼 타는 나무처럼 깔깔거려/끝내 발바닥은 핥지 못하고 간지럼만 타던/때 있었다/이제 그 짓도 그만두자고 그만두고/나이 쉰 셋/정정한 자작나무, 백혈병을 몸에 부리고/여의도 성모병원 1205호실/1번 침대에 누워/그녀는 깊이 잠들었다/혈소판이 깨지고 면역체계가 무너져 몇 개월 째/마스크를 쓴 채, 남의 피로 연명하며 살아간다/나는 어느 날 밤/그녀의 발이 침상 밖으로 흘러나온 것을 보았다/그때처럼 놀라 간지럼을 먹였던 것인데/발바닥은 움쩍도 않는다/발아 발아 가치마늘 같던 발아!/蓮 잎새 맑은 이슬에 씻긴 발아/지금은 진흙밭 삭은 잎새 다 된 발아!/말굽쇠 같은 발, 무쇠솥 같은 발아/잠든 네 발바닥을 핥으며 이 밤은/캄캄한 뻘밭을 내가 헤매며 운다/그 蓮 잎새 속에서 숨은 민달팽이처럼/너의 피를 먹고 자란 詩人, 더는 늙어서/피 한 방울 줄 수 없는 빈 껍데기 언어로/부질없는 詩를 쓰는구나/오, 하느님/이 덧없는 말의 교예/짐승의 피!/거두어 가소서// 「蓮葉(연엽)에게」 전문
소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