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과 법

목차

머리말

1. 정통적인 법해석과 합리주의 정신
1.1. 과거의 법치주의와 법실증주의
1.2. 나치의 합법적 통치와 로흐너 판례를 통한 폐해
1.3. 법실증주의의 한계
2. 법 실용주의(legal realism)와 실존주의
2.1. 법 실용주의의 필요성-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법학
2.2. 법 실용주의에서 중시되는 점들
2.3. 실존주의의 주요 화두들
3. 인간적인 법의 가능성
3.1. 양방향 소통의 필요-불문법원에 대한 자세
3.2. 중용적, 개방적 자세
3.3. 특별법과 헌법

맺음말

본문내용

법이 현실적으로 인간생활에 가까워 지는 것은, 단순히 법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는 것으로 모두 해결되지 않는다. 법을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법이 현실과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불과하다. 법이 적용되는 과정에서의 제도적인 정비나 법 전체의 특성, 입법과정 전반에 걸친 실질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법들의 종류가 다양하고 많아지는 현상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말할 수 있다. 헌법은 법들 중에서 가장 골자가 되는 법으로, 일종의 우산을 씌우듯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나서는 개별적인 상황에 좀더 명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여러 특별법들이 제정된다. 법이 복잡하고 많을수록, 보이기에 지저분해 보일지 모르지만, 여러 경우에서 보장이 잘 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이 세밀화된다고 해도 항상 현실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인간의 예지로 알기 힘든 사건들이 일어나곤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불문법원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나, 일반인들의 참여를 제도화 시키는 방안이 고려된다. 얼마 전 고속철도공사가 자연을 훼손시킨다고, 철도 놓는 것을 단식이라는 방법을 통해 반대한 스님이 있었다. 과연 스님의 의견이 단식이라는 방법으로밖에 전해질 수 없었던 것인가 의문이 남는다. 법 적용 과정에서 단식과 같은 방법 외에 제도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고속철도 문제는 그렇게까지 큰 문제로 불거지지 않았을 지 모른다. 사법 개혁과 같은 경우에 우리나라도 배심원제를 두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들은 무척 조심스럽고 천천히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현상을 카페트에 넣어둔 먼지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말로 설명하는 법학자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법에 있어서 최선의 답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과거에는 불효자를 멍석말이 시켜 죽이는 것이 허용되었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법을 대하는 데에 있어 가장 필요한 태도는 그러한 사실들을 숙지하고, 인간을 위해 최선의 결정이라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여러 의견을 서로 존중해 주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한 사람은 살고 상대는 죽는 판결이 아니라, 두 편 모두 최소한의 상처로 서로를 용서한 채 걸어갈 수 있게끔 하는 판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맺음말“수세기 동안 찬미되어 온 이성이 사유의 가장 완강한 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시점에서 비로소 우리의 사유는 시작된다.” 실존주의자 중 한 사람인 하이데거의 말이다. 이 말은 이성을 통해 무지의 베일을 벗기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베이컨의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사정없이 반박한다. 베이컨적인 사유를 해 왔던 사람들에게 하이데거의 말은 거북스러웠겠지만, 감정을 다스리기에 이성만으로는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꼈던 일반인들에게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한 말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하이데거의 말을 조금 바꾼다면, ‘수세기 동안 찬미되어 온 법 형식주의가 정의 구현의 가장 완강한 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시점에서 비로소 우리의 법은 인간을 위한 것이 된다’ 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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