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작가의 생애
2. 성석제의 소설관
3. 웃음에 대하여
4. 성석제가 추구하는 웃음
2. 성석제의 소설관
3. 웃음에 대하여
4. 성석제가 추구하는 웃음
본문내용
만만한’ 주인공이 온갖 황당무계한 사건진행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 그럼에도 윤리적으로 우월한 화자가 열등한 존재인 대상 인물들을 훈계하거나 깔보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래서 독자들은 웃는 동안 슬그머니 등장인물에 대해 주관화의 절차를 겪는다.
주인공을 보고 웃다가 그 주인공을 작가와 연관시킴으로서 또 웃다가, 그 웃는 대상이 자신과 동일화 되어 웃다 결국 모두 웃기는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세상에 자조의 웃음을 날리게 되는 것이다. 이 주체와 객체가 없는 웃음이 바로 성석제 소설을 단지 쉽게 웃고 끝나는 유머가 아닌 세상의 우스꽝스러운 얽힘 아래의 정신적 근원에 닿아 그 깊이를 획득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성석제 작품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돕고자 지금부터 ‘웃음’이라는 주요 키워드가 성석제 소설에서 등장인물과 문체, 그리고 사건들을 어떻게 하나로 관통하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3. 웃음에 대하여
(1) 비현실성과 황당함
황만근은 그날의 일을 수백 수천 번도 더 말했지만 처음과 다르게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 그나저나 토끼가 너무 컸다. 토끼의 귀가 황만근의 머리보다 더 높이 솟아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토끼는 입을 움직이며 사람의 말을 했다.
“너는 집에 못 간다. 너는 집에 못 간다. 너는 집에 못 간다. 너는 여기서 죽는다.”
토끼의 입술이 갈라진 사이로 황만근의 엄지손가락만한 날카로운 이가 반짝였다. 무슨 불빛이 있어서 반짝이기까지 했느냐고. 초봄이라 토끼고개에는 눈이 채 녹지 않고 있었다. 하다못해 별빛에라도.
“그기 뭔 소리라? 내가 내 집에 내 발로 가는데 니가 뭐라꼬 집에 못간다 카나. 귀신이마 썩 물러가고 토끼만 착 엎디리라. 내가 너를 타고서라도 집에 갈란다.”
거대한 토끼는 황만근이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는 비린 냄새를 풍기면서 느릿하고 탁한 음성으로 다시 말했다.
“너는 여기서 죽는다. 너는 여기서 죽는다. 너는 여기서 죽는다. 너는 집에 못 간다.”
황만근은 온몸에 소름이 돋고 털이란 털은 모두 위로 곤두섰다.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 토끼를 밀친 황만근의 팔이 토끼의 털에 묻히는가 싶더니 진공청소기(황만근이 한 말이 아니라 그 말을 들은 민씨의 표현이다)에 빨려드는 파리처럼 쑤욱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이었자. 황만근은 한 팔로 옆에 있는 나무를 붙잡으면서 빨려들어간 팔을 도로 빼려고 안간힘을 썼다. 황만근을 빨아들이려는 공간은 아무것도 잡히자 않을 정도로 넓었고 허전했고 또한 소름 끼치도록 차가웠다. 토끼는 토끼대로 쉽게 끌려 들어오지 않는 황만근을 마저 끌어들이기 위해 온몸을 떨면서 뒷말을 든 채 버티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 시간이 하염없이 흘렀다. 어느새 동쪽 하늘이 부옇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토끼는 황만근을 향해 “너는 이제 살았다. 너는 이제 살았다 너는 이제 살았다. 나를 놓아라” 하고 말했다. 황만근은 오기가 나서 “택도 없는 소리 말거라. 니를 탕으로 끓이서 우리 어무이하고 나하고 마주 앉아서 먹어치울 끼다. 니 가죽을 빗기서 어무이 목도리를 하고 내 토시를 하고 장갑을 할 끼다. 니는 인자 죽었다, 자슥아” 하고 소리쳤다. 토끼는 다급하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네 팔을 빼겠느냐.” 황만근은 팔을 안 빼는 게 아니라 못 빼고 있는데 토끼가 그렇게 물어오자 할말이 없었다. 그래서 되는 대로 “내 소원을 세 가지 들어주기 전에는 니까잇 거는 못 간다” 하고 말했다.
“네 소원이 뭐냐?”
“우리 어무이가 팥죽 할마이겉이 오래오래 사는 거다.”
(팥죽 할마이란 팥죽을 파는 할머니, 혹은 늘 팥죽을 쑤고 있는 할머니 같은데 그 할머니가 누구인지, 어째서 오래 산다고 하는지 민씨는 모른다.)
토끼는 마을이 있는 서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가 몸을 소스라치게 떨더니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들어주었다. 그 다음은?”
“여우 겉은 마누라가 생기는 거다.”
“송편을 세 번 먹으면 네 집으로 올 거다. 다음은 무엇이냐?”
“떡두깨(떡두꺼비) 겉은 아들이다.”
“마누라가 들어오면 용왕이 와서 그렇게 해준다. 이제 나를 놓아라.”
“내가 언제 니를 잡았나. 니가 가뿌리만 되지, 바보 자슥아.”
그러자 토끼는 속았다는 걸 알았는지 얼굴을 무섭게 부풀리더니 황만근의 얼굴에 뜨겁고 매운 김을 내뿜었다. 황만근이 눈을 뜨지 못하고 쩔쩔매다가 간신히 눈을 떠보니 어느새 자신의 팔이 돌아와 있는 것이었다. 황만근의 주변에는 토끼 털이 무수히 떨어져 바늘처럼 바짝이고 있었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中
성석제는 픽션을 의식하지 않게 하는 리얼리티로 소설을 이끌어가다가 어느 특정한 부분에 완전한 허구의 이야기를 삽입한다. 이것은 무협지나 판타지를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다시 말해 전기적 요소를 소설 속에 다분히 사용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 기법이 독자들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시킨다. 이것은 삽입된 황당한 상황이 빚어내는 웃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1]
경운기에는 빠르게 달리는 차량의 주의를 끌 만한 표지가 없어서 선생은 몇 번이나 사고를 당할 뻔했다. 그때마다 논으로 떨어졌고 수레는 부서졌다. 결국 선생은 그 밤 안으로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선생은 경운기에 실려 있는 땅의 젖에 취하여 경운기 옆에 앉아 경운기를 지켰다. 그러나 경운기는 선생을 지켜주지 않았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中
[2]
바로 요 앞 파출소 앞에서 그 친구를 적발했는데, 첨엔 좋은 말로 타일러서 집에 보낼라 캤어요. 그러나 이 젊은 친구가 얼굴을 홍시겉이 빨가이 해가이고 뻘건 대낮부터 음주운전 단속을 왜 하니, 단속을 할라마 측정을 해보라고 빠락빠락 대드는데 고마 덧정이 없데요. 지가 암만 객지에 와 산다 캐도, 객지에서는 십 년 아래는 호형호제라 캐도 여가 어덴데 지 맘대로 할라캐. 우리 파출소에 음주측정기가 없는 거를 알고서 그란 모양인데 이런 경우 우린 곧이곧대로 합니다이. 시범 케이스로다, 인생공부를 좀 시켜야겠다 해서 백차에 태와가이고 측정기가 있는 본서로 보냈심다. 오래간만에 본서에 들어간께 우리 직원들이 인사닦을 데가 좀 많겠심니까. 인사를 하는 동안에 이 인간이 온다간다 말도 없이 토
주인공을 보고 웃다가 그 주인공을 작가와 연관시킴으로서 또 웃다가, 그 웃는 대상이 자신과 동일화 되어 웃다 결국 모두 웃기는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세상에 자조의 웃음을 날리게 되는 것이다. 이 주체와 객체가 없는 웃음이 바로 성석제 소설을 단지 쉽게 웃고 끝나는 유머가 아닌 세상의 우스꽝스러운 얽힘 아래의 정신적 근원에 닿아 그 깊이를 획득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성석제 작품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돕고자 지금부터 ‘웃음’이라는 주요 키워드가 성석제 소설에서 등장인물과 문체, 그리고 사건들을 어떻게 하나로 관통하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3. 웃음에 대하여
(1) 비현실성과 황당함
황만근은 그날의 일을 수백 수천 번도 더 말했지만 처음과 다르게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 그나저나 토끼가 너무 컸다. 토끼의 귀가 황만근의 머리보다 더 높이 솟아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토끼는 입을 움직이며 사람의 말을 했다.
“너는 집에 못 간다. 너는 집에 못 간다. 너는 집에 못 간다. 너는 여기서 죽는다.”
토끼의 입술이 갈라진 사이로 황만근의 엄지손가락만한 날카로운 이가 반짝였다. 무슨 불빛이 있어서 반짝이기까지 했느냐고. 초봄이라 토끼고개에는 눈이 채 녹지 않고 있었다. 하다못해 별빛에라도.
“그기 뭔 소리라? 내가 내 집에 내 발로 가는데 니가 뭐라꼬 집에 못간다 카나. 귀신이마 썩 물러가고 토끼만 착 엎디리라. 내가 너를 타고서라도 집에 갈란다.”
거대한 토끼는 황만근이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는 비린 냄새를 풍기면서 느릿하고 탁한 음성으로 다시 말했다.
“너는 여기서 죽는다. 너는 여기서 죽는다. 너는 여기서 죽는다. 너는 집에 못 간다.”
황만근은 온몸에 소름이 돋고 털이란 털은 모두 위로 곤두섰다.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 토끼를 밀친 황만근의 팔이 토끼의 털에 묻히는가 싶더니 진공청소기(황만근이 한 말이 아니라 그 말을 들은 민씨의 표현이다)에 빨려드는 파리처럼 쑤욱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이었자. 황만근은 한 팔로 옆에 있는 나무를 붙잡으면서 빨려들어간 팔을 도로 빼려고 안간힘을 썼다. 황만근을 빨아들이려는 공간은 아무것도 잡히자 않을 정도로 넓었고 허전했고 또한 소름 끼치도록 차가웠다. 토끼는 토끼대로 쉽게 끌려 들어오지 않는 황만근을 마저 끌어들이기 위해 온몸을 떨면서 뒷말을 든 채 버티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 시간이 하염없이 흘렀다. 어느새 동쪽 하늘이 부옇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토끼는 황만근을 향해 “너는 이제 살았다. 너는 이제 살았다 너는 이제 살았다. 나를 놓아라” 하고 말했다. 황만근은 오기가 나서 “택도 없는 소리 말거라. 니를 탕으로 끓이서 우리 어무이하고 나하고 마주 앉아서 먹어치울 끼다. 니 가죽을 빗기서 어무이 목도리를 하고 내 토시를 하고 장갑을 할 끼다. 니는 인자 죽었다, 자슥아” 하고 소리쳤다. 토끼는 다급하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네 팔을 빼겠느냐.” 황만근은 팔을 안 빼는 게 아니라 못 빼고 있는데 토끼가 그렇게 물어오자 할말이 없었다. 그래서 되는 대로 “내 소원을 세 가지 들어주기 전에는 니까잇 거는 못 간다” 하고 말했다.
“네 소원이 뭐냐?”
“우리 어무이가 팥죽 할마이겉이 오래오래 사는 거다.”
(팥죽 할마이란 팥죽을 파는 할머니, 혹은 늘 팥죽을 쑤고 있는 할머니 같은데 그 할머니가 누구인지, 어째서 오래 산다고 하는지 민씨는 모른다.)
토끼는 마을이 있는 서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가 몸을 소스라치게 떨더니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들어주었다. 그 다음은?”
“여우 겉은 마누라가 생기는 거다.”
“송편을 세 번 먹으면 네 집으로 올 거다. 다음은 무엇이냐?”
“떡두깨(떡두꺼비) 겉은 아들이다.”
“마누라가 들어오면 용왕이 와서 그렇게 해준다. 이제 나를 놓아라.”
“내가 언제 니를 잡았나. 니가 가뿌리만 되지, 바보 자슥아.”
그러자 토끼는 속았다는 걸 알았는지 얼굴을 무섭게 부풀리더니 황만근의 얼굴에 뜨겁고 매운 김을 내뿜었다. 황만근이 눈을 뜨지 못하고 쩔쩔매다가 간신히 눈을 떠보니 어느새 자신의 팔이 돌아와 있는 것이었다. 황만근의 주변에는 토끼 털이 무수히 떨어져 바늘처럼 바짝이고 있었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中
성석제는 픽션을 의식하지 않게 하는 리얼리티로 소설을 이끌어가다가 어느 특정한 부분에 완전한 허구의 이야기를 삽입한다. 이것은 무협지나 판타지를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다시 말해 전기적 요소를 소설 속에 다분히 사용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 기법이 독자들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시킨다. 이것은 삽입된 황당한 상황이 빚어내는 웃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1]
경운기에는 빠르게 달리는 차량의 주의를 끌 만한 표지가 없어서 선생은 몇 번이나 사고를 당할 뻔했다. 그때마다 논으로 떨어졌고 수레는 부서졌다. 결국 선생은 그 밤 안으로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선생은 경운기에 실려 있는 땅의 젖에 취하여 경운기 옆에 앉아 경운기를 지켰다. 그러나 경운기는 선생을 지켜주지 않았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中
[2]
바로 요 앞 파출소 앞에서 그 친구를 적발했는데, 첨엔 좋은 말로 타일러서 집에 보낼라 캤어요. 그러나 이 젊은 친구가 얼굴을 홍시겉이 빨가이 해가이고 뻘건 대낮부터 음주운전 단속을 왜 하니, 단속을 할라마 측정을 해보라고 빠락빠락 대드는데 고마 덧정이 없데요. 지가 암만 객지에 와 산다 캐도, 객지에서는 십 년 아래는 호형호제라 캐도 여가 어덴데 지 맘대로 할라캐. 우리 파출소에 음주측정기가 없는 거를 알고서 그란 모양인데 이런 경우 우린 곧이곧대로 합니다이. 시범 케이스로다, 인생공부를 좀 시켜야겠다 해서 백차에 태와가이고 측정기가 있는 본서로 보냈심다. 오래간만에 본서에 들어간께 우리 직원들이 인사닦을 데가 좀 많겠심니까. 인사를 하는 동안에 이 인간이 온다간다 말도 없이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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