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모습 그대로, 촌부 모습, 얼굴에 기름 흐르는 평양 간부 모습 그대로 만나고 싶었다. 김정일을 찬양하는 어린 소년의 모습 그대로, 변방에서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 모습 그대로, 입으로는 통일하자 하면서도 세금 고지서를 두려워하는 우리 모습 그대로, 그렇게 만나고 싶었다. 지나친 욕심이겠지. 삼일포를 지나면서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송강 정철이 읊조렸던 환상의 호수에 가 그의 발길을 더듬으면서도 나는 오로지 그 생각만 했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그네들의 희로애락을 훔쳐보고픈 욕망을 느끼면서 삼일포를 떠났다.
아이젠을 신고, 터벅터벅 구룡폭포에 올라섰다.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9개의 폭포가 이름처럼 마치 용이 빠져 나간 듯한 모양을 이루고 있었으며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에서 선녀가 목욕한 곳이라는 말이 실화로 생각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사진배경으로 담아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그 황홀한 폭포에 이 땅에 내가 서 있다는 것을 감사해 했다. 그 폭포처럼 ‘우리’라는 이름으로 같이 내려온다면, 한곳물이 올려 우렁찬 소리를 내며, 주위 바위들을 놀라게 하며, 우리 같이 그렇게 내린다면. 시샘어린 눈으로 폭포를 바라보며 나중에 우리 모습이 그와 같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폭포에서 내려와 교예단 티켓을 예매 했다.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고 관중석에 앉았다. 재주나 몇 번 넘겠지 하는 생각으로 게슴츠레하게 뜨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짧은 언어실력으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인간의 아름다움에 경이로웠다. 가까이에서 이름 부르면 들을 것 같은 그 거리에서 그들을 보기만 것은 나를 목마르게 했다. 관중이 무대에 올라 설 때에는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하는 부러움도 생겼다. 교예단의 몸짓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사이 끝날 시간은 다가오고 어느새 그들과 한 몸이 되어 공중 묘기를 하던 내 마음은 안타깝기만 했다.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아서 나는 끝내 찍지 말라던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우리 이제 다시 만나요~”하는 여가수의 목소리와 함께 손 흔드는 그들의 모습을 앵글로 잡은 카메라 렌즈가 뿌옇게 보였다. 어디서 나오는지 근원을 알 수 없는 뜨거운 무언가가 저 아래부터 치받혀 올라와 목이 막히고, 귀가 빨개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런 게 동포애라는 건지, 목구멍이 따가운 게 동포애라는 건지, 나는 그저 말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그렇게 그들과 이별했다.
마지막 날엔 해금강에 갔다. 가는 길 중간에 역시나 북한군이 서 있었다. 금강산을 바다에 옮겨 놓은 것 같다고 해서 해금이라 불린다는 그 곳의 경치는 금강산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여기저기 큰 바위들이 서서 멋진 경치를 연출하고 있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기분을 한층 더 즐겁게 해주었다. 바다저편 가까운 곳에 남한이 있다고 했다. 비무장지대를 지나며 했던 생각에 또 다시 마음이 아팠다. 해금강에서 북한 안내원과 잠시 인사도 나누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남한의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서 놀랐다. 나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며 따뜻하게 작별인사도 해주었다. 헤어지면서 통일이 되어서 꼭 다시 보자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이들도 통일을 생각하는 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 안내원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었다.
숙소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서울로 향했다. 지난 2박 3일 동안의 방문을 잊지 않기 위해 하나하나 생각하며 마음속에 새겨두었다. 첫 날처럼 까다로운 절차를 걸쳐서 비무장 지대에 들어섰다. 마지막 북한군을 보면서 북한의 비무장 지대를 지나 남한의 비무장지대로 들어섰다. 동해안 남북 출입 사무소에 도착해서 대형 버스로 갈아타고 서울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시골풍경을 보자 북한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며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였다. 다른 것은 없는데 우린 같지 않다…
금강산에 다녀오기 전엔, 아니 북한 사람들을 만나보기 전엔 통일에 대해서는 막연히 해야겠다는 생각정도밖에 없었다. 정작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통일에 대한 염원은 없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편견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방문을 통해서 한민족으로서의 북한, 그리고 이산가족도 아니고 전후 세대도 아닌 나에게 통일이 지니는 의미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북한과 남한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휴전선이 아닌 우리들의 마음의 벽이 아닐까? 통일이 되면 그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북한사람들과 함께 내가 가 보았던 곳을 또 한 번 가보고 싶다.
아이젠을 신고, 터벅터벅 구룡폭포에 올라섰다.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9개의 폭포가 이름처럼 마치 용이 빠져 나간 듯한 모양을 이루고 있었으며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에서 선녀가 목욕한 곳이라는 말이 실화로 생각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사진배경으로 담아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그 황홀한 폭포에 이 땅에 내가 서 있다는 것을 감사해 했다. 그 폭포처럼 ‘우리’라는 이름으로 같이 내려온다면, 한곳물이 올려 우렁찬 소리를 내며, 주위 바위들을 놀라게 하며, 우리 같이 그렇게 내린다면. 시샘어린 눈으로 폭포를 바라보며 나중에 우리 모습이 그와 같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폭포에서 내려와 교예단 티켓을 예매 했다.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고 관중석에 앉았다. 재주나 몇 번 넘겠지 하는 생각으로 게슴츠레하게 뜨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짧은 언어실력으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인간의 아름다움에 경이로웠다. 가까이에서 이름 부르면 들을 것 같은 그 거리에서 그들을 보기만 것은 나를 목마르게 했다. 관중이 무대에 올라 설 때에는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하는 부러움도 생겼다. 교예단의 몸짓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사이 끝날 시간은 다가오고 어느새 그들과 한 몸이 되어 공중 묘기를 하던 내 마음은 안타깝기만 했다.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아서 나는 끝내 찍지 말라던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우리 이제 다시 만나요~”하는 여가수의 목소리와 함께 손 흔드는 그들의 모습을 앵글로 잡은 카메라 렌즈가 뿌옇게 보였다. 어디서 나오는지 근원을 알 수 없는 뜨거운 무언가가 저 아래부터 치받혀 올라와 목이 막히고, 귀가 빨개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런 게 동포애라는 건지, 목구멍이 따가운 게 동포애라는 건지, 나는 그저 말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그렇게 그들과 이별했다.
마지막 날엔 해금강에 갔다. 가는 길 중간에 역시나 북한군이 서 있었다. 금강산을 바다에 옮겨 놓은 것 같다고 해서 해금이라 불린다는 그 곳의 경치는 금강산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여기저기 큰 바위들이 서서 멋진 경치를 연출하고 있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기분을 한층 더 즐겁게 해주었다. 바다저편 가까운 곳에 남한이 있다고 했다. 비무장지대를 지나며 했던 생각에 또 다시 마음이 아팠다. 해금강에서 북한 안내원과 잠시 인사도 나누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남한의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서 놀랐다. 나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며 따뜻하게 작별인사도 해주었다. 헤어지면서 통일이 되어서 꼭 다시 보자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이들도 통일을 생각하는 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 안내원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었다.
숙소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서울로 향했다. 지난 2박 3일 동안의 방문을 잊지 않기 위해 하나하나 생각하며 마음속에 새겨두었다. 첫 날처럼 까다로운 절차를 걸쳐서 비무장 지대에 들어섰다. 마지막 북한군을 보면서 북한의 비무장 지대를 지나 남한의 비무장지대로 들어섰다. 동해안 남북 출입 사무소에 도착해서 대형 버스로 갈아타고 서울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시골풍경을 보자 북한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며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였다. 다른 것은 없는데 우린 같지 않다…
금강산에 다녀오기 전엔, 아니 북한 사람들을 만나보기 전엔 통일에 대해서는 막연히 해야겠다는 생각정도밖에 없었다. 정작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통일에 대한 염원은 없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편견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방문을 통해서 한민족으로서의 북한, 그리고 이산가족도 아니고 전후 세대도 아닌 나에게 통일이 지니는 의미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북한과 남한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휴전선이 아닌 우리들의 마음의 벽이 아닐까? 통일이 되면 그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북한사람들과 함께 내가 가 보았던 곳을 또 한 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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