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인물의 행위나 의식 같은 전경(前景)보다, 그 밑그림이 되는 배경이 더 주요한 이해 문면으로 드러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혹은 굵직한 이야기 줄거리보다 세공된 언어의 세부들이 더 큰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우리는 『혼불』을 통해, 몸의 느낌에 맞게 조율된 문장의 리듬감이나, 우리네 이야기 방식에 걸맞게 구현된 서사나, 삶의 미세한 부분마저 놓치지 않은 담론 등이 한데 어우러진 마당에 참여하게 된다. 때로 우리는, 극채색의 이미지를 구사하여 생생한 감각을 전하면서 우리의 느낌에 파고들어 사무치기라도 할 듯한 언어의 주술에 은연중 휘말려들 것만 같다. 그것은 아마도 굿판에서 구구절절 터져나오는 넋두리의 정조에 휩싸여 어우러지거나, 판소리의 마당에 함께 하며 소리에 사로잡히는 것과도 비슷한 체험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열규 교수가 “한국인은 삶의 크고 작은 토막들을 통틀어서 ‘이야기’라고 했다”고 운을 떼고서 “전통적 이야기, 곧 전통적 서사가 오늘의 역사를 만나서 이룩한 최절정이 곧 『혼불』”이라고 고평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고 하겠다. 당당히 삶의 한 자리를 차지하였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오늘날 우리가 얻어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의외로 대단한 문화적 사건인 것이다. 다만 그 가치 있는 이야기를 이제 더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혼불」 작가 최명희(일요 인터뷰)경향신문 19970126
◎“혼불의 역사무대 6·25까지 확대”/“어둡고 아픈시대 사람들의 한 형상화/「근원에 대한 그리움」이 글쓰기 원동력”
□ 대담=이상문 문화1부장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엄동설한에도 작가 최명희씨(50)가 쓴 「혼불」(한길사·전10권)의 열기는 식을줄 모른다. 출간된지 1개월여만에 20만부가 팔리면서 대형 베스트셀러로 떠오르고 있는것. 그러나 「혼불」의 성가는 판매부수가 아닌 뛰어난 문학성에서 빛을 발한다. 또 한 작품에 17년을 매달린 작가의 치열성은 가벼운 글쓰기가 만연하는 오늘의 문학풍토에 경종을 울린다. 작가 최명희씨에게 「혼불」에 얽힌 얘기를 들어본다.
17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지으셨는데 감회가 새롭겠습니다.
『사람이 되고싶은 소망을 품고 백일동안 굴 속에서 어둠을 참고 기다리던 곰이 바깥나들이를 한 느낌입니다. 그러나 홀가분하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어느때보다 혼불과 밀착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혼불」 속 인물들을 하나하나 불러내어 한판 대동굿이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이에요』
그토록 오랫동안 매달리셨는데 혼불을 쓰게 된 특별한 동기라도 있으신지요.
『「근원에 대한 그리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를 있게 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윗대로 이어지는 세보의 사다리가 저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켰죠.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생각하며, 어떤 음식을 먹으며 살았을까. 이 평범하고 소박한 의문이 저를 17년간 붙들어 맨 근거가 된 것입니다』
혼불은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은 말인데 의미는 무엇인지요.
『사전에는 없지만 제 고향 전라도에서는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몸 속에는 누구한테나 있다고 하지요.그것이 바로 혼불로 생명의 불, 정신의 불을 뜻합니다. 그러나 저는 혼불의 유무를 떠나 「역사의 혼불」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어둡고 아픈 일제강점기에 혼불이 살아있는 시대를 꿈꾸는 사람들의 피맺힌 한을 그려보고자 했던 것이죠』
「혼불」을 읽고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순결한 모국어와 세시풍속, 관혼상제 등 전통생활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엿보이던데요.
『근원을 복원하고자 한 노력의 일환이 아닐까요. 한국인과 한국문화의 본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게 뭘까…, 이런 고민의 결과가 우리말, 전통 생활습관에 눈을 돌리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쉽게 버려지는 오늘의 세대에 진정한 생명소를 지닌 바탕을 드러내 보이고 싶었습니다』
전라도 남원 지방에서 살아가는 매안이씨 가문의 종부 3대 이야기가 작품의 골간을 이루는데 「혼불」의 실제 모델이 있는지요.
『저는 「혼불」의 무대와 모델을 묻는 독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보라고. 그속에 바로 혼불의 주인공들과 조상의 삶이 살아 숨쉬고 있다고. 굳이 얘기하라면 제가 그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수많은 여인들의 삶이 바로 소설로 형상화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철저히 발로 뛰며 취재해서 썼다고 들었습니다. 취재과정의 일화나 어려움을 들려주시지요.
『만주지방의 역사와 풍습, 지리를 취재하려고 64일간 취재여행을 떠난 것을 비롯, 작품 속 무대를 샅샅이 뒤졌지요. 특히 남원을 중심으로 한 남도일대는 지금도 손에 잡힐 듯 눈에 선합니다. 취재수첩만 해도 수십권에 달하고 만난 사람도 헤아릴 수 없지만 그때마다 설렘에 사로잡히곤 했지요』
「혼불」과 박경리씨의 「토지」를 비교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삶이 그만큼 폭이 넓고 깊이가 있어 여러 각도에서 그려질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문학은 비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작가 나름의 세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10권으로 묶어내고도 『아직 완간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했는데 그럼 「혼불」은 언제쯤 종지부를 찍게 될는지요.
『저도 알수 없어요. 그것은 곧 저의 삶이니까요. 30년대에서 시작해서 43년에 일단락됐지만 앞으로 해방이후 6·25까지는 갈 것이라고 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시지요.
『「혼불」의 작업과정에 얽힌 일화,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쓰려고 합니다. 몇가지 구상된 작품이 있습니다만 제가 하는 모든 이야기는 결국 「혼불」로 모이게 될 것입니다』
결론: 최명의 소설의 문학사적 의의
세계는 지금 서구 남성 이성 중심의 의식구조로 부터 벗어나고 있다.
즉 타자화되어 있던 여성 동앵 감성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유형화되지않은 여성 개체와 동양의 구체적인
민족과 국가등 개병자의 존재 규명을 위한 노력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정체성 회복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기존의 사랑적 규범에 대한 대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다각적인 관점을 존준함으로써 기존의 규
확실히 우리는 『혼불』을 통해, 몸의 느낌에 맞게 조율된 문장의 리듬감이나, 우리네 이야기 방식에 걸맞게 구현된 서사나, 삶의 미세한 부분마저 놓치지 않은 담론 등이 한데 어우러진 마당에 참여하게 된다. 때로 우리는, 극채색의 이미지를 구사하여 생생한 감각을 전하면서 우리의 느낌에 파고들어 사무치기라도 할 듯한 언어의 주술에 은연중 휘말려들 것만 같다. 그것은 아마도 굿판에서 구구절절 터져나오는 넋두리의 정조에 휩싸여 어우러지거나, 판소리의 마당에 함께 하며 소리에 사로잡히는 것과도 비슷한 체험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열규 교수가 “한국인은 삶의 크고 작은 토막들을 통틀어서 ‘이야기’라고 했다”고 운을 떼고서 “전통적 이야기, 곧 전통적 서사가 오늘의 역사를 만나서 이룩한 최절정이 곧 『혼불』”이라고 고평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고 하겠다. 당당히 삶의 한 자리를 차지하였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오늘날 우리가 얻어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의외로 대단한 문화적 사건인 것이다. 다만 그 가치 있는 이야기를 이제 더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혼불」 작가 최명희(일요 인터뷰)경향신문 19970126
◎“혼불의 역사무대 6·25까지 확대”/“어둡고 아픈시대 사람들의 한 형상화/「근원에 대한 그리움」이 글쓰기 원동력”
□ 대담=이상문 문화1부장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엄동설한에도 작가 최명희씨(50)가 쓴 「혼불」(한길사·전10권)의 열기는 식을줄 모른다. 출간된지 1개월여만에 20만부가 팔리면서 대형 베스트셀러로 떠오르고 있는것. 그러나 「혼불」의 성가는 판매부수가 아닌 뛰어난 문학성에서 빛을 발한다. 또 한 작품에 17년을 매달린 작가의 치열성은 가벼운 글쓰기가 만연하는 오늘의 문학풍토에 경종을 울린다. 작가 최명희씨에게 「혼불」에 얽힌 얘기를 들어본다.
17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지으셨는데 감회가 새롭겠습니다.
『사람이 되고싶은 소망을 품고 백일동안 굴 속에서 어둠을 참고 기다리던 곰이 바깥나들이를 한 느낌입니다. 그러나 홀가분하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어느때보다 혼불과 밀착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혼불」 속 인물들을 하나하나 불러내어 한판 대동굿이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이에요』
그토록 오랫동안 매달리셨는데 혼불을 쓰게 된 특별한 동기라도 있으신지요.
『「근원에 대한 그리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를 있게 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윗대로 이어지는 세보의 사다리가 저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켰죠.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생각하며, 어떤 음식을 먹으며 살았을까. 이 평범하고 소박한 의문이 저를 17년간 붙들어 맨 근거가 된 것입니다』
혼불은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은 말인데 의미는 무엇인지요.
『사전에는 없지만 제 고향 전라도에서는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몸 속에는 누구한테나 있다고 하지요.그것이 바로 혼불로 생명의 불, 정신의 불을 뜻합니다. 그러나 저는 혼불의 유무를 떠나 「역사의 혼불」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어둡고 아픈 일제강점기에 혼불이 살아있는 시대를 꿈꾸는 사람들의 피맺힌 한을 그려보고자 했던 것이죠』
「혼불」을 읽고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순결한 모국어와 세시풍속, 관혼상제 등 전통생활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엿보이던데요.
『근원을 복원하고자 한 노력의 일환이 아닐까요. 한국인과 한국문화의 본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게 뭘까…, 이런 고민의 결과가 우리말, 전통 생활습관에 눈을 돌리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쉽게 버려지는 오늘의 세대에 진정한 생명소를 지닌 바탕을 드러내 보이고 싶었습니다』
전라도 남원 지방에서 살아가는 매안이씨 가문의 종부 3대 이야기가 작품의 골간을 이루는데 「혼불」의 실제 모델이 있는지요.
『저는 「혼불」의 무대와 모델을 묻는 독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보라고. 그속에 바로 혼불의 주인공들과 조상의 삶이 살아 숨쉬고 있다고. 굳이 얘기하라면 제가 그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수많은 여인들의 삶이 바로 소설로 형상화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철저히 발로 뛰며 취재해서 썼다고 들었습니다. 취재과정의 일화나 어려움을 들려주시지요.
『만주지방의 역사와 풍습, 지리를 취재하려고 64일간 취재여행을 떠난 것을 비롯, 작품 속 무대를 샅샅이 뒤졌지요. 특히 남원을 중심으로 한 남도일대는 지금도 손에 잡힐 듯 눈에 선합니다. 취재수첩만 해도 수십권에 달하고 만난 사람도 헤아릴 수 없지만 그때마다 설렘에 사로잡히곤 했지요』
「혼불」과 박경리씨의 「토지」를 비교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삶이 그만큼 폭이 넓고 깊이가 있어 여러 각도에서 그려질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문학은 비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작가 나름의 세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10권으로 묶어내고도 『아직 완간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했는데 그럼 「혼불」은 언제쯤 종지부를 찍게 될는지요.
『저도 알수 없어요. 그것은 곧 저의 삶이니까요. 30년대에서 시작해서 43년에 일단락됐지만 앞으로 해방이후 6·25까지는 갈 것이라고 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시지요.
『「혼불」의 작업과정에 얽힌 일화,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쓰려고 합니다. 몇가지 구상된 작품이 있습니다만 제가 하는 모든 이야기는 결국 「혼불」로 모이게 될 것입니다』
결론: 최명의 소설의 문학사적 의의
세계는 지금 서구 남성 이성 중심의 의식구조로 부터 벗어나고 있다.
즉 타자화되어 있던 여성 동앵 감성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유형화되지않은 여성 개체와 동양의 구체적인
민족과 국가등 개병자의 존재 규명을 위한 노력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정체성 회복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기존의 사랑적 규범에 대한 대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다각적인 관점을 존준함으로써 기존의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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