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서론
2. 구인회 결성의 경위와 배경
3. 구인회 동인들의 신감각
4. 결론
2. 구인회 결성의 경위와 배경
3. 구인회 동인들의 신감각
4. 결론
본문내용
이 척촉처럼 란만하다 - 홍역
청제비 제날개에 미끄러져 도-레 - 바다1
지구는 연닢인 양 옴으라들고 … 펴고 - 바다2
오리 모가지는
자꼬 간지러워 - 호수
유병석은 지용시의 이와 같은 시구들이 영미의 이미지즘 운동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각적 심상의 중시, 서구적 체취, 기지의 번득임, 경쾌한 말투, 주관적 감각의 전이 내지 투영, 무생물의 의인화 … 등 전대의 시에서는 보기 드문 갖은 수사적 기교의 전시장과도 같다.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다 - 춘설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 고향
위의 시행들도 지용시에서나 발견되는 가구의 예문들이리라. 그러나 이런 것들은 감각적 표현을 통한 심상화라는 방법론에서 신감각파적 기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이와 같은 시의 양상은 김기림이나, 또는 구인회의 가담자는 아니나 김광균 같은 사람의 시에서 어쩌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 기차는 당나귀같이 슬픈 고동을 울리고
락엽에 덮힌 정차장 지붕우엔
가마귀 한마리가 서글픈 얼굴을 하고
코발트빛 하늘을 쪼고 있었다. - 북청 가까운 풍경
양철로 만든 달이 하나 수면 위에 떨어지고
부서지는 얼음소리가
날카로운 호적같이 옷소매에 스며든다. - 성호부근
그러나 위의 시에서 보듯이 김광균의 시에서는 정지용김기림 등에게서와는 달리 비정적 횡물성보다는 사물의 유정화가 감지된다.
(2) 소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체가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회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릿 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파라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나는 또 여인과 생활을 설계하오. 연애 기법에마저 서먹서먹해진 지성의 극치를 흘깃 좀 들여다본 일이 있는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분일자 말이오…….
이상은 이상의 소설 날개의 프롤로그의 서두다. 일찌기 다른 작가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인텔리 청년의 자의식을 내비친 일종의 지적 유희 내지 말장난 같은 인상을 풍긴다. 이런 것을 비평가들은 신심리주의 소설이라 호칭한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이런 색다른 표현이야말로 글자 그대로 신감각파로서의 이상의 면모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이와 같은 ‘최첨단’의 감각적 내지 지적 표현은 신감각파의 원조인 횡광리일조차도 무색하게 만들기 십상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비록 이상을 따라잡지는 못했으나, 부분적으로는 이상의 신감각파적 문장에 비견할 만한 ‘참신’하고 ‘서구적’인 문체를 여타의 신감각파 작가들에게서 찾아 볼 수 있다.
(1) 이태준의 경우
이태준의 까마귀는 무명의 청년 작가의 어느 폐결핵을 앓고 있는 젊은 여성에 대한 서글픈 풋사랑을 제재로 하고 있다.
가난한 그는 어느 한 해 겨울을 산기슭에 있는 친구네 별장에서 나게 된다. 유난히 까마귀가 모여드는 것에 마음이 쓰이나, 그 밖에는 이렇다 할 일도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여느 때와는 달리 이른 아침 잠에서 깬 ‘그’가 밖에 나가니 웬 낯선 젊은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눈에 비친 여자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머리는 틀어올리었고 저고리는 노르스름한 명주빛인데 고동색 스웨터를 아이 업듯, 두 소매는 앞으로 늘어뜨리고 등에만 걸치었을 뿐, 꽤 날씬한 허리 아래엔 옥색 치맛자락이 부드러운 물결처럼 가벼운 주름살을 일으키었다. 빨간 단풍잎 하나를 들었을 뿐, 고요한 아침 산보인 듯하다.
‘누굴까?’
그는 장정 고운 신간서에서처럼 호기심이 일었다. 가까이 축대 아래로 지나가는 것을 보니 새 양봉투 같은 깨끗한 이마에 눈결은 뉘어 쓴 영국 글씨같이 채근하다. 꼭 다른 입술, 그리고 뾰르통한 콧봉우리는 약간ㅎ지 않은 프라이드가 느껴지는 얼굴이다.(방점 -- 필자)
여자의 모습은 90년대의 도시 여성이나 여대생처럼 세련되게 묘사되었다. 동시에 작가 자신의 지적 풍모와 교양인다운 감수성까지 은연중에 풍긴다. 그리고 위의 예문이야말로 가히 신감각파 문장의 표본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 같다.
지은이의 신감각파다운 면모는, 폐결핵을 앓다가 끝내 죽는 이 미녀와 자신과의 관계를 포오(Poe, Edgar Allan)의 시 까마귀(The Raven)의 작중 화자와 죽은 미녀인 레노어에 빗대고 있는 대목에서도 확인된다. 포오의 까마귀의 내용을 다소라도 알지 못하고서는 이 소설을 제대로 읽어낼 수도 감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까마귀들은 이 날 저녁에도 별다른 소리는 없이 그저 까악까악거리다가 이따금씩 까르르하고 그 CA 아래 R가 한없이 붙은 발음을 내곤 하였다.
와 같이 굳이 알파베트 문자까지 차용해서 표현한 것에도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태준의 소설에서 신감각파적 문장을 찾아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석양은 여러 모로 까마귀의 변주곡이라 할까 아니면 자매편이라 할 수도 있겠는데, 우선 등장 인물들의 설정이 그렇고 이야기 줄거리가 그러하다.
주인공인 매헌은 이미 가정을 가진 중년의 작가다. 그런데 관광차 내려간 경주에서 우연히 젊은 처녀를 만난다. 함께 어울려 며칠 동안 여기저기 명소를 찾아다니는 동안 주인공은 지적이면서도 천진스럽기만 한 이 처녀에 연정을 품게 된다. 그러나 해운대 온천장의 여관에 함께 (방은 안에서 연결된 이웃 방임) 투숙까지 했으나 주인공이 아침에 일어나 보니, 머리맡에 한 장의 편지가 놓여 있고 처녀는 이미 떠나간 후였다는 것이다. 내용인즉, 자신은 최근에 약혼을 했다는 것, 오늘 아침 배로 동경에서 약혼자가 도착하므로 마중간다는 것, 자기네 두 사람을 축복해 달라는 것, 이상이다.
‘석양’은 주인공이 처녀를 떠나보낸 후의 허전한 심사를 달래기 위해 해운대 해변을 산책하는 이 소설의 마지막 ‘씬’이자 주인공의 로년에 대한 자의식을 ‘오버 랩’시킨 것임이 드러난다.
그런데 이 소설의 군데군데에도, ‘까마귀’에서와 마찬가지로 신감각파적 문례가 산견된다.
으젓한 말소리를 듣고 보니 가슴서껀 키서껀 소녀는 아니다. 흰바탕에 초록나무잎이 듬성 듬성 찍힌 수수한 원 - 피쓰로 우아래가 설멍허니 드러났다.
청제비 제날개에 미끄러져 도-레 - 바다1
지구는 연닢인 양 옴으라들고 … 펴고 - 바다2
오리 모가지는
자꼬 간지러워 - 호수
유병석은 지용시의 이와 같은 시구들이 영미의 이미지즘 운동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각적 심상의 중시, 서구적 체취, 기지의 번득임, 경쾌한 말투, 주관적 감각의 전이 내지 투영, 무생물의 의인화 … 등 전대의 시에서는 보기 드문 갖은 수사적 기교의 전시장과도 같다.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다 - 춘설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 고향
위의 시행들도 지용시에서나 발견되는 가구의 예문들이리라. 그러나 이런 것들은 감각적 표현을 통한 심상화라는 방법론에서 신감각파적 기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이와 같은 시의 양상은 김기림이나, 또는 구인회의 가담자는 아니나 김광균 같은 사람의 시에서 어쩌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 기차는 당나귀같이 슬픈 고동을 울리고
락엽에 덮힌 정차장 지붕우엔
가마귀 한마리가 서글픈 얼굴을 하고
코발트빛 하늘을 쪼고 있었다. - 북청 가까운 풍경
양철로 만든 달이 하나 수면 위에 떨어지고
부서지는 얼음소리가
날카로운 호적같이 옷소매에 스며든다. - 성호부근
그러나 위의 시에서 보듯이 김광균의 시에서는 정지용김기림 등에게서와는 달리 비정적 횡물성보다는 사물의 유정화가 감지된다.
(2) 소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체가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회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릿 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파라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나는 또 여인과 생활을 설계하오. 연애 기법에마저 서먹서먹해진 지성의 극치를 흘깃 좀 들여다본 일이 있는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분일자 말이오…….
이상은 이상의 소설 날개의 프롤로그의 서두다. 일찌기 다른 작가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인텔리 청년의 자의식을 내비친 일종의 지적 유희 내지 말장난 같은 인상을 풍긴다. 이런 것을 비평가들은 신심리주의 소설이라 호칭한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이런 색다른 표현이야말로 글자 그대로 신감각파로서의 이상의 면모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이와 같은 ‘최첨단’의 감각적 내지 지적 표현은 신감각파의 원조인 횡광리일조차도 무색하게 만들기 십상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비록 이상을 따라잡지는 못했으나, 부분적으로는 이상의 신감각파적 문장에 비견할 만한 ‘참신’하고 ‘서구적’인 문체를 여타의 신감각파 작가들에게서 찾아 볼 수 있다.
(1) 이태준의 경우
이태준의 까마귀는 무명의 청년 작가의 어느 폐결핵을 앓고 있는 젊은 여성에 대한 서글픈 풋사랑을 제재로 하고 있다.
가난한 그는 어느 한 해 겨울을 산기슭에 있는 친구네 별장에서 나게 된다. 유난히 까마귀가 모여드는 것에 마음이 쓰이나, 그 밖에는 이렇다 할 일도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여느 때와는 달리 이른 아침 잠에서 깬 ‘그’가 밖에 나가니 웬 낯선 젊은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눈에 비친 여자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머리는 틀어올리었고 저고리는 노르스름한 명주빛인데 고동색 스웨터를 아이 업듯, 두 소매는 앞으로 늘어뜨리고 등에만 걸치었을 뿐, 꽤 날씬한 허리 아래엔 옥색 치맛자락이 부드러운 물결처럼 가벼운 주름살을 일으키었다. 빨간 단풍잎 하나를 들었을 뿐, 고요한 아침 산보인 듯하다.
‘누굴까?’
그는 장정 고운 신간서에서처럼 호기심이 일었다. 가까이 축대 아래로 지나가는 것을 보니 새 양봉투 같은 깨끗한 이마에 눈결은 뉘어 쓴 영국 글씨같이 채근하다. 꼭 다른 입술, 그리고 뾰르통한 콧봉우리는 약간ㅎ지 않은 프라이드가 느껴지는 얼굴이다.(방점 -- 필자)
여자의 모습은 90년대의 도시 여성이나 여대생처럼 세련되게 묘사되었다. 동시에 작가 자신의 지적 풍모와 교양인다운 감수성까지 은연중에 풍긴다. 그리고 위의 예문이야말로 가히 신감각파 문장의 표본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 같다.
지은이의 신감각파다운 면모는, 폐결핵을 앓다가 끝내 죽는 이 미녀와 자신과의 관계를 포오(Poe, Edgar Allan)의 시 까마귀(The Raven)의 작중 화자와 죽은 미녀인 레노어에 빗대고 있는 대목에서도 확인된다. 포오의 까마귀의 내용을 다소라도 알지 못하고서는 이 소설을 제대로 읽어낼 수도 감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까마귀들은 이 날 저녁에도 별다른 소리는 없이 그저 까악까악거리다가 이따금씩 까르르하고 그 CA 아래 R가 한없이 붙은 발음을 내곤 하였다.
와 같이 굳이 알파베트 문자까지 차용해서 표현한 것에도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태준의 소설에서 신감각파적 문장을 찾아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석양은 여러 모로 까마귀의 변주곡이라 할까 아니면 자매편이라 할 수도 있겠는데, 우선 등장 인물들의 설정이 그렇고 이야기 줄거리가 그러하다.
주인공인 매헌은 이미 가정을 가진 중년의 작가다. 그런데 관광차 내려간 경주에서 우연히 젊은 처녀를 만난다. 함께 어울려 며칠 동안 여기저기 명소를 찾아다니는 동안 주인공은 지적이면서도 천진스럽기만 한 이 처녀에 연정을 품게 된다. 그러나 해운대 온천장의 여관에 함께 (방은 안에서 연결된 이웃 방임) 투숙까지 했으나 주인공이 아침에 일어나 보니, 머리맡에 한 장의 편지가 놓여 있고 처녀는 이미 떠나간 후였다는 것이다. 내용인즉, 자신은 최근에 약혼을 했다는 것, 오늘 아침 배로 동경에서 약혼자가 도착하므로 마중간다는 것, 자기네 두 사람을 축복해 달라는 것, 이상이다.
‘석양’은 주인공이 처녀를 떠나보낸 후의 허전한 심사를 달래기 위해 해운대 해변을 산책하는 이 소설의 마지막 ‘씬’이자 주인공의 로년에 대한 자의식을 ‘오버 랩’시킨 것임이 드러난다.
그런데 이 소설의 군데군데에도, ‘까마귀’에서와 마찬가지로 신감각파적 문례가 산견된다.
으젓한 말소리를 듣고 보니 가슴서껀 키서껀 소녀는 아니다. 흰바탕에 초록나무잎이 듬성 듬성 찍힌 수수한 원 - 피쓰로 우아래가 설멍허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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