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린-염소르 모는 여자

소개글

전경린-염소르 모는 여자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목차

Ⅰ.서론
Ⅱ.본론
1. 일상에 갇힌 본질
2. 우연 혹은 예정된 균열
3. 본질의 발견
4. 숲으로 가는 길
Ⅲ.결론

본문내용

금새라도 화륵 타오를 것 같은 야릇한 평화를 거느리고…… (p.16)
하지만 그녀는 쉽사리 염소를 맡기로 결정하지는 못한다. 그러던 중 대학 동창들의 모임에서 친구 정연에게 이 얘기를 꺼냈다가 그것이 인연이라는 농담 섞인 부추김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녀는 염소가 자신을 찾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생각은 그녀의 마음을 가볍게 하여 염소를 맡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문득 염소를 나흘쯤 돌보아주는 것도 괜찮을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혼의 성소와 자아주의자는 어울리는 쌍이니까. 하필이면 나에게 염소를 맡기고 싶어 한 것은 그 남자가 아니라 염소 자신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 염소가 지난 몇 개월 동안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고 집요하게 내게 오고 싶어했던 것이라면…… (p.24)
이 소설에서 염소는 어느 낯선 남자의 ‘새어머니의 영혼’인 동시에 주인공의 마음속에 묻혀 있던 야생의 습성, 정열 혹은 욕망을 되비춰주는 구실을 한다. 달리 말하면, 권태로운 일상에 묻혀 있던 영혼(여성의 자기 정체성)을 일깨우는 매개체인 셈이다.
염소가 굳이 나에게로 오려 했다면. 이제 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염소는 자신이 단지 염소일 뿐이라는 그 태연한 사실을 통해 닫힌 우물처럼 내 몸속에 묻혀 있던 또 하나의 염소의 얼굴을 비추어주는 것이었다. (p.63)
결국 주인공은 염소를 맡는다. 그녀는 자신이 염소를 맡고 싶은 욕망과 염소를 맡아서는 안된다는 인내 사이에서 혼란 하는 것을 그만두고, 자신의 마음이 내키는 대로 염소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남편은 그녀의 마음이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염소를 거부한다.
그날 밤 남편이 취한 조치는 간단했다. 그는 염소를 계단참까지 내쫓고 샤워를 하기 위해 목욕탕에 들어갔다. (…중략…) 그가 일언반구도 없이 베란다에 묶여 있던 염소를 풀어 계단 밖으로 내몰고 현관문을 꽝 닫았을 때 내 몸을 뚫고 갔던 전율이 되살아났다. 그의 몸을 향해 날아가 꽝 부딪혀 깨어지고 싶은 폭력적인 충동. 산산이 깨어져 내가 나의 복부를 가르고 영원히 밖으로 나가버리고 싶은 격렬한 열망……. (p.40)
자신의 아내가 염소를 맡게 된 사연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지도 않고, 염소를 밖에다 버리는 행동에서 이미 이들 부부에게는 진정한 대화가 두절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가정이 무너져 가는 원인은 남편의 외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녀의 남편은 이웃 사무실 아가씨와 바람을 피웠다. 아내가 생일날 보고 싶다고 귀띔해둔 영화를 그 아가씨와 이미 보아버렸었다. 그래서 미소는 다음날 낮에 혼자서 그 영화를 보러갔다가 이상한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이때 받은 윤미소의 정신적 상처는 악몽으로 재현된다. 악몽에서 남편은 다른 여자와 성행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옆에서 또 다른 한 늙은 남자는 계속 검은 봉지를 부시럭거린다. 미소는 남편의 외도를 눈앞에서 보고도 아무 제지를 하지 못한다. 이는 현실에서 그녀가 남편의 외도를 알고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저 방관하기만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소제목 ‘장자의 연인’은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에 그 뜻을 둔다. 현실에서의 그녀도 꿈에서 그녀도 남편의 외도를 그치게 할 수도 하려는 의지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녀는 이미 남편에 대한 믿음을 잃었으며, 더 이상 그녀에게 결혼 생활은 의미가 없다.
나는 명백하게 캐내지도 못했고 용서하지도 못했다. (…중략…) 남편은 아직 그들이 결백한 사이 이며, 다시는 만나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중략…) 일찍 들어오든, 늦게 들어오든, 나는 더 이상 남편을 믿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결혼의 신성한 봉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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