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Ⅰ. 여는 말
Ⅱ. 작가 및 작품 소개
1.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삶과 작풍
2.《보바리 부인》 줄거리
Ⅲ. 심리주의의 창으로 본 보바리 부인
1.《보바리 부인》에 투영된 플로베르의 자아
2. 엠마 보바리의 무의식과 욕망
3. 이 시대, 우리들의 ‘보바리즘’
Ⅳ.맺는 말
Ⅱ. 작가 및 작품 소개
1.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삶과 작풍
2.《보바리 부인》 줄거리
Ⅲ. 심리주의의 창으로 본 보바리 부인
1.《보바리 부인》에 투영된 플로베르의 자아
2. 엠마 보바리의 무의식과 욕망
3. 이 시대, 우리들의 ‘보바리즘’
Ⅳ.맺는 말
본문내용
생각은 하염없이 방황하고 있었다.
이윽고 생각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주저앉아 양산 끝으로 잔디를 콕콕 찌르며 중얼거렸다.
“아! 왜 결혼 같은 걸 했지?” 귀스타브 플로베르, 민희식 옮김, 《보바리 부인》, 신원 문화사, 2005, 72
/10
이 장면은 의미 없는 산책 장면이 아니다. 사실적인 장면 이면에는, 앞으로 전개될 엠마 보바리의 욕망의 환유 과정을 묘사를 통해 압축해 놓았다. 첫째로 원을 그리며 들판을 뛰노는 그레이하운드를 살펴보자. 그레이하운드는 원을 그리며 들판을 달리다가 세 가지 대상에 반응을 보이지만 달리는 그 자체는 무(無)목적성을 가진다. 엠마의 욕망도 이처럼 차례로 대상을 가지지만 그 자체로는 무목적성을 지니며, 원을 그리며 도는 행위와 같이 단순한 욕구가 행동으로 변환되어 점점 심화된다. 나비를 보고 짖다가, 들쥐를 쫓아다니고, 양귀비를 물어뜯는 과정에서 그레이하운드의 조금씩 격렬해지는 대상에 대한 반응은 엠마 보바리의 대상에 대한 욕망 또한 커져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둘째로 살펴 볼 대상은 그레이하운드가 처음으로 반응을 보이는 대상, 나비이다. 나비는 강아지의 관심을 끌지만 잡겠다는 엄두도 못 낼 존재이므로 그저 바라보며 짖을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그녀가 동경해 마지않았던 보비에사르 후작과, 그보다는 좀 더 가까이 할 수 있었지만 그 역시 잡을 수는 없었던 레옹을 나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엠마 보바리는 벗어나고픈 현실에서 낭만과 몽상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겉보기에 정숙하고 착실한 유부녀였다. 보비에사르 무도회에서의 화려한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옅어졌고, 레옹은 파리로 떠나버렸기 때문에 그녀의 욕망은 땅에 발을 딛지 못하고 나비처럼 날아가버린다.
셋째로 살펴볼 것은 욕망을 완전히 충족시켜 보지도 못하고 떠나보낸 그녀에게 황홀감을 안겨 준 들쥐로 대변되는 로돌프이다. 계획적으로 그녀를 유혹했다가 그녀에게 질리자 금새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그는 들쥐와 꼭 닮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라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쫓기까지 하는 욕망의 대담성이 그와의 만남을 계기로 커지기 때문이다. 쫓는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로돌프 또한 완전히 엠마의 손에 잡힌 존재는 아니며 함께 도망가자는 그녀와의 약속을 깨뜨리고 자취를 감춘다.
황홀감을 맛보았던 사랑이 들쥐의 약삭빠른 도망으로 환멸로 바뀌었을 때, 레옹이 파리에서 돌아온다. 그녀의 생애에서 마지막으로 피어나는 꽃, 저 핏빛으로 붉게 피어났다가 건드리기만 하면 쉬 시들어버리는 “개양귀비”꽃 김화영,《발자크와 플로베르》, 고려대학교 출판부, 2000, 172~175
은 레옹과의 사랑을 나타낸다. 세 번째 대상에서, 그녀의 욕망은 “물어뜯는” 과격함을 보인다. 그녀의 욕망은 대담해지고 도덕성은 옅어졌지만 그래도 이전까진 낭만의 정서를 풍기던 것이, 호텔방에서의 밀회를 거쳐 마차 드라이브 장면에 이르러서는 노골적으로 음란해진다. 이번에야말로 오롯이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가 싶더니 뜻밖의 파산으로 엠마는 자살을 감행한다.
아마도 엠마는 잊고 있던 젊은 날의 신비로운 황홀감을, 이제 새로 시작되려고 하는 영생의 전망과 함께 이상한 평화 속에서 또다시 발견한 것이리라 … 중략
그리고 엠마는 웃기 시작했다. 거지의 추악한 얼굴이 괴물처럼 지옥의 영원한 암흑 속에 우뚝 서 있는 것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잔인하게 미친 듯이 절망적으로 웃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민희식 옮김, 《보바리 부인》, 신원 문화사, 2005, 544~547
/10
독약을 먹은 엠마 보바리의 죽기 직전 모습이다. 신부가 오자 그녀는 황홀감을 느꼈고, 거지가 오자 그녀는 절망적으로 웃었다. 죽음만이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라는 라캉의 말처럼 그녀는 죽음의 순간에 완전한 욕망 충족을 경험한 동시에, 거지의 노랫소리에 때로는 외면하고, 때로는 왜곡시켰던 자신의 현실을 직시한 비참함에 절망적으로 웃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거울 단계에 머문 주체, 엠마 보바리는 욕망의 대상이 자신의 결핍을 완전히 채워줄 것이라는 우를 범한다.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것을 현실이라 여기고 끊임없이 그것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죽음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그녀를 지탱하고 있었던 것이 현실임을 깨닫는다. 자작과 레옹Ⅰ - 로돌프 - 레옹Ⅱ의 대상을 거치며 막연한 동경에서 구체적 욕망으로, 구체적 욕망에서 욕망의 실현으로 옮겨가는 과정은 ‘욕망의 환유성’을 잘 드러내준다. 대상을 욕망하고, 대상이 결핍을 채워주지 못함을 깨닫고, 또 다른 대상을 욕망하는 것을 반복하고서 죽음에 이르러서야 사치로 인한 파산이라는 자신의 현실을 직시한, 다시 말해 ‘보여지는’ 주체의 단계로 진입한 엠마 보바리. 그녀가 죽지 않았다면 욕망은 환유한다는 라캉의 이론에 따라, 그녀는 레옹이 아닌 또다른 대상을 욕망하고 있을 것이다.
3. 이 시대, 우리들의 ‘보바리즘’
《보바리 부인》이 출판되었을 당시 ‘보바리즘’이 유행했다고 한다. 쥘 드 고티에가 명명한‘보바리즘’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다르게 상상하는 기능’을 뜻하는 것이다. 엠마의 경우 보바리즘이 불륜의 형태로 발현했지만,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든 인간은 현실에서 가능한 것 이상을 꿈꾼다는 점에서 보바리 부인(엠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불륜이나 일탈 행위를 비난하면서도, 그러한 주제들이 문학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끊임없이 다루어지고 관심을 끄는 것은 마음속에 보바리즘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보바리 부인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리틀 칠드런에 나오는 독서 모임에 온 두 여자(여자 주인공과 여자1)의 대화에서 우리는 《보바리 부인》을 대하는 독자의 심리를 알 수 있다.
“이 책 좋으셨던 분 있었어요? 전 정말 싫었어요. 아주 침울해요. 두 남자랑 바람을 피우면서 재산을 탕진하고. 쥐약으로 자살하는 건데 읽을 필요가 있을까요?”- 여자 1
“그녀는 낭만을 원했던 거에요. 저 스스로도 같은 문제가 있었거든요. 대학원 때 읽었는데 보바리 부인이 바보처럼 보였어요. 잘못된 남자와 결혼을 하고 계속해서 실수를 하죠. 하지만 이번에 읽었을 때는 그녀에게 매혹
이윽고 생각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주저앉아 양산 끝으로 잔디를 콕콕 찌르며 중얼거렸다.
“아! 왜 결혼 같은 걸 했지?” 귀스타브 플로베르, 민희식 옮김, 《보바리 부인》, 신원 문화사, 2005,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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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의미 없는 산책 장면이 아니다. 사실적인 장면 이면에는, 앞으로 전개될 엠마 보바리의 욕망의 환유 과정을 묘사를 통해 압축해 놓았다. 첫째로 원을 그리며 들판을 뛰노는 그레이하운드를 살펴보자. 그레이하운드는 원을 그리며 들판을 달리다가 세 가지 대상에 반응을 보이지만 달리는 그 자체는 무(無)목적성을 가진다. 엠마의 욕망도 이처럼 차례로 대상을 가지지만 그 자체로는 무목적성을 지니며, 원을 그리며 도는 행위와 같이 단순한 욕구가 행동으로 변환되어 점점 심화된다. 나비를 보고 짖다가, 들쥐를 쫓아다니고, 양귀비를 물어뜯는 과정에서 그레이하운드의 조금씩 격렬해지는 대상에 대한 반응은 엠마 보바리의 대상에 대한 욕망 또한 커져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둘째로 살펴 볼 대상은 그레이하운드가 처음으로 반응을 보이는 대상, 나비이다. 나비는 강아지의 관심을 끌지만 잡겠다는 엄두도 못 낼 존재이므로 그저 바라보며 짖을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그녀가 동경해 마지않았던 보비에사르 후작과, 그보다는 좀 더 가까이 할 수 있었지만 그 역시 잡을 수는 없었던 레옹을 나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엠마 보바리는 벗어나고픈 현실에서 낭만과 몽상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겉보기에 정숙하고 착실한 유부녀였다. 보비에사르 무도회에서의 화려한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옅어졌고, 레옹은 파리로 떠나버렸기 때문에 그녀의 욕망은 땅에 발을 딛지 못하고 나비처럼 날아가버린다.
셋째로 살펴볼 것은 욕망을 완전히 충족시켜 보지도 못하고 떠나보낸 그녀에게 황홀감을 안겨 준 들쥐로 대변되는 로돌프이다. 계획적으로 그녀를 유혹했다가 그녀에게 질리자 금새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그는 들쥐와 꼭 닮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라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쫓기까지 하는 욕망의 대담성이 그와의 만남을 계기로 커지기 때문이다. 쫓는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로돌프 또한 완전히 엠마의 손에 잡힌 존재는 아니며 함께 도망가자는 그녀와의 약속을 깨뜨리고 자취를 감춘다.
황홀감을 맛보았던 사랑이 들쥐의 약삭빠른 도망으로 환멸로 바뀌었을 때, 레옹이 파리에서 돌아온다. 그녀의 생애에서 마지막으로 피어나는 꽃, 저 핏빛으로 붉게 피어났다가 건드리기만 하면 쉬 시들어버리는 “개양귀비”꽃 김화영,《발자크와 플로베르》, 고려대학교 출판부, 2000, 172~175
은 레옹과의 사랑을 나타낸다. 세 번째 대상에서, 그녀의 욕망은 “물어뜯는” 과격함을 보인다. 그녀의 욕망은 대담해지고 도덕성은 옅어졌지만 그래도 이전까진 낭만의 정서를 풍기던 것이, 호텔방에서의 밀회를 거쳐 마차 드라이브 장면에 이르러서는 노골적으로 음란해진다. 이번에야말로 오롯이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가 싶더니 뜻밖의 파산으로 엠마는 자살을 감행한다.
아마도 엠마는 잊고 있던 젊은 날의 신비로운 황홀감을, 이제 새로 시작되려고 하는 영생의 전망과 함께 이상한 평화 속에서 또다시 발견한 것이리라 … 중략
그리고 엠마는 웃기 시작했다. 거지의 추악한 얼굴이 괴물처럼 지옥의 영원한 암흑 속에 우뚝 서 있는 것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잔인하게 미친 듯이 절망적으로 웃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민희식 옮김, 《보바리 부인》, 신원 문화사, 2005, 544~547
/10
독약을 먹은 엠마 보바리의 죽기 직전 모습이다. 신부가 오자 그녀는 황홀감을 느꼈고, 거지가 오자 그녀는 절망적으로 웃었다. 죽음만이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라는 라캉의 말처럼 그녀는 죽음의 순간에 완전한 욕망 충족을 경험한 동시에, 거지의 노랫소리에 때로는 외면하고, 때로는 왜곡시켰던 자신의 현실을 직시한 비참함에 절망적으로 웃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거울 단계에 머문 주체, 엠마 보바리는 욕망의 대상이 자신의 결핍을 완전히 채워줄 것이라는 우를 범한다.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것을 현실이라 여기고 끊임없이 그것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죽음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그녀를 지탱하고 있었던 것이 현실임을 깨닫는다. 자작과 레옹Ⅰ - 로돌프 - 레옹Ⅱ의 대상을 거치며 막연한 동경에서 구체적 욕망으로, 구체적 욕망에서 욕망의 실현으로 옮겨가는 과정은 ‘욕망의 환유성’을 잘 드러내준다. 대상을 욕망하고, 대상이 결핍을 채워주지 못함을 깨닫고, 또 다른 대상을 욕망하는 것을 반복하고서 죽음에 이르러서야 사치로 인한 파산이라는 자신의 현실을 직시한, 다시 말해 ‘보여지는’ 주체의 단계로 진입한 엠마 보바리. 그녀가 죽지 않았다면 욕망은 환유한다는 라캉의 이론에 따라, 그녀는 레옹이 아닌 또다른 대상을 욕망하고 있을 것이다.
3. 이 시대, 우리들의 ‘보바리즘’
《보바리 부인》이 출판되었을 당시 ‘보바리즘’이 유행했다고 한다. 쥘 드 고티에가 명명한‘보바리즘’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다르게 상상하는 기능’을 뜻하는 것이다. 엠마의 경우 보바리즘이 불륜의 형태로 발현했지만,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든 인간은 현실에서 가능한 것 이상을 꿈꾼다는 점에서 보바리 부인(엠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불륜이나 일탈 행위를 비난하면서도, 그러한 주제들이 문학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끊임없이 다루어지고 관심을 끄는 것은 마음속에 보바리즘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보바리 부인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리틀 칠드런에 나오는 독서 모임에 온 두 여자(여자 주인공과 여자1)의 대화에서 우리는 《보바리 부인》을 대하는 독자의 심리를 알 수 있다.
“이 책 좋으셨던 분 있었어요? 전 정말 싫었어요. 아주 침울해요. 두 남자랑 바람을 피우면서 재산을 탕진하고. 쥐약으로 자살하는 건데 읽을 필요가 있을까요?”- 여자 1
“그녀는 낭만을 원했던 거에요. 저 스스로도 같은 문제가 있었거든요. 대학원 때 읽었는데 보바리 부인이 바보처럼 보였어요. 잘못된 남자와 결혼을 하고 계속해서 실수를 하죠. 하지만 이번에 읽었을 때는 그녀에게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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