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과 기독교
본 자료는 3페이지 의 미리보기를 제공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여 주세요.
닫기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해당 자료는 3페이지 까지만 미리보기를 제공합니다.
3페이지 이후부터 다운로드 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개글

밀양과 기독교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광주의 시위 현장에 투입된다는 사실도 모르는 채.)
- 감독님 영화 속에서 인물들은 종종 어디로 갈지조차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위의 장면 외에도 '박하사탕'에선 주인공이 경찰관으로 일할 때의 선배와 밥을 먹으러 나갈 때조차 어디로 갈지 몰라 망설이는 대목이 나오지요. 그리고 '밀양'의 첫 대사는 길을 잃은 뒤 전화로 "여기가 어딘지 잘 모르겠어요. 어디서 왔냐구요? 글쎄, 어디서 왔더라?"라고 말하는 신애의 대사입니다. 바로 그런 게 인간이 처한 상태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무심하게 들리도록 슬쩍 집어넣은 대사인데, 제 의도를 딱 낚아채시네.(웃음)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불확실성과 함께 어쨌든 우리는 어디선가 와서 어디론가 가는 존재라는 사실도 그 장면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밀양은 어떤 도시예요?" "밀양이 어떤 곳이냐구예? 아, 뭐라케야 되노? 경기가 엉망이고, 뭐, 한나라당 도시고, 부산서 가까워서 말씨도 부산 말씨고, 인구는 뭐, 마이 줄었고."('밀양'에서 밀양 사람 송강호가 밀양에 대해 설명하며.)
- 밀양을 설명하는 종찬의 코믹한 대사를 들으면서 전 좀 엉뚱한 부분에서 놀랐습니다. 그 대사가 밀양이라는 도시를 네 개의 특성으로 설명하는데,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게 각각 밀양의 경제 정치 문화 사회를 설명한다는 거죠. 물론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신 건 아닐 테지만, 저는 그 대사를 들으면서 감독님이 무척이나 논리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감독님의 영화는 논리적으로 대단히 정교하고 복선도 치밀합니다. 기하학적이라고까지 느껴질 만큼 구조가 꽉 짜여져 있어요.
"원래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웃음)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분배하진 않았지만 아마도 그렇게 말하는 게 우리가 사는 곳을 규정하는 방식일 겁니다. 실제로 밀양에서 사는 데에 중요한 정보는 전혀 아니지만, 다들 그렇게 본다는 거죠.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말합니다."
- 때로는 영화적 아귀가 너무 잘 들어맞아서 의심이 들 때도 있습니다.(웃음) 예를 들어 '박하사탕'에서 순임의 남편이 찾아와서 아내를 만나달라면서 새로 사 온 옷을 건넬 때, 도로 옆 비탈에서 영호가 옷을 전부 벗고서 갈아입는 쇼트가 있지요. 군산 술집 장면을 포함해 '박하사탕'에서 영호가 나체가 되는 것은 영화적으로 순수 혹은 고백을 상징하니까 그 장면에서 옷을 홀랑 벗는 것은 너무나 말이 됩니다. 망가진 영호가 마지막으로 순수한 시절의 영호로 돌아가서 순임을 만나게 되는 것을 뜻하니까요. 하지만 리얼리티의 문제를 따지자면, 실제로 도로 옆에서 팬티까지 벗어가며 옷을 갈아 입을까요? 새 옷을 사올 때 순임의 남편은 정말 팬티까지 사다 줄까요? 혹시 그런 묘사가 영화적으로 말이 되게 하기 위해서 리얼리티를 조금 희생시킨 결과인 건 아닌가요?
"저는 그게 리얼리티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영호는 그 순간 옷을 다 벗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옷을 사주는 순임의 남편 입장에서도 팬티까지 몽땅 샀을 거라고 봅니다. 감독이 늘 연출적인 계산을 하는 것 같지만, 많은 경우엔 그저 직관으로 선택합니다. 나는 특히 그래요. 사실, 기승전결의 방식이나 영화적 효과의 인과 관계는 오히려 잘 떠오르지 않는 편입니다. 왜 직감이 그렇게 작용했는가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요. 제겐 그 장면이 무척 중요했어요. 한 인간이 일상의 어울리지 않는 상황 속에서 벌거벗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했습니다. 목욕탕 장면이나 베드신이 아닌 이상 벌거벗은 장면을 보긴 어려운 상황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풍경 속 멀리서 벌거벗는 모습을 담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순임이 남편이 너무 착한 사람이니까 우리와 좀 다르게 생각할 것 같아요. 영호를 찾아온 행위 자체가 상식적으로 어려운 결정이죠. 양복을 샀으면 팬티까지 다 샀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거기도 잃어버린 거 있죠?"('초록 물고기'에서 심혜진이 한석규로부터 스카프를 돌려받고서.)
- 영화 감독 생활을 하느라 잃어버린 게 있으십니까. 벌써 10년인데요.
"글쎄요. 영화 감독을 하다가 잃어버린 거라면 다른 걸 해도 잃어버렸겠죠. 어쨌든 살면서 잃어버린 게 많긴 해요."
- 예를 들면 어떤 겁니까.
"대학을 졸업하고 경북의 시골 학교에서 선생을 할 때, 일요일 아침이면 아이들이 찾아와요. '고기 잡으러 가입시더' 그러면서요. 평일엔 수업이 끝나면 선생들끼리 둘러앉아서 학교 이야기나 아이들 이야기를 나눠요. 그런 순간들엔 일종의 충일감이 있었죠. 그건 아마도 자기 자신에 대한 충일감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때는 햇빛도 가까이 느꼈죠.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공을 차면서 느낀 것도 있었고. 그런 것들이 내가 잃어버린 것들이죠. 뭐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무척 중요한 것들일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걸 마음으로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 됩니다."
"이제 내가 묻고 싶은 게 있거든? 너 정말 네 일기에 쓴 대로 삶은 아름다운 거라고 생각해?"('박하사탕'에서 형사인 설경구가 오랜 고문을 마치면서 고문받던 대학생에게.)
- 저도 여쭙겠습니다. 삶은 아름다운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삶은 아름답죠. 이러이러하기에 아름답다고 설명하기 이전에, 삶은 아름다운 거라고 생각해요. 아름다워야만 하구요. 아름다움이 무엇이냐는 게 문제일텐데, 그 아름다움이 모든 이가 쉽게 받아들이고 동의할 수 있는 아름다움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근데 '박하사탕'에서 삶은 아름답다고 일기에 적은 사람이 수배 대학생인데, 형사인 영호 입장에선 아마도 신기했을 거예요. 멀쩡하게 잘 사는 놈의 일기장이 아닌,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면서 체제에 무모하게 도전하는 친구의 일기장이니까요. 전혀 삶이 아름답지 않을 것 같은 친구가 그 말을 썼으니 꼭 묻고 싶었을 거라구요. 그건 자신에게 하는 질문과도 같은 거죠. 사실 그 대학생이 그렇게 쓴 것은 삶이 아름다울 거라는 믿음일 겁니다. 그런 믿음이 아니면 싸움도 못하고 현재도 견딜 수 없는 거니까요. 누구든 삶이 아름답다는 믿음 그 자체가 없으면 살기 어렵죠. 삶이 이러저러해서 아름답다고 말하면 바로 배반 당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아름다워요."
  • 가격2,000
  • 페이지수10페이지
  • 등록일2012.03.13
  • 저작시기2008.12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785007
본 자료는 최근 2주간 다운받은 회원이 없습니다.
청소해
다운로드 장바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