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
"……"
"아니면……"
이경자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내가 두렵나……?"
김만도가 이경자에게 물었다.
"……?"
"내가 두렵나……?"
"그렇지만 너무 어두워서……"
"나는 조선소 노동자……"
"아……, 조선소 노동자……"
이경자는 혀를 토하듯 말했다. ─107-108면
이것은 조선소 노동자인 김만도가 여관에서 여자를 부르는 대목이다. 말투 뿐만 아니라 대화 내용까지도 비현실적이다. 몸을 팔러 온 여자에게 뜬금없이 '나는 조선소 노동자'라니. 게다가 이경자의 대답마저 비현실적이다. "예?" 라든지 "갑자기 조선소 노동자라니 무슨 말씀이시죠?" 정도가 자연스러운 반응일 텐데.
* * *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김숨의 이 장편은, 이번에도 역시나, 평범한 노동소설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바람이 이루어졌다면 이 소설은 지금만큼의 가치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김숨은 자기가 쓰고 싶어했던 그런 종류의 소설을 쓸 수 없는 사람이다. 현실과 사회의 문제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요번 현대문학상 작품집을 보니 김숨의 최근작은 기존의 스타일과 많이 다른 것 같았는데, 글쎄, 한번 읽어 볼 일이지만 나로서는 딱히 반갑지는 않다.
소설의 중반부에서 다소 지지부진하다가 뒤쪽으로 가면서 늘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다. 두번째 소설집 《침대》를 읽고 꽤 마음에 들었었는데, 이번에 《철》을 읽고 나서는 김숨을 내가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확실히 넣기로 했다. 김숨 소설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
"아니면……"
이경자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내가 두렵나……?"
김만도가 이경자에게 물었다.
"……?"
"내가 두렵나……?"
"그렇지만 너무 어두워서……"
"나는 조선소 노동자……"
"아……, 조선소 노동자……"
이경자는 혀를 토하듯 말했다. ─107-108면
이것은 조선소 노동자인 김만도가 여관에서 여자를 부르는 대목이다. 말투 뿐만 아니라 대화 내용까지도 비현실적이다. 몸을 팔러 온 여자에게 뜬금없이 '나는 조선소 노동자'라니. 게다가 이경자의 대답마저 비현실적이다. "예?" 라든지 "갑자기 조선소 노동자라니 무슨 말씀이시죠?" 정도가 자연스러운 반응일 텐데.
* * *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김숨의 이 장편은, 이번에도 역시나, 평범한 노동소설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바람이 이루어졌다면 이 소설은 지금만큼의 가치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김숨은 자기가 쓰고 싶어했던 그런 종류의 소설을 쓸 수 없는 사람이다. 현실과 사회의 문제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요번 현대문학상 작품집을 보니 김숨의 최근작은 기존의 스타일과 많이 다른 것 같았는데, 글쎄, 한번 읽어 볼 일이지만 나로서는 딱히 반갑지는 않다.
소설의 중반부에서 다소 지지부진하다가 뒤쪽으로 가면서 늘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다. 두번째 소설집 《침대》를 읽고 꽤 마음에 들었었는데, 이번에 《철》을 읽고 나서는 김숨을 내가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확실히 넣기로 했다. 김숨 소설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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