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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서에 수록된 비교적 역사적 개연성이 높은 전승들에 근거하여 예수의 행태를 유대 문화전통과의 연관성 속에서 재구성한다. 역사적 예수는 유대교 신학의 재건을 꿈꾼 사람(Jewish Restoration Theology)이라는 것이다. 예수는 유대민중이 꿈꾸던 메시아적 자의식을 가지고 행동하였을 뿐만 아니라, 성전숙청 사건이야말로 이스라엘의 회복을 위한 예수의 상징적 행위였다는 것이다. 복음서에서 찾아낸 역사적 예수 사건의 흔들릴 수 없는 근거로써 샌더스는 몇 가지를 제시한다: 예수는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았고, 갈릴래아를 무대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귀신을 내 쫓으며 병자를 고쳤으며, 하나님 나라 선교를 시작하기 앞서 제자들을 부르고 그 중에서도 특히 열둘을 택하여 하나님 나라 동역자(Partner)로 삼았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교는 주로 이스라엘 민중으로 국한되었고, 성전을 숙청하였으며, 유대 지도층과 로마 권력에 의해서 체포되어 사형판결을 받고 예루살렘 변두리에서 정치범의 하나로 십자가에 처형되었다. 예수가 죽은 후 그의 제자들은 좌절하지 않고 스승의 운동을 계속 이어갔고, 이러한 예수운동은 유대의 회당종교의 지도자들로부터 박해를 당하였으며, 이런 박해는 바울이 선교활동을 할 때까지 계속되었다.샌더스는 특히 예수를 죽음에로 몰고 간 원인이 되는 성전숙청 사건을 역사적 예수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성전숙청 사건이야말로 예수의 공생애 그리고 역사적 배경 연구를 위한 출발점을 제시하며, 예수와 하나님 나라의 관계성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된다는 것이다. 샌더스와 유사한 입장에서 예수를 유대교 문화권에서 해석한 예로는 클라우스너(J.Klausner), 하아비(A.E.Harvey), 버메스(G.Vermes)를 들 수 있고, 비록 예수를 보는 시각은 다르지만 홀슬리(R.Horsley)도 이 계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상에서 우리는 계몽주의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예수의 연구사를 제한된 인물들을 중심으로 간략하게마나 살펴보았다. 역사적 예수를 주변환경과의 연관성 속에서 해석하려는 1세계 신학자들의 이러한 시도들은 흑인신학, 여성신학을 비롯하여 제3세계에서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해방신학의 역사적 예수연구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한국의 민중신학도 케리그마가 아니라 역사적 예수를 신학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특히 안병무는 역사적 예수를 개체 인격으로 보는 것에서 탈피하여 그의 '사람의 아들'호칭에 근거하여 그와 함께 동고동락하였던 주변부 민중(ochlos)과의 관계성 속에서 "집단적인 해석"(corporative interpretation)을 시도한다. 예수는 출신상으로 볼 때 민중이며, 예수가 사용한 언어 역시 민중언어이다. 그는 하나님 나라를 설명할 때 남녀노소, 지식이 많은 사람이나 짧은 사람을 막론하고 누구든지 알아들을 수 있는 비유 이야기(Erz hlung)를 즐겨 사용하였다. 예수가 벌인 하나님 나라 운동의 현장은 도시가 아니라 주로 농촌이다. 예수가 있는 곳에 민중이 있고, 민중이 있는 곳에 예수가 있다. 예수의 수난과 처형은 집단적 표상이다. 복음서 기자는 예수의 수난과 처형에서 바로 민중의 운명을 보고 있다. 민중의 운명에서 예수의 수난이 현재화되고 있음을 본다. 민중신학은 지금까지 신학에서 주목하지 못했던 민중을 신학의 대상으로 부각시키고, 역사적 예수를 식민지 민중과의 연관성 속에서 이해하며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을 종말론적인 민중해방의 전통에서 재해석하고 있다. 민중신학은 '민중사건'을 해석학적 고리로 삼아 성서의 민중(Text)과 오늘의 민중(Kontext)이 만나도록 주선한다. 곧 민중신학은 성서의 민중에서 오늘의 민중을 보고, 역(逆)으로 오늘의 민중에서 성서의 민중을 본다.텍스트(Text)와 콘텍스트(Kontext), 예수 사건과 오늘의 민중사건은 '고난'과 '해방'을 두 축(軸)으로 삼아 지평융합(Horizontverschmolzung)을 이룬다. 우리는 현존(現存)의 그리스도를 만나는 장소는 어디인가? 성례전인가?(가톨릭) 설교(케리그마)인가?(개신교), 민중신학은 민중의 고난과 해장 사건 속에서 현존의 그리스도를 해후한다. 역사적 예수에 대한 오래된 물음과 새로운 물음이 주로 복음서 텍스트에 충실한 해석을 시도했다면, 제 3의 물음과 민중해방 신학은 콘텍스트에 충실한 해석을 시도했다고 볼수 있다. 역사적 예수 연구는 이 두 가지 방향을 상호 배타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서 수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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