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송찬호
껌, 김기택
껌, 김기택
본문내용
고양이 철학 시간이에요 앞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 모서리 구멍을 응시하고 있네요
아마 지금은 사라져버린 사냥 시대를 생각하고 있겠지요
우리는 모두 어둠과 추위로부터 쫓겨운 무리랍니다.
한 때는 방안을 뒹굴던 털실 몽상가와 잘도 놀았답니다.
-후략
백석 시인이 시를 쓰던 시대와는 달리, 이제는 대부분의 어른들과 아이들은 아침마다 산새가 울고, 비가 오는 날에는 개구리가 울어대는 자연 속에 살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는 사람들은 자연이 살아있던 옛적을 기억할 수 없다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식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 더 이상 인간은 자연과 친숙한 존재는 아니라고 봐도 과장이라고는 볼 수 있되,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과는 이제 배치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 인간 대신, 자연을 화자로서 등장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본다. 한 때 털실 몽상가와 놀았다는, 사냥 시대를 생각한다는 저 고양이는 시인 또는 인간 전체의 표상이 아닐까? 그리고 거기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자연과 함께 하던 시대 -사냥 시대-의 고양이 -인간-는 털실몽상가-물질 문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낭만-와 놀았다고, 그렇게 나는 생각해본다. 고양이를 통해 우리는 그런 지금은 바뀌어버린 예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아닐까.
껌, 김기택
한 집 걸러 한 집이 음식점인 시대이다.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은 소고기를 팔거나 돼지고기이거나 닭이다. 우리가 먹어대는 무수한 고기들은 어디서 오는가. 이 당연한 질문은 막상 푸짐한 고기더미 앞에서 쑥 들어가버린다. 내 앞에 누워있는 이 고기더미가 어디서부터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먹고 탈이 나지 않으면 그 뿐이다. 무심한 웰빙의 바람도 역시 이 고기더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낱말이라는 듯 사라졌다. 구제역과 광우병, 신종플루. 이 세 가지 병은 고기더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도 최근의 일이다. 이 병들이 잠잠해지고 나면 이내 사그러질 의문이다. 김기택의 이 시집은 나에게 이런 물음을 다시 되새기게 했다. 끊임없이, 시집의 구절구절마다 등장하는 육식의 이미지는 나를 당황하게 했다. 나는 묻고 싶어졌다. 내가 먹어대는 이 무수한 고기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가.
삼겹살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한 시간이 넘도록
내 몸에서 고기냄새가 지워지지 않는다.
불에 익은 피, 연기가 된 살이
내 땀구멍 마다 주름과 지문마다 가득 차 있다.
배고플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 모서리 구멍을 응시하고 있네요
아마 지금은 사라져버린 사냥 시대를 생각하고 있겠지요
우리는 모두 어둠과 추위로부터 쫓겨운 무리랍니다.
한 때는 방안을 뒹굴던 털실 몽상가와 잘도 놀았답니다.
-후략
백석 시인이 시를 쓰던 시대와는 달리, 이제는 대부분의 어른들과 아이들은 아침마다 산새가 울고, 비가 오는 날에는 개구리가 울어대는 자연 속에 살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는 사람들은 자연이 살아있던 옛적을 기억할 수 없다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식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 더 이상 인간은 자연과 친숙한 존재는 아니라고 봐도 과장이라고는 볼 수 있되,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과는 이제 배치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 인간 대신, 자연을 화자로서 등장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본다. 한 때 털실 몽상가와 놀았다는, 사냥 시대를 생각한다는 저 고양이는 시인 또는 인간 전체의 표상이 아닐까? 그리고 거기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자연과 함께 하던 시대 -사냥 시대-의 고양이 -인간-는 털실몽상가-물질 문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낭만-와 놀았다고, 그렇게 나는 생각해본다. 고양이를 통해 우리는 그런 지금은 바뀌어버린 예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아닐까.
껌, 김기택
한 집 걸러 한 집이 음식점인 시대이다.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은 소고기를 팔거나 돼지고기이거나 닭이다. 우리가 먹어대는 무수한 고기들은 어디서 오는가. 이 당연한 질문은 막상 푸짐한 고기더미 앞에서 쑥 들어가버린다. 내 앞에 누워있는 이 고기더미가 어디서부터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먹고 탈이 나지 않으면 그 뿐이다. 무심한 웰빙의 바람도 역시 이 고기더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낱말이라는 듯 사라졌다. 구제역과 광우병, 신종플루. 이 세 가지 병은 고기더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도 최근의 일이다. 이 병들이 잠잠해지고 나면 이내 사그러질 의문이다. 김기택의 이 시집은 나에게 이런 물음을 다시 되새기게 했다. 끊임없이, 시집의 구절구절마다 등장하는 육식의 이미지는 나를 당황하게 했다. 나는 묻고 싶어졌다. 내가 먹어대는 이 무수한 고기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가.
삼겹살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한 시간이 넘도록
내 몸에서 고기냄새가 지워지지 않는다.
불에 익은 피, 연기가 된 살이
내 땀구멍 마다 주름과 지문마다 가득 차 있다.
배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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