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Ⅰ. 일상적 자아의 내적 대화화를 위한 서사 전략: ‘여행기’ ‘산책기’의 문체화
1. 일상적 자아의 여행, 그 ‘열림과 닫힘’의 이중성
2. 경계선의 시․공성에 위치하기
3. 내면의 탈승화, 내부 타자성과의 대화화
Ⅱ. 자의식의 대화적 반성 구조
참고 문헌
1. 일상적 자아의 여행, 그 ‘열림과 닫힘’의 이중성
2. 경계선의 시․공성에 위치하기
3. 내면의 탈승화, 내부 타자성과의 대화화
Ⅱ. 자의식의 대화적 반성 구조
참고 문헌
본문내용
은 함정에 의해 사라졌던 것들이다. 병역 기피자의 수모와 분노, 폐병 환자의 소외감, 사랑하는 이에게 버림받은 자의 고독 등은 매우 어두운 것들이다. 여행은 물질적, 신체적 자극을 가함으로써 기억을 촉발시켜 내고 있다. 이 기억들 속에서 “옛날의 내가” 된 “나” 역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의 사랑을 꿈꾸고, 과거 청년 시절의 비합리적인 충동들과 하나가 되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여행은 제한된 공간과, 반복적이고 조직된 시간에서부터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가능케 하는 열림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열림으로 말미암아 자동화된 일상적 관습은 낯설게 인식되고, 통념적 질서는 전도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자 나는 이 모든 것이 장난처럼 생각되었다. 학교에 다닌다는 것,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 사무소에 출근했다가 퇴근한다는 이 모든 것이 실없는 장난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160면)
그러나 도시가 감옥과 동시에 보호막의 구실을 함과 마찬가지로, 일상 역시 지루하게 반복되는 것이지만 또한 그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다. 일상적 자아의 여행은 열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닫힘으로 귀결된다. 전보 한 통에 호출되는 마지막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그는 돌아오기 위해 떠났던 것이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지만 그것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여행의 종결구조는 곧 도회인의 일상 구조와 맞물려 있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무진기행에 수용된 여행 형식의 창조적 변형을 살필 수 있게 된다. 여행의 ‘열림과 닫힘’이라는 이중성의 활용이 그것이다. ‘고향으로의 돌아감’을 지향하는 일반적 귀향형식이 아니라 ‘고향에서 떠남’과 ‘서울로의 돌아옴’, 다시 말해 “서울의 일상으로부터의 떠남--일상으로의 돌아옴”이라는 형식은 현대적 일상의 강박성, 이율배반성을 이율배반적인 형식으로 드러내는 장치라 할 수 있다. 닫힘을 전제로 한 열림, 열림을 통한 닫힘의 이중적 구조는 바로 일상적 자아가 반성한 자기 내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은 분명 주인공의 위선적인 모습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 일상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반성 형식은 무언가를 발전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거꾸로 ‘내면적 자아가 어떻게 규율되고 있는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가를 그 부조화적인 모습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현대 도시에 사는 일상적 자아의 허위의 비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반성을 위한 여행기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2. 경계선의 시공성에 위치하기
‘여행기’의 장르로서의 매력은 시,공성의 다양한 조합 가능성일 것이다. 그것은 인간 경험의 새로운 해석이자, 새로운 서사 모형의 탐색으로 이어진다. 시공성(chronotope)은 인간 경험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이면서도 소설의 육체를 구성하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소설에서의 특정 사건, 인간의 행위가 특정한 시공적 아우라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가령, 고딕소설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성’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왕조 계승과 세습적 권리의 이양, 인간들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주는 모든 것, 예를 들어 건축술, 초상화 전시실, 무기, 가구 등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전설과 전통을 살아 있게 하며, 이로써 고딕소설 고유의 서술구조는 풀어지고 매듭이 만들어 진다. 또한 시공성은 사회적 경험을 이해하고 인간의 사회적 삶을 가시화하고 표현하기 위한 배경의 역할을 한다. 우리의 신체들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그것들의 외적인 행위와 내적인 과정을 조직해야만 한다. 서로 다른 사회적 행위와 그 표현은 다른 종류의 시간과 공간을 추정하는 것이다. 조립 생산 공정, 농사일, 거실에서 나누는 대화 등은 일의 리듬과 공간적 조식에서 현저히 다르다. 우리의 사회적 경험은 다양하고도 경쟁적인 다층적인 시공성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무진기행에서 활용되고 있는 ‘여행’의 시공성은 소설사의 가장 대표적인 흐름을 관통해 왔던 ‘길’의 시공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이에 대한 창조적 변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시간적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공간적 변이를 거치면서 변화를 창출하는 전통적인 ‘길’이 아니라, 돌아옴을 상정한 순환적인 ‘길’, 그리하여 진정한 변화와 생성보다는 내면적 반성의 공간을 중층화하는 ‘길’이다.
이는 여행자를 ‘경계선’의 시공성에 위치지움으로써 이루어진다. 경계선의 시공성은 문턱, 현관, 계단 등 두 곳을 이어주는 공간으로 위기와 급변, 파멸 등의 급진적인 시간이 존재하는 곳이다. 주인공의 여행은 언제나 ‘새로운 출발’을 앞에 두고 이루어졌으며, 마지막의 경우도 시골 출신 룸펜에서 출세한 사회인, 도시인으로 편입되기 직전, ‘문턱’(threshold)의 상황에서 출발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여행은 시골 청년이 도시 중산층으로 확고하게 자리잡는 경계선에, 그 급진적 변화와 위기의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 순간은 경계선에 존재하기에 우유부단함이 결정적이 되며, 용감함이나 혹은 경계선을 넘어서는 데 대한 두려움이 심오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여기서 시간은 지속력을 갖지 못하고, 위기를 초래하기 때문에, 그 지연 속에서 내면의 심층의 말을 유발시킨다. 도시에서는 단순하게 일상생활을 유지하던 그가 무진행을 결정짓고 난 뒤부터 자신에 대한 깊은 사색에 빠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것은 현대적 자아가 묻어두었던 과거 청년기 자아의 목소리, 그 심층의 목소리를 현재적 생활 속에 불러 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그 심층의 말은 자기 내의 또 다른 가능성을 되찾아 사색과 반성의 원천을 이루게 된다. 곧 번듯한 도시인의 내부에 존재하는 심층들, 즉 또 다른 가능성들, 다른 목소리들과 마주 대하게 함으로써 깊은 반성과 사색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이 소설의 ‘공간화’ 경향은 바로 이 문턱, 경계선의 시공성과 관련지을 수 있다. 위기의 순간에서의 망설임과 내적 대화가 변화의 시간적 진행들을 지연시켜 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행의 시간은 단 하나로 정리될 수 있는 직선이 아니라, 이질적인 것들이 동시에 개입하는 중층적인 것이 된다. ‘병치’의 기법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햇
그러자 나는 이 모든 것이 장난처럼 생각되었다. 학교에 다닌다는 것,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 사무소에 출근했다가 퇴근한다는 이 모든 것이 실없는 장난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160면)
그러나 도시가 감옥과 동시에 보호막의 구실을 함과 마찬가지로, 일상 역시 지루하게 반복되는 것이지만 또한 그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다. 일상적 자아의 여행은 열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닫힘으로 귀결된다. 전보 한 통에 호출되는 마지막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그는 돌아오기 위해 떠났던 것이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지만 그것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여행의 종결구조는 곧 도회인의 일상 구조와 맞물려 있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무진기행에 수용된 여행 형식의 창조적 변형을 살필 수 있게 된다. 여행의 ‘열림과 닫힘’이라는 이중성의 활용이 그것이다. ‘고향으로의 돌아감’을 지향하는 일반적 귀향형식이 아니라 ‘고향에서 떠남’과 ‘서울로의 돌아옴’, 다시 말해 “서울의 일상으로부터의 떠남--일상으로의 돌아옴”이라는 형식은 현대적 일상의 강박성, 이율배반성을 이율배반적인 형식으로 드러내는 장치라 할 수 있다. 닫힘을 전제로 한 열림, 열림을 통한 닫힘의 이중적 구조는 바로 일상적 자아가 반성한 자기 내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은 분명 주인공의 위선적인 모습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 일상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반성 형식은 무언가를 발전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거꾸로 ‘내면적 자아가 어떻게 규율되고 있는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가를 그 부조화적인 모습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현대 도시에 사는 일상적 자아의 허위의 비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반성을 위한 여행기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2. 경계선의 시공성에 위치하기
‘여행기’의 장르로서의 매력은 시,공성의 다양한 조합 가능성일 것이다. 그것은 인간 경험의 새로운 해석이자, 새로운 서사 모형의 탐색으로 이어진다. 시공성(chronotope)은 인간 경험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이면서도 소설의 육체를 구성하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소설에서의 특정 사건, 인간의 행위가 특정한 시공적 아우라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가령, 고딕소설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성’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왕조 계승과 세습적 권리의 이양, 인간들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주는 모든 것, 예를 들어 건축술, 초상화 전시실, 무기, 가구 등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전설과 전통을 살아 있게 하며, 이로써 고딕소설 고유의 서술구조는 풀어지고 매듭이 만들어 진다. 또한 시공성은 사회적 경험을 이해하고 인간의 사회적 삶을 가시화하고 표현하기 위한 배경의 역할을 한다. 우리의 신체들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그것들의 외적인 행위와 내적인 과정을 조직해야만 한다. 서로 다른 사회적 행위와 그 표현은 다른 종류의 시간과 공간을 추정하는 것이다. 조립 생산 공정, 농사일, 거실에서 나누는 대화 등은 일의 리듬과 공간적 조식에서 현저히 다르다. 우리의 사회적 경험은 다양하고도 경쟁적인 다층적인 시공성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무진기행에서 활용되고 있는 ‘여행’의 시공성은 소설사의 가장 대표적인 흐름을 관통해 왔던 ‘길’의 시공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이에 대한 창조적 변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시간적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공간적 변이를 거치면서 변화를 창출하는 전통적인 ‘길’이 아니라, 돌아옴을 상정한 순환적인 ‘길’, 그리하여 진정한 변화와 생성보다는 내면적 반성의 공간을 중층화하는 ‘길’이다.
이는 여행자를 ‘경계선’의 시공성에 위치지움으로써 이루어진다. 경계선의 시공성은 문턱, 현관, 계단 등 두 곳을 이어주는 공간으로 위기와 급변, 파멸 등의 급진적인 시간이 존재하는 곳이다. 주인공의 여행은 언제나 ‘새로운 출발’을 앞에 두고 이루어졌으며, 마지막의 경우도 시골 출신 룸펜에서 출세한 사회인, 도시인으로 편입되기 직전, ‘문턱’(threshold)의 상황에서 출발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여행은 시골 청년이 도시 중산층으로 확고하게 자리잡는 경계선에, 그 급진적 변화와 위기의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 순간은 경계선에 존재하기에 우유부단함이 결정적이 되며, 용감함이나 혹은 경계선을 넘어서는 데 대한 두려움이 심오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여기서 시간은 지속력을 갖지 못하고, 위기를 초래하기 때문에, 그 지연 속에서 내면의 심층의 말을 유발시킨다. 도시에서는 단순하게 일상생활을 유지하던 그가 무진행을 결정짓고 난 뒤부터 자신에 대한 깊은 사색에 빠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것은 현대적 자아가 묻어두었던 과거 청년기 자아의 목소리, 그 심층의 목소리를 현재적 생활 속에 불러 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그 심층의 말은 자기 내의 또 다른 가능성을 되찾아 사색과 반성의 원천을 이루게 된다. 곧 번듯한 도시인의 내부에 존재하는 심층들, 즉 또 다른 가능성들, 다른 목소리들과 마주 대하게 함으로써 깊은 반성과 사색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이 소설의 ‘공간화’ 경향은 바로 이 문턱, 경계선의 시공성과 관련지을 수 있다. 위기의 순간에서의 망설임과 내적 대화가 변화의 시간적 진행들을 지연시켜 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행의 시간은 단 하나로 정리될 수 있는 직선이 아니라, 이질적인 것들이 동시에 개입하는 중층적인 것이 된다. ‘병치’의 기법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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