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에 덴동어미를 만난 것이다. 그리하여 “삼십 넘은 노총각과 삼십 넘은 홀과부”가 같이 살기로 작정을 한다.
둘은 남촌북촌을 다니며 부지런히 도부를 해서 생계를 유지하는데, “돈 백이나 될 만하면 둘 중에 하나 병이 난다.” 한마디로 돈이 모일 팔자가 아니었던 것. 어찌나 열심히 일을 했던지 “도부장사 한 십 년 하니 장바구니에 털이 없고 / 모가지가 자라목 되고 발가락이 무지러졌”다. 그러던 어느 날, 도부를 나갔다 갑자기 폭우를 만나 황 도령이 그만 동해물에 떠내려갔다. “남해 바다에서 구사일생 살아 돌아왔는데, 끝내 동해 바다에 빠져 죽었구나.” 허허, 이런 기막힌 팔자가 있나. 첫 번 째 남편은 그네 뛰다 죽고, 두 번째 남편은 괴질이 닥쳐 죽고, 세 번째 남편은 물에 떠내려갔다. 이 정도면 상부살이 끼었다고 욕을 먹을 만도 하건만, 웬일인지 덴동어미한테는 그런 꼬리표가 붙지 않는다. 왜 그럴까? 미모가 딸려서?
꼬리표가 붙기는커녕 주막집 주인댁이 팔자 한 번 더 고치라며 뒷집 조 서방을 소개해준다. 조 서방은 장터를 다니며 ‘호두약엿 작박산 참깨박산’따위를 팔러 다니는 엿장수로, 마침 지난달에 상처를 했다. 조 서방과 다시 살림을 차려 3년을 행복하게 살다가 마침내(!) 아들 하나를 얻었다. 오십 줄에 첫아이를 보니 “어리장 고리장 사랑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여기까지라면 그럭저럭 해피엔드가 될 터인데, 이게 끝이 아니다. 별신굿에 쓸 엿을 고던 중 한밤중에 바람이 일면서 큰불이 나버렸다. 지난번엔 물이더니 이번엔 불이다! 불더미 속에서 인사불성으로 아들을 안고 나와 보니 영감은 불더미 속에서 “온몸이 콩 껍질이 되었”지 뭔가. 그 와중에 아이도 불에 데어 “한쪽 손은 오그라져 조막손이 되어 있고 / 한쪽 다리 뻐드러져서 장채다리 되”고 말았다. 그때부터 애 이름이 ‘덴동이’가 된 것이다. 이렇게 혼인을 네 번이나 하는 사이에 이 여인의 나이는 어언 육십 줄에 접어들었다. 그 나이에 팔자를 또 고치기는 틀렸고 해서 덴동이를 들쳐업고 무작정 고향을 찾아왔다가 화전놀이에 끼어들게 된 것이다. 고미숙(2006), 『나비와 전사』, 휴머니스트, pp. 202~206.
2. 주제
이별의 고통과 그리움, 운명에 순응하는 여인의 삶.
3. 기존 연구 정리
1)작품 생성의 배경 고혜경(1995), 「고전문학 : “덴동어미 화전가” 연구」, 『한국언어문학』, 한국언어문학회, p. 180.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이 몰살하는 사건을 제시하면서 굳이 병술이라는 간지를 붙이고 있다. 이것은 그 사건이 독자와 작자가 모두 알고 있는 사회적 사실이라는 점을 말해 준다. 필사 연대인 1938년 이전의 병술간지는 1886, 1826, 1766의 연대에 해당하나 1776년과 1826년의 경우 괴질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찾아 볼 수 없고 1886년의 경우 역병인 콜레라의 성행이 기록되어 있다. 「승정원일기」, 고종23년(1886) 6월 22일.
따라서 이 작품의 창작 연대를 1886년 이후에서 1938년까지로 일단 추정할 수 있다. 화전가의 현장을 독자가 혀
둘은 남촌북촌을 다니며 부지런히 도부를 해서 생계를 유지하는데, “돈 백이나 될 만하면 둘 중에 하나 병이 난다.” 한마디로 돈이 모일 팔자가 아니었던 것. 어찌나 열심히 일을 했던지 “도부장사 한 십 년 하니 장바구니에 털이 없고 / 모가지가 자라목 되고 발가락이 무지러졌”다. 그러던 어느 날, 도부를 나갔다 갑자기 폭우를 만나 황 도령이 그만 동해물에 떠내려갔다. “남해 바다에서 구사일생 살아 돌아왔는데, 끝내 동해 바다에 빠져 죽었구나.” 허허, 이런 기막힌 팔자가 있나. 첫 번 째 남편은 그네 뛰다 죽고, 두 번째 남편은 괴질이 닥쳐 죽고, 세 번째 남편은 물에 떠내려갔다. 이 정도면 상부살이 끼었다고 욕을 먹을 만도 하건만, 웬일인지 덴동어미한테는 그런 꼬리표가 붙지 않는다. 왜 그럴까? 미모가 딸려서?
꼬리표가 붙기는커녕 주막집 주인댁이 팔자 한 번 더 고치라며 뒷집 조 서방을 소개해준다. 조 서방은 장터를 다니며 ‘호두약엿 작박산 참깨박산’따위를 팔러 다니는 엿장수로, 마침 지난달에 상처를 했다. 조 서방과 다시 살림을 차려 3년을 행복하게 살다가 마침내(!) 아들 하나를 얻었다. 오십 줄에 첫아이를 보니 “어리장 고리장 사랑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여기까지라면 그럭저럭 해피엔드가 될 터인데, 이게 끝이 아니다. 별신굿에 쓸 엿을 고던 중 한밤중에 바람이 일면서 큰불이 나버렸다. 지난번엔 물이더니 이번엔 불이다! 불더미 속에서 인사불성으로 아들을 안고 나와 보니 영감은 불더미 속에서 “온몸이 콩 껍질이 되었”지 뭔가. 그 와중에 아이도 불에 데어 “한쪽 손은 오그라져 조막손이 되어 있고 / 한쪽 다리 뻐드러져서 장채다리 되”고 말았다. 그때부터 애 이름이 ‘덴동이’가 된 것이다. 이렇게 혼인을 네 번이나 하는 사이에 이 여인의 나이는 어언 육십 줄에 접어들었다. 그 나이에 팔자를 또 고치기는 틀렸고 해서 덴동이를 들쳐업고 무작정 고향을 찾아왔다가 화전놀이에 끼어들게 된 것이다. 고미숙(2006), 『나비와 전사』, 휴머니스트, pp. 202~206.
2. 주제
이별의 고통과 그리움, 운명에 순응하는 여인의 삶.
3. 기존 연구 정리
1)작품 생성의 배경 고혜경(1995), 「고전문학 : “덴동어미 화전가” 연구」, 『한국언어문학』, 한국언어문학회, p. 180.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이 몰살하는 사건을 제시하면서 굳이 병술이라는 간지를 붙이고 있다. 이것은 그 사건이 독자와 작자가 모두 알고 있는 사회적 사실이라는 점을 말해 준다. 필사 연대인 1938년 이전의 병술간지는 1886, 1826, 1766의 연대에 해당하나 1776년과 1826년의 경우 괴질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찾아 볼 수 없고 1886년의 경우 역병인 콜레라의 성행이 기록되어 있다. 「승정원일기」, 고종23년(1886) 6월 22일.
따라서 이 작품의 창작 연대를 1886년 이후에서 1938년까지로 일단 추정할 수 있다. 화전가의 현장을 독자가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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