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기독교 윤리 측면)

목차

1. 서론
2. 자살의 실태
3. 자살의 정의
4. 자살에 대한 두 관점
5. 기독교 전통의 자살관
6. 현대 사회의 자살에 대한 법률적 해석
7. 자살에 대한 신구약 성서의 해석
8. 자살의 원인에 대한 관점들
9. 자살에 대한 연구 동향
10. 인간 생명의 가치에 대한 기독교적 원칙들
11. 자살 방지를 위한 사회윤리학적 실천의 과제
12. 결론

본문내용

의 개혁이 필요하다. 교묘한 베일을 벗겨내고 생명을 생명대로 보는 눈이 열려야 한다. 우리는 이제껏 참 생명이 아닌 것, 생명의 본래의 가치 아닌 것을 위해 너무 수고하고 애써왔다. 그야말로 시한부일 수밖에 없는 생명을 허비하고 또 허비해왔다. 마치 죽음이 현실의 충격과 결핍과 고통을 해소시켜줄 수 있기라도 한 듯이 교묘한 의식의 베일에 싸여 생명을 극단적으로 허비하고 탕진하는 일이 바로 자살이다. 우리가 이러한 베일만 벗겨낼 수 있다면, 그야말로 심조적 망상만 버릴 수 있다면, 죽을 이유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80년대 초반만 해도 상류층이나 누릴 수 있었던 생활 조건을 이제 거의 누구나 누릴 수 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행 의식에 빠져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 벗겨내야 할 망상이요 치장들이다. 생명 그 자체의 가치와 생명을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 것의 가치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어떤 가치도 생명 그 자체의 가치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서 가치를 갖는다. 말하자면 생명 가치에 대한 수반적 가치이거나 수단적 가치들인 셈이다. 그런 가치들에 의해 우리의 생명을 평가하려하거나 이유를 붙이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런 것들을 누릴 수 없게 되었다고, 그러한 방편을 따라 살지 못하게 되었다고 생명 그 자체가 공허하거나 무가치하게 되지는 않는다. 쉽게 포기할 만한 것으로 전락되지 않는다. 이 점만 혼동하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여건이나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삶을 지탱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살아갈 이유나 힘을 잃지 않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자본주의의 물신화 경향 속에 잃어버린 생명의 본래 가치, 창조적 가치를 회복하는 일이 너무나 시급하다.
오늘날 자살은 주로 윤리학적 개념에서보다는 사회심리학적인 개념에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뒤르껭은 그의 『자살론』에서 자살을 개인의 의지에 의해서보다는 사회의 유기체적 조건에 의해 결행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살율과 사회적 통합(social integration)의 정도 사이에 일정한 관련성이 있음을 밝혀내고자 한 점에서 뒤르껭의 공헌은 매우 크다. 그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적절한 사회적 통합은 자살율을 감소시킨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그리고 자살율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그러한 사회적 통합을 가져올 수 있는 사회 조직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 형태를 연구할 필요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자살은 단지 개인의 심리적 성향이나 인생관, 개인이 처한 특수한 사정에 따른 사적인 문제만으로 볼 수 없는 사회학적 요인을 갖는다는 전제를 가지고 볼 때, 자살에 대한 윤리학적인 문제는 일차적으로 사회윤리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시각이 보다 분명해졌다. 오늘날 자살은 사회가 점차 도시화, 전문화, 기능화, 파편화되어가면서 형성되는 반생명의 사회 구조와 깊은 연관을 갖는다. 1등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구호가 말해주듯이, 치열한 생존 경쟁과 냉혹한 도태, 그런 가운데서 자연히 뒤따르는 자존감과 의미의 상실, 인간 관계의 단절과 파행들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자살에 관한 윤리학적 문제는 곧 사람들을 자살로 내모는 사회의 병리적 현상들을 정확히 진단하고 치유하며, 진정으로 인간다운 자기실현이 가능한 사회를 회복하는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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