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문학의 이상과 현실접속 -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목차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젊은날의 초상〉을 중심으로

Ⅰ. 들어가며

Ⅱ. 고향에 대한 낭만과 현실

Ⅲ. 청춘의 긴 터널 - 〈젊은날의 초상〉 중 하구(河口)를 중심으로-

Ⅳ. 낭만의 끝 - 우리 기쁜 젊은 날을 중심으로 -

Ⅴ. 현실에의 접속 - 그 해 겨울을 중심으로 -

Ⅵ. 나오며

《참고자료》

본문내용

지게 된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내포하고 있는 완전함은 인간인 내게 불가능으로 다가왔고 그 무력감은 피로를 몰고 왔다. 주린 배와 지친 몸을 쉬기 위해 들른 주막에서 나는 아까 얼핏 스쳤던 칼갈이 사내를 다시 마주한다. 그러나 갈 길이 바쁜 나는 바다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고 토끼몰이를 하고 돌아온 댓명의 청년들과 토끼고기와 술에 곯아떨어진다. 지독한 추위에 눈을 뜬 나는 죽음의 공포와 마주친다. 그 살인적인 추위를 이기기 위하여 달리고, 추위와 배고픔이 극에 이르자 오히려 의식이 흐려지면서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그때 나의 의식을 깨워준 이는 칼갈이 사내였다.
"그럼 아저씨도 대전엘 가십니까?" "여기서 가장 가까운 바다는 거기지" "우리가 정반대의 일을 하게 될 거란 말은 무슨 뜻입니까?" "나는 죽이러가고 자넨 죽으로 가는 것 같으니까."
) 위의 책, 234∼235면.
나와 칼갈이 사내와의 사이에 오고간 구체적인 대화에서 젊음과 삶의 목적을 찾아서 방황하던 나는 완벽한 아름다움의 추구, 즉 예술이 불가능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진실 앞에 허무와 절망을 느끼고 죽음을 선택하려 한다. 칼갈이 사내는 자유와 평등을 위하여 칼을 갈았던 무리들 중 한사람의 배반으로 무기형을 선고받고, 19년의 형을 살고 출옥한 후로 그 배신자를 찾아냈으나 이미 그는 병든 아내와 부스럼투성이 남매를 둔 가장임을 발견하고 증오를 마음으로 접게 된다.
사실 나는 아직도 절망을 내 존재의 출발로 삼을 만큼 그것에 철저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적어도 한가지 그 바닷가에서 확인한 절망은 내게 귀중한 자유를 주었다...나는 생각한다...만약 이 글에 가치를 부여한다면 그것은 그 겨울의 진실과 아름다움에 대한 불완전한 묘사가 아니라 필경은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내가 지새운 피로와 번민의 밤에 대해서라고...나는 곧 그 약병을 편지에 싸서 힘껏 바다로 던졌다. 하얀 곡선으로 날아간 그것은 이내 파도에 휩쓸려 사라져 버렸다. '무얼 던졌나' 그가 이상한 억양으로 내게 물었다. 나는 약간 쓸쓸하였다. 그러나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감상을요. 익기도 전에 병든 내 지식을요.'
) 위의 책, 242∼244면.
나는 이렇게 나의 절망과 삶의 포기를 약병에 싸서 바다에 던졌고, 칼갈이 사내는 배신자에 대한 살의를 칼에 싸서 바다에 버린다. 이로써 나는 젊음의 방황과 절망에서 일어날 수 있었고, 칼갈이 사내는 자신의 인생과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즉 나는 젊음에서 오는 치기어린 낭만을 치열하게 극복하며 현실로 당당하게 이입되며 접속되는 것이다. 「이문열 문학의 낭만주의적 성격은 이문열을 현실로부터 도피시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기본구조를 드러내게 한다는 것이다.」
) 진형준, 「'거품시대'에 대한 뼈아픈 자기성찰」, 『이문열문학상수상작품집』,청어와 삐삐, 1999, 306면.
라는 진형준의 주장과 더불어 이남호는 「낭만적 열정을 변환하여 그 에너지로 추진한 이문열의 현실 탐사는 깊고 냉정하다. 그는 냉정한 통찰력으로 현실의 지형을 꾸준히 탐사하였다.」
) 이남호, 「낭만이 거부된 세계의 원형적 모습」, 『이문열 단편집 下』, 열린책들, 1988, 382면.
그리고 이동호는 「많은 독자들에게 있어서 근본적으로 중요했던 것은 민중주의니 엘리트주의니 하는 것을 따지기 이전에 우선 강렬한 개성의 광채를 동반하면서 다가오는 저 낭만주의적 미학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문제였다. 그리고 젊은날의 초상의 대중적인 성공이 뚜렷하게 증명해 주듯, 많은 독자들은 그것을 분명히 긍정적으로 환영하며 수용하였다.」
) 이동호, 「작가정신과 시대상황」, 『이문열 문학앨범』, 홍진출판, 1994, 65∼66면.
는 주장과 같이 〈젊은날의 초상〉은 채색된 낭만을 화두로 해서 현실 인식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미성숙으로부터 시작되어 성숙으로써 마감된다고 할 수 있겠다. 즉 낭만은 현실의 또 다른 포장으로써 그 기능을 다하는 것이다. 낭만이란 포장지를 하나씩 벗겨낼 때 마지막 내용물이 현실로 당당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겠다. 젊음은 청춘의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와 화려한 낭만을 구가하지만 그 안에 잠재하고 있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 방황, 허무함을 간파하고 그 실체를 알고자 노력했을 때 비로소 청춘은 그 안에 잠재하고 있는 현실에 강하게 접속되는 것이다.
Ⅵ. 나오며
이렇게 '고향에 대한 이상과 현실', '청춘의 긴 터널', '낭만의 끝', '현실에의 접속'을 통하여 이문열 문학 작품을 낭만과 현실의 접속이라는 관점에서 검토해 보았다. 이문열은 불안한 현실을 외면하는 낭만주의자도, 어두운 현실에 침잠하는 극단적 현실주의자도 아니다. 그의 의식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낭만은 현실과 접목되어 다양한 형태로 그에게 깨달음을 주고, 현실은 그의 낭만적 이상에 의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는 장으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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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형준, 「'거품시대'에 대한 뼈아픈 자기성찰」, 『이문열문학상수상작품집』,청어와 삐삐, 1999.
채명식, 「이념에 사로잡힌 젊음과 그것을 통제하는 법」.『우리시대의 소설, 우리시대의 작가』, 계몽사,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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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문열,   현실접속,   현대문학작가,   현대소설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