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이후 시사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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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다. 자업자득의 교훈을 얻은 것일까. 일을 저지른 최병렬 대표는 수습할 위치에 있지 않고, 조순형 대표는 한번 죽지 두번 죽느냐며 물러설 뜻을 보이지 않는다. 김종필 총재는 대통령 한번 혼내주자는 것이었다며 물러섰다. 자업자득의 교훈을 딛고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후보가 한나라당 대표가 되느냐, 그냥 밀어붙이며 잘못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후보가 당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미래는 결정될 수밖에 없다.
금요일 밤 문화방송이 방영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신강균의 ‘사실은’은 핵폭탄 같은 위력을 발휘했다. 보수언론은 그동안 국민들의 탄핵반대 여론을 방송의 편파방송 탓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사실은’은 쿠데타적 상황이 일어났을 때마다 보수언론이 어떻게 언론권력을 이용하여 여론을 조작하여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누가 편파보도를 했는지를 국민들은 이제 안다. 정치권도 앞으로는 보수언론의 ‘훈수’를 잘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에 영향력을 미치며 정국을 쥐락펴락한 그들의 위세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미 약화되었다. 자업자득이다. 교훈 반성 글쎄다.
진정으로 자업자득의 교훈을 얻은 것은 국민들이다. 민주주의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현실에서 구체화되는 것인지를 알게 된 때문이다. 안이하게 국회의원을 뽑으면 그 결과가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인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된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큰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총선은 국민들이 자업자득의 교훈을 실현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백수와 촛불 / 곽동운 : 백수
지난 2월20일 아침은 속이 ‘콱’ 막히는 느낌으로 시작했다. 좋은 구직광고에 자격미달이 걸린 게 아니었다. 백수자금이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펼쳐 든 신문에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오스미호가 갑판에 전투차량 70대를 가득 싣고 이라크로 떠나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육상자위대 본진 150명이 배에 탔다는 해설도 있었다. 오스미호는 유사시 경항모로 개조 가능한 대형함정이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정식 군대가 아닌 자위대가 대형 상륙함, 그것도 경항공모함으로 변형이 가능한 함정을 가진다는 게.
최근 일본의 우경화는 숨막힐 지경이다. 평화헌법 9조의 개정 움직임이 일본의 재군국화에 법적인 걸림돌을 제거하는 일이라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정신적인 면을 고취시켜 준다고 볼 수 있다. 600만명이라는 엄청난 인명이 학살됐음에도 유대인과 독일인이 서로 화합할 수 있었던 건 전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의 아우슈비츠 참배와 같은 진심 어린 사과 때문이었다. 용서를 구하자는 자에게 마음 문을 여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인 듯싶다. 정에 약한 한국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동북아 주변국들이 일본의 우경화에 더욱 분노하는 이유는 일본 우익의 ‘철면피’ 같은 자세 때문이다. 고이즈미는 총리가 된 후 아직까지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야스쿠니에는 자꾸 간다. 과거로의 회귀에 주변국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는데도 말이다. ‘개인적 방문’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대며. 벌써 4번째다.
한국의 자칭 ‘보수’나 ‘우익’들도 마찬가지다. 역사에 대한 몰지각성은 일본의 우익과 궤를 같이한다. 이 땅의 민중이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땀을 쏟을 때, 독재정권에 빌붙어 ‘시대와 간통’하던 그들이 느릿느릿하게라도 나아갔던 역사의 시계추를 되돌리려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오늘 “민주주의”를 외치는 그들의 모습에서 ‘신민주투사’론이 쓰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자기 발전이 없다. 남에게 피해를 줄 뿐이다. 이번 탄핵안에 지지를 표명한 집단 중에는 시민단체의 외피를 걸친 세력들이 있다. 그들을 의혹스런 눈길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은, 공익을 구현하는 시민단체의 당위성을 수구기득권의 온존과 확장 도구로 왜곡시켰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너희들도 정치인들처럼 시민단체들끼리 서로 싸움박질이나 하는구나”라는 냉소를 보내게 할 수도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독재정권 하에서는 권력의 나팔수가 되어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사람들을 철없는 것들로 몰아세웠던 그들이, 이제는 툭하면 ‘언론의 자유’니 ‘언론탄압’이니 하는 말을 쏟아내는 모습에 씁쓸함부터 몰려온다. 그러고 보면, 민주화의 단물은 ‘조중동’과 같은 수구신문들이 다 가져갔다는 주장이 틀린 게 아니라고 여겨진다.
이번 탄핵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려는 수구집단의 집착이 현실화된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의 합작품이기는 하지만 단지 그들만의 ‘빅 쇼’로 한정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무언가 믿는 구석 없이 그렇게 탄핵을 했겠는가. 더구나 그들이 탄핵 이후의 정국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 왜 그들은 자신들 ‘밥그릇’ 챙기기에는 천재들이기 때문이다. 탄핵으로 얻어질 손익을 열심히 덧셈 뺄셈 했을 것이다. 자칭 ‘독립언론’이라는 〈조선일보〉가 한나라, 민주당보다 더 탄핵에 성심성의를 보였고, 텔레비전 토론에 나와 온몸으로 탄핵 찬성을 옹호하는 지식인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의 계산은 완전히 틀렸다. 이제는 방송사에 가서 ‘물 한잔’ 못 얻어 마시면서 항의해 봐도 소용없다. 국민은 역사의 수레바퀴가 되돌려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구세력이 드리운 어둠을 밝히기 위해서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섰다. 1987년에는 지켜야 할 것들보다 깨부숴야 할 것들이 많아 손에 짱돌을 들었지만, 이제는 소중히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기에 촛불을 들고 나섰다.
백수건달이라 시간이나 죽이려고 광화문에 나왔을 거라는 조롱을 받고,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다고 욕을 먹어도 촛불을 든다. 왜 노무현이 예뻐서 아니다. 수구세력에 맞서 수레바퀴를 제 궤도로 돌리는 것이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 수레에 ‘역사’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수구세력들이 황소도 뺏어 가고 함정도 파놓아서 땀이 좀 나도, 수레바퀴를 밀고 당겨서 순방향으로 보내야 하는 게 우리네 할일이다. 그래서 이 백수는 지난 토요일에 촛불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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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4.07.01
  • 저작시기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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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번호#258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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