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는데, 나는 붉은 물감과 푸른 물감을 통째로 꺼내다가 양쪽 시냇물 상류에 풀어 놓고 청천(靑川) 홍천(紅川)이 합류하는 특이한 모습을 구경하다가 어머님에게 몹시 매를 맞은 일도 있다.
종조부는 그곳에서 돌아가셔서 해주 본향(本鄕:고향)까지 백여 리나 되는 먼 거리를 운구(運柩:시체를 넣은 관을 운반함)하였는데, 상여에 바퀴를 달고 사람이 끌고 가다가 도리어 불편하다고 바퀴를 제거하고 어깨에 메고 가던 것이 기억된다.
7세 때에는 그곳에 살던 친척들이 한 집 두 집 다시 텃골 본향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부모님들도 고향으로 돌아가시는데 나는 아버님과 삼촌들의 등에 업혀 오던 것이 기억된다. 고향으로 돌아온 후에는 어머님과 아버지가 농업을 하셨다.
부친의 학식은 겨우 성과 이름을 쓸 정도였는데, 골격이 준수하고 성격이 호방하였다. 술을 마시면 양을 헤아리기가 힘들었는데, 술에 취하면 강·이씨를 만나는 대로 때려주고 나서 해주 관아에 갇히기를 일년에 몇 차례나 되어 문중에 소동을 일으키고 인근의 양반들의 반목과 질시를 받으나 (그들로서는) 쉽게 제압을 못하는 모양이더라. 그 시대에 보통 지방 습속이 사람을 구타하여 상해를 가하면 다친 사람을 다치게 한 사람의 집에 떠메어다 누이고 죽나 살아나나를 기다리는 법이라. 그러므로 어떤 때는 한 달에도 몇 번씩 거의 죽게 된 사람, 전신에 피투성이가 된 자를 사랑방에 누여 놓는 때가 있었다.
부친이 주량은 과하지마는 술버릇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순전히 옳지 못한 일에 대한 불평으로 인함이라. 그같이 몹시 맞는 자들이 부친과 직접 관계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나 힘을 믿고 남을 능욕하는 자를 보면 멀고 가깝고를 떠나 『수호지(水滸志)』. 중국의 원말 명초의 장편 소설. 호걸 송강(宋江) 이하 108인이 산동성 양산박에 모여 큰 사건을 일으킨 사적을 담은 내용. 호걸들의 인물 묘사가 뛰어남. 작가는 시내암(施耐庵) 혹은 나관중(羅貫中).
식으로 조금도 참지 못하는 부친의 불같은 성격 때문이다. 그래서 인근 상놈들은 두려워 공경하고, 양반들은 무서워서 피하였다.
해마다 세밑이 되면 우리 집에서는 닭과 계란과 연초(煙草:담배) 같은 것을 많이 준비하여 어디로 보냈다. 그리고는 답례로 역서(曆書:달력)와 해주먹[墨] 같은 것이 오는 것을 보았는데, 내 나이 8,9세 때에 그같은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부친이 한 달에 몇 번씩 소송을 당해 해주에 체포되어 감에, 양반들은 직접 고통을 면하기 위하여 감사(監使). 지방 장관으로서 감찰사(監察使)와 같음.
나 판관(判官)같은 높은 사람을 매수하는 반면 부친은 영리청(營吏廳). 영리(營吏)란 감영, 병영, 수영에 있던 아전으로서 말단 직책에 해당함. 여기서의 영리청은 감영의 영리가 근무하던 곳을 말함.
, 사령청(使令廳). 사령이란 관청에서 심부름하는 사람임. 여기서의 사령청이란 감영(監營)의 사령들이 근무하는 곳을 말함.
에 계방(?房·契房). 부역을 면제받기 위하여 관청의 하급 직원에게 돈이나 곡식을 뇌물로 주는 일.
이란 수속을 밟고 해마다 세밑이면 여러 사람에게 선물을 보냈던 것이다. 그리하였다가 만일 영문(營門). 감사(監司)가 직무를 행하던 관청. 감영(監營).
이나 본아(本衙)에 잡혀가면, 옥에 갇히되 어느 곳에나 계방인 까닭에 겉으로는 몇 달 몇 날 갇히는 듯하나 사실은 사령이나 영리들과 같은 방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또 태장(笞杖) 곤장(棍杖). 태장은 태형(笞刑)과 장형(杖刑)을 말함. 태형은 대나무 매로 볼기를 치는 것이고, 장형은 곤장으로 볼기를 치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둘을 구별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합쳐 태장이라 함. 곤장은 죄인의 볼기를 치는 데 사용하는 도구. 여기서는 태장·곤장이 일반적인 형벌을 뜻하는 말로 쓰인 듯함.
을 맞는다 하여도 반드시 맞는 시늉만 하였다. 그리고는 그 양반 토호들에게 반대 소송을 제기하니, 그들은 일단 잡혀 가면 재산을 있는 대로 허비하여 감사나 판관에게 뇌물을 바치지만, 설사 모면을 하더라도 범같은 사령이나 영속(營屬:감영에 소속된 아전 무리)들에게 별별 고통을 다 당하게 된다. 그런 수단으로 1년 동안에 해서(海西:황해도)의 부호 10여 명이 재산을 탕진하는 낭패를 당하였다 하더라
인근의 양반들이 회유책이었던지 부친에게 도존위(都尊位). 면(面) 또는 마을의 우두머리 어른. 당시에는 도존위가 해당 지역의 관청 사무를 보면서 세금 등을 거두는 일을 했음.
의 직을 천거하였으나, 공적인 일을 수행할 때에 보통 도존위와는 반대로 양반에게 가혹하게 공금을 거두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대신 내줄지언정 가혹하게 걷지는 아니하였으며, 3년이 못되어 공전흠포(公錢欠逋:공전을 유용하거나 사사로이 사용함)를 내고 면직되었다.
인근 양반들이 김순영(金順永). ‘金順永’은 ‘金淳永’을 잘못 표기한 것인 듯함.
이라면 아동 부녀들까지 손가락질을 하며 미워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므로 부친이 양반집 사랑에 들를 때 다른 양반들이 둘러 앉아 있으면 주인은,
“하- 김존위 왔는가?”
하며 하대하되 조용한 곳에서는 소위 머드레. ‘머드레’는 ‘듬성듬성’ ‘이따금’의 뜻을 지닌 황해도 방언.
공대――이따금 이랬소 저랬소――를 하는 것을 보았다.
부친의 어렸을 적 별명은 효자(孝子)이니, 조모께서 작고하셨을 때에 왼손 무명지(약손가락)를 칼로 잘라 조모의 입에 피를 흘려 넣으셨다. 조모는 이로 인해 3일간 회생하셨다가 내가 출생하던 날에 아주 돌아가셨다 한다.
부친의 4형제 중 백부의 이름은 백영(伯永)이요, 아버님은 순영, 셋째는 필영(弼永), 넷째는 준영(俊永)이니, 백부와 셋째는 무능무위(無能無位)의 보통 농군이요, 아버지와 넷째 삼촌이 특이한 성질을 가지셨는데, 준영 삼촌도 주량이 많고 문자는 국문(한글)을 한 겨울 내내 ‘각’ 하고 ‘갈’하다가 못 배우고 말더라. 그런데 술버릇이 고약하여 술만 취하면 큰 풍파를 일으키는데 아버님과 반대로 아무리 취중이라도 감히 양반에게는 손도 가까이 대지 못하면서 친족들에게는 상하를 불문하고 싸움질 욕질을 능사로 하는 까닭으로 조부님과 아버님이 늘 때려주는 것을 보았다.
내가 9살
종조부는 그곳에서 돌아가셔서 해주 본향(本鄕:고향)까지 백여 리나 되는 먼 거리를 운구(運柩:시체를 넣은 관을 운반함)하였는데, 상여에 바퀴를 달고 사람이 끌고 가다가 도리어 불편하다고 바퀴를 제거하고 어깨에 메고 가던 것이 기억된다.
7세 때에는 그곳에 살던 친척들이 한 집 두 집 다시 텃골 본향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부모님들도 고향으로 돌아가시는데 나는 아버님과 삼촌들의 등에 업혀 오던 것이 기억된다. 고향으로 돌아온 후에는 어머님과 아버지가 농업을 하셨다.
부친의 학식은 겨우 성과 이름을 쓸 정도였는데, 골격이 준수하고 성격이 호방하였다. 술을 마시면 양을 헤아리기가 힘들었는데, 술에 취하면 강·이씨를 만나는 대로 때려주고 나서 해주 관아에 갇히기를 일년에 몇 차례나 되어 문중에 소동을 일으키고 인근의 양반들의 반목과 질시를 받으나 (그들로서는) 쉽게 제압을 못하는 모양이더라. 그 시대에 보통 지방 습속이 사람을 구타하여 상해를 가하면 다친 사람을 다치게 한 사람의 집에 떠메어다 누이고 죽나 살아나나를 기다리는 법이라. 그러므로 어떤 때는 한 달에도 몇 번씩 거의 죽게 된 사람, 전신에 피투성이가 된 자를 사랑방에 누여 놓는 때가 있었다.
부친이 주량은 과하지마는 술버릇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순전히 옳지 못한 일에 대한 불평으로 인함이라. 그같이 몹시 맞는 자들이 부친과 직접 관계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나 힘을 믿고 남을 능욕하는 자를 보면 멀고 가깝고를 떠나 『수호지(水滸志)』. 중국의 원말 명초의 장편 소설. 호걸 송강(宋江) 이하 108인이 산동성 양산박에 모여 큰 사건을 일으킨 사적을 담은 내용. 호걸들의 인물 묘사가 뛰어남. 작가는 시내암(施耐庵) 혹은 나관중(羅貫中).
식으로 조금도 참지 못하는 부친의 불같은 성격 때문이다. 그래서 인근 상놈들은 두려워 공경하고, 양반들은 무서워서 피하였다.
해마다 세밑이 되면 우리 집에서는 닭과 계란과 연초(煙草:담배) 같은 것을 많이 준비하여 어디로 보냈다. 그리고는 답례로 역서(曆書:달력)와 해주먹[墨] 같은 것이 오는 것을 보았는데, 내 나이 8,9세 때에 그같은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부친이 한 달에 몇 번씩 소송을 당해 해주에 체포되어 감에, 양반들은 직접 고통을 면하기 위하여 감사(監使). 지방 장관으로서 감찰사(監察使)와 같음.
나 판관(判官)같은 높은 사람을 매수하는 반면 부친은 영리청(營吏廳). 영리(營吏)란 감영, 병영, 수영에 있던 아전으로서 말단 직책에 해당함. 여기서의 영리청은 감영의 영리가 근무하던 곳을 말함.
, 사령청(使令廳). 사령이란 관청에서 심부름하는 사람임. 여기서의 사령청이란 감영(監營)의 사령들이 근무하는 곳을 말함.
에 계방(?房·契房). 부역을 면제받기 위하여 관청의 하급 직원에게 돈이나 곡식을 뇌물로 주는 일.
이란 수속을 밟고 해마다 세밑이면 여러 사람에게 선물을 보냈던 것이다. 그리하였다가 만일 영문(營門). 감사(監司)가 직무를 행하던 관청. 감영(監營).
이나 본아(本衙)에 잡혀가면, 옥에 갇히되 어느 곳에나 계방인 까닭에 겉으로는 몇 달 몇 날 갇히는 듯하나 사실은 사령이나 영리들과 같은 방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또 태장(笞杖) 곤장(棍杖). 태장은 태형(笞刑)과 장형(杖刑)을 말함. 태형은 대나무 매로 볼기를 치는 것이고, 장형은 곤장으로 볼기를 치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둘을 구별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합쳐 태장이라 함. 곤장은 죄인의 볼기를 치는 데 사용하는 도구. 여기서는 태장·곤장이 일반적인 형벌을 뜻하는 말로 쓰인 듯함.
을 맞는다 하여도 반드시 맞는 시늉만 하였다. 그리고는 그 양반 토호들에게 반대 소송을 제기하니, 그들은 일단 잡혀 가면 재산을 있는 대로 허비하여 감사나 판관에게 뇌물을 바치지만, 설사 모면을 하더라도 범같은 사령이나 영속(營屬:감영에 소속된 아전 무리)들에게 별별 고통을 다 당하게 된다. 그런 수단으로 1년 동안에 해서(海西:황해도)의 부호 10여 명이 재산을 탕진하는 낭패를 당하였다 하더라
인근의 양반들이 회유책이었던지 부친에게 도존위(都尊位). 면(面) 또는 마을의 우두머리 어른. 당시에는 도존위가 해당 지역의 관청 사무를 보면서 세금 등을 거두는 일을 했음.
의 직을 천거하였으나, 공적인 일을 수행할 때에 보통 도존위와는 반대로 양반에게 가혹하게 공금을 거두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대신 내줄지언정 가혹하게 걷지는 아니하였으며, 3년이 못되어 공전흠포(公錢欠逋:공전을 유용하거나 사사로이 사용함)를 내고 면직되었다.
인근 양반들이 김순영(金順永). ‘金順永’은 ‘金淳永’을 잘못 표기한 것인 듯함.
이라면 아동 부녀들까지 손가락질을 하며 미워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므로 부친이 양반집 사랑에 들를 때 다른 양반들이 둘러 앉아 있으면 주인은,
“하- 김존위 왔는가?”
하며 하대하되 조용한 곳에서는 소위 머드레. ‘머드레’는 ‘듬성듬성’ ‘이따금’의 뜻을 지닌 황해도 방언.
공대――이따금 이랬소 저랬소――를 하는 것을 보았다.
부친의 어렸을 적 별명은 효자(孝子)이니, 조모께서 작고하셨을 때에 왼손 무명지(약손가락)를 칼로 잘라 조모의 입에 피를 흘려 넣으셨다. 조모는 이로 인해 3일간 회생하셨다가 내가 출생하던 날에 아주 돌아가셨다 한다.
부친의 4형제 중 백부의 이름은 백영(伯永)이요, 아버님은 순영, 셋째는 필영(弼永), 넷째는 준영(俊永)이니, 백부와 셋째는 무능무위(無能無位)의 보통 농군이요, 아버지와 넷째 삼촌이 특이한 성질을 가지셨는데, 준영 삼촌도 주량이 많고 문자는 국문(한글)을 한 겨울 내내 ‘각’ 하고 ‘갈’하다가 못 배우고 말더라. 그런데 술버릇이 고약하여 술만 취하면 큰 풍파를 일으키는데 아버님과 반대로 아무리 취중이라도 감히 양반에게는 손도 가까이 대지 못하면서 친족들에게는 상하를 불문하고 싸움질 욕질을 능사로 하는 까닭으로 조부님과 아버님이 늘 때려주는 것을 보았다.
내가 9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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