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 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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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짚이란 무엇인가?
2.지푸라기 인생
3.삼신집과 초분
4.흔하디 흔한 재료
5.짚 문화의 주인
6.서민 생활과 짚 제품
7. 결론

본문내용

자랐다.
비료는 물론 전적으로 퇴비를 썼다. 오즘재 섞어주기, 인분 퍼주기, 가을초나 누에똥 갈아주기, 말똥, 소똥, 개똥 넣어 주기. 그래서 최근까지도 시골에는 길에 떨어진 쇠똥이나 말똥, 개똥을 주워오기 위해 볏짚으로 만든 개똥망태라는 것이 집입에 하나씩 마련되어 있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수천 년 이 땅의 환경에 맞추어 키워 온 이 재래종 벼는 비록 수확 수치면에서는 다소 떨어져도 쌀에 윤기가 흐르고 질이 매우 좋았다. 따라서 볏짚도 키가 크고 건강하고 노르스름한 게 때깔이 고왔다.
그러나 요즘 나오는 볏짚은 기계와 화학 비료만을 믿고 환경의 조건 따위와는 관계없이 다수확만을 목적으로 개량된 품종이어서 우선 키가 작고 푸석푸석 힘이 없으며 각종 농약에 찌들대로 찌들어 거무튀튀한 게 윤기가 전혀 없다.
둘째, 사람들의 심성이 전과 아주 달라졌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사람들은 뭐든 쉽고 간편하게 되는 것만 좋아하지 끈기 있게 오래 붙들고 해야 하는 일을 아주 싫어한다.
시골 어느 외진 곳엘 가도 이젠 텔레비전이 없는 곳이 없다. 전에는 농번기가 끝나고 한가한 겨울이 되면 밤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앉아 새끼를 꼬거나 멍석을 트는 일이 중요한 행사 중의 하나였다.
비단 새끼를 꼬거나 멍석을 튼다는 그 성과나 목적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모여앉아 떠들고 웃고 의논하는 등의 즐거움에 더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요즘은 대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마을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앉는 일은 거의 없다. 동네마다 유선 마이크 시설이 돼 있어 공지사항이 있으면 마을이 떠나가라고 왕왕 떠들어 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농촌도 이제 저임금 시대가 아니다.
혹 짚 제품을 아주 잘 만드는 노인을 만나 애석한 마음에 왜 그좋은 솜씨를 썩히느냐고 물으면, 노인은 으레 자식들이 도회지에서 잘 벌어 보내고, 손에 풀기도 없고 또 하루 품삯이면 보기 좋고 쓰기 좋은 플라스틱 그릇 몇 개씩 사올 수 있는데 무엇하려고 젊은 사람들 좋아하지도 않는 걸 궁상맞게 만들고 있겠느냐고 대답하기 일쑤다.
7-3. 짚의 마음을 어떻게 되살릴까?
짚 문화의 이런 자연적인 멸절 현상은 역사가 몰고 온 어쩔 수 없는 추세로, 어떤 개인이나 몇 사람의 노력 가지고는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저 시골 사람들에게 전통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해 편리하고도 손쉬운 플라스틱 제품을 버리고 투박하고 무겁고 먼지나고 불편한 짚 제품을 만들어 쓰라고 강요한들 그것이 어떻게 실용될 수 있겠는가.
문화는 멋이나 아름다움만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용과 실 리가 전제되어야 전승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분야도 그렇겠지만 짚 제품도 솜씨 있는 몇 사람에 의해 더러 부분적인 재현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옛것의 모방으로서 창의성이 배제된 상업적인 복제에 불과할 뿐 짚 문화의 본질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짚 문화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아 내야 하는가. 짚을 연구하는 짚 민속학의 뜻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민속재는 그것을 창조한 그 고장, 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제 빛을 낼 수가 잇다. 그 고장, 그 사람들에게서 뚝 떼어 낯선 곳에 갖다 놓고 오로지 민속재로서만 다루어질 때 그것은 이미 뿌리 잃은 죽은 나무가 되고 마는 것이다.
문제는 시골 사람들 자신이 그들의 문화 유산을 아주 하잘 것 없는 것으로 여기고 스스로 비하하는 데 있다.
언제부터 어떤 경위인지는 잘 알수 없어도 시골 사람들은 자신의 전통에 대해 뿌리깊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것은 무엇이나 신기하고 귀하고 낡고 때묻은 것은 가까짓것 하잘없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어디를 가나 팽배해 있다.
아스팔트가 펼쳐지고 새마을 사업이 말끔히 된 동네일수록 들어가 볼 필요조차 없다. 비포장 도로로 한참 가거나 산이 가로막힌 외진 곳에나 가야 더러 귀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무엇이 현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토록 자신의 것을 우습게 여기게 만들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제의 민족 문화 말살 정책도 한몫 거들었을 것이고, 해방 이후 밀어닥친 근대화와 산업화의 물결도 그 큰 몫을 담당했을 것이다.
더구나 70년대초부터 단행된 새마을운동은 농촌 사람들이 수천년 아끼고 젖어 살아온 모든 전통적 가치와 의미를 송두리째 뒤엎어 버렸다. 마을길을 닦기 위해 당산나무를 베어 내고 성황당을 부수고 초가집을 양철이나 기와로 바꾸고 낡고 구태의연한 것은 무엇이나 때려 부숴 번쩍거리고 울긋불긋하고 편리한 것으로 바꿔 버렸다.
그 결과 농촌의 경제 사정은 확실히 좋아졌다. 정책 입안자들이 입버릇처럼 떠들어 온 것처럼 농촌엔 이제 보릿고개니 춘궁기니 하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웬만한 집엔 텔레비전과 냉장고가 다 갖추어졌다. 3,40년 전의 저 헐벗고 굶주린 모습은 찾아볼래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농촌은 지금 전의 그 어느 시대보다도 심각한 무력증과 상실증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산업화 정책, 새마을운동이 농촌 주민들의 강압적이고 통제적인 방식이엇는 데다가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 농촌내에서의 빈부 격차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데서 오는 여러 가지 후유증으로 농촌은 돌이키기 어려운 중증상태에 놓여 있다.
'예것의 가치는 모두 잃어버린 데다가 새로운 창조 의욕은 억압되고 봉쇄되어 버렸다. 살기는 나야졌다고 하나 빈부의 심한 격차는 더한 불평, 불만, 불행감을 불러일으켜 없는 자들은 한층 더한 무력감과 패배의색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오늘 우리가 사랴져 가는 짚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만일 태반의 전통 문화 유산이 그랬듯이 콘크리트 박물관 유리장 안에 넣어 두고 감상적인 회고 취미나 만족시키기 위함이라면, 또 상업주의에 값싸게 팔아 넘겨 타락시키는 쓰잘데없는 일에 끝난다면 그건 아무런 가치도 의미도 없다.
앞에서도 얘기한 대로 짚 문화는 거것을 창조한 고장, 그 사람들에게 되돌아 갈 때 비로소 그 빛을 다하는 것이다.
이제 비록 그 형태의 재현으로 다시 실용화될 가능성은 아주 없어졌다 하더라도 그 속에 맥박치는 산 정통, 정신적 의미는 반드시 그들 속에 되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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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4.09.11
  • 저작시기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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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번호#266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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