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인권 현실과 인권향상 방안에 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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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인권의 ‘보편성’과 아동의 인권

2. 아동을 바라보는 시선

3. 20세기 아동권리운동의 도전과 영향

4. 한국사회에서의 아동 인권

5. 변화되어야 할 것

본문내용

야만 행복하다는 가정, 아동 보육의 일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는 가정, 아동은 부모에 의해 대표되어야 한다는 가정에 도전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부모의 중심성이 약화되고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로 간주하지 않는 사회, 아동의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인정되는 사회, 가족이 가진 매력이 가족만의 것이 아닐 수 있도록 사회여야 한다.
) 이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유대를 파괴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부모와 자녀는 자유롭고 친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유대관계의 창설은 아동 양육의 부모 중심성이 사라지고 아동이 사회적으로 자라날 때 가능해지는 것이다. 배타적이고 이기주의적이며 편협한 가족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관계는 결코 진정한 친밀성과 사회적 연대의 관계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는 아동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들에 있어 아동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아동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국가의 자의적 개입을 통제하기 위해 부모의 권리를 옹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자녀를 원하는 방식대로 교육시킬 수 있는 부모의 권리나 자녀의 몸을 교사의 체벌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아동의 보편적 존엄성과 교육권을 옹호해야 하며,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학교의 운영 과정이나 규칙의 제·개정에 아동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 우리는 아동의 삶을 탈제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아동의 교육 경험을 독점하고 있는 '학교'라는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이 필요하다. 우리는 국가에 의해 통제되는 제도로서의 '학교', 그리고 '학교'에 의한 교육의 독점을 비판해야 한다. 교육은 인간의 기본권인 만큼 아동뿐 아니라 성인들도 필요한 교육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교육의 과정이 곧 해방의 과정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더 이상 국가에 의해 계급 재생산과 이데올로기적 통제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도구로서 활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68년 프랑스 5월혁명의 과정에서는 교육기관에 대한 자주 관리, 교육 내용과 형식에 대한 자기결정의 원리 등이 적극적으로 주창되었고, 다양한 실험들이 행해졌다. 일례로 상시에 심리학과에서는 '학습계약'이라는 형태의 새로운 교육 방식을 제안하였는데, '학습계약'을 비롯해 프랑스 5월혁명의 과정에서 제안된 새로운 교육의 원리들과 교육적 상상력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백산서당 편집부 편역, 『프랑스 5월혁명』(백산서당, 1985), 특히 제2부 '현재의 투쟁' 중 2장 '교육제도의 변혁'과 3장 '교육학의 혁명, 혁명의 교육학'을 참고할 것.
또한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관행화된 인권침해를 사회적 감시망 속에 포착해내고, 인권의 기준으로 학교 안의 구조와 문화를 재정비하고자 하는 도전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우리는 아동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지 않고 전면적으로 사회 참여의 길을 터주지 않으면 안된다. 아동을 특정 공간으로 격리시켜 미성숙을 강제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성인들에 대한 의존을 낳고, 그러한 의존은 또다시 연령별 불평등과 자의적 통제를 정당화하게 된다. 아동을 미성숙의 신화에 가둬두는 만큼 아동은 더 미성숙해지게 될 것이고, 아동에게 권리행사와 참여의 기회를 허용하는 만큼 아동은 더 일찍부터 성숙한 삶을 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동은 미성숙한 존재이다. 미성숙한 존재는 권리행사능력이 없다. 따라서 아동의 권리는 제한되어야 마땅하다'는 이 지배적 논법을 극복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결코 아동을 진정한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성장시킬 수 없으며 아동의 인권이 침해되는 현실을 극복할 수 없다. 아동이 진정 행복한 '지금'(now)을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지금 당장 아동에게 권리를 되돌려주어야 한다. 아동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부모도 국가도 아닌 바로 아동 자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스스로 판단하고 권리를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진정한 권리주체'로서의 능력은 성인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존중'받고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길러진다는 이 당연한 성장의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에스파냐의 오렌세 지방에 있는 벤포스타
) 벤포스타의 역사와 실험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에버하르트 뫼비우스,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김라합 옮김, 보리, 2000을 참고할 것.
는 아동만의 공동체라는 점에서 여전히 아동을 성인과 사회로부터 분리시키고 있는 한계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아동의 경제적 독립을 지원함으로써 사회적 독립을 가능케 하며, 아동을 사회로 완전히 통합시킬 수 있는 질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원리를 예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아동의 특수성을 강조하기보다 아동 역시 인권의 주체라는 보편성을 강조하여야 할 것이다. 아동의 특수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현재 '성인들에 의해 규정된' 아동의 특수성에 기반한 아동 억압의 질서들을 유지시키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아동의 특수성에 기반하여 아동에 대한 경제적 착취나 성적 착취, 전쟁 동원 등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항의해야 하는 것은 아동이 어른들'처럼'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어른들도' 그렇게 착취될 수 있다는 것
) 슐라미스 화이어스톤, 『성의 변증법』, 김예숙 옮김, 풀빛, 1983, 103쪽.
, 즉 아동도 성인처럼 경제적·성적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지금의 사회질서가 인간을 착취하고 있다는 사실이어야 한다. 또 아동마저 전쟁에 동원하고 있다는 데 분개할 것이 아니라 전쟁이 갖는 파괴적 본질 자체에 정치적으로 반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구성원 가운데 단 한 명의 인권침해라도 용인한다면, 이는 곧 부메랑이 되어 전체 사회의 인권수준의 후퇴를 낳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동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의 인권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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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18페이지
  • 등록일2005.04.26
  • 저작시기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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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번호#29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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