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은 무너져서 재가 되고 회색 벽의 방, 갓도 없는 전등의 하얀 불빛, 피비린내, 가죽 회초리, 땀, 고통, 공포가 다시 찾아왔다.
라비크는 쏜살같이 차를 몰았고 2, 3초 후에 힘껏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러자 예상치 못하고 있었던 하케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호주머니에 넣은 손을 꺼낼 사이도 없이 하케의 이마가 앞 유리와 계기판의 모서리에 쾅 부딪혔다.
그 순간, 라비크는 오른쪽 호주머니에 있던 육중한 스패너를 꺼내 하케의 두개골 바로 아래쪽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하케는 쓰러졌다. 그렇다고 죽은 것은 아니었다. 라비크는 두 손으로 하케의 목을 꽉 조른 채, 그대로 힘껏 눌렀다. 하케의 몸이 버둥거리더니 잠시 뒤 축 늘어졌다. 라비크는 뒤처리를 서둘렀다.
하케의 시신을 인적이 드문 곳에 묻었고, 그가 소지하고 있던 여권과 비자 그리고 소지품을 모두 찢거나 태워 버렸다. 그와 관계되는 모든 증거물들을 없애 버렸다. 그런 후 호텔로 돌아온 그는 모로소프에게 모든 일이 끝났다고 알려 주었다. 안전한 곳으로 생각했던 파리에도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의 제일 좋은 그림을 중부 프랑스로 옮기기 시작했고, 샤르트르 대 사원의 푸른 유리창도 포장되어 딴 곳으로 옮겨졌다.
또 돈 있는 사람들도 재산을 정리해 미국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모로소프는 라비크에게 다른 나라로 갈 것을 권했다. 걸리면 프랑스의 강제 수용소로 보내진다는 것이었다. 수용소에 있다가 독일군이 점령하면 라비크는 끝장이 나게 된다. 하지만 라비크는 거부했다. 이제 더 이상 도망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 벌써 여러 해 동안 쓰지 않고 있던 알콜 버너를 찾아냈다. 알콜 버너는 수용소에 가지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후 라비크는 미국으로 떠나는 케이트를 전송했다. 그는 같이 가자는 그녀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를 보내고 난 후 그는 차를 몰아 파리 시내를 배회했다. 달리고 싶은 만큼 달렸다. 곧 끝나게 될 자유를 마지막으로 마음껏 누리고 싶었다. 프랑스, 3개월의 감옥 생활. 불법 거주. 4번 추방당하고 4번 다시 돌아왔다. 5년간의 생활. 과히 나쁘지는 않았다.
그 날 밤 라비크는 잠결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를 들었다. 수화기를 들었더니 조앙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나직한 목소리로 와달라고 말했다.
라비크는 신경질을 내며 말하고서는 수화기를 놓았다. 라비크는 잠을 자려고 했지만 다신 잠이 오지 않았다. 더 이상 노력해도 별수 없을 것 같아 라비크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그 때 무슨 소리가 났다.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문 앞에 웬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남자는 조앙 마두가 다쳤다고 말했다. 라비크는 믿을 수 없었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라비크는 가운을 벗어 던지고 옷가지를 챙겨 들며 달려나갔다. 어느 날 라비크는 독일에서 그를 고문하고, 애인 시빌을 자살케 한 게슈타포인 하케와 만나게 되고 그를 유도하여 교외에 있는 숲으로 유인해 그를 살해한다. 조안은 마음에도 없는 남자와 동거하다 그 사나이가 쏜 총에 맞아 죽고 만다.
라비크가 갔을 때 조앙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는 목까지 올라오는 은빛 야회복을 입고 있었는데, 온통 피에 젖어 있었다.
라비크는 조앙을 베베르의 병원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재빨리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총알이 일곱 번째 척수 골에 박혀 있어 도저히 어떻게 손을 써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앙은 점점 괴로워했고 조앙은 간신히 눈알을 움직이며 속삭였다. 너무 쇠약해서 다른 말은 할 수가 없어서 그녀는 어린 시절의 말을 쓰기 시작했다.
라비크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독일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들은 남의 말로 서로 얘기하고 있었다. 지금 비로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 자신의 말을 쓰고 있었다. 언어의 장벽은 무너지고 두 사람은 지금까지보다 더욱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조앙은 잠시 동안 꼼짝도 않고 누워 있었다. 벌써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이는 악물리고, 얼굴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녀는 그래도 말을 하려고 헐떡이고 있었다. 마침내 절규가 터져 나온다. 눈꺼풀이 실룩거렸다. 그러고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입술이 늘어졌다. 숨결이 멈췄다. 라비크는 병실에서 나와 베베르에게 갔다. 베베르가 신문을 보여 주었다.
라비크가 호텔로 돌아왔을 때 경찰이 이미 와 있었다. 라비크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모로소프와 작별 인사를 했다. 전쟁이 끝나면 조르주 5세 거리에 있는 푸케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고 그런 후 라비크는 그 곳에 있던 경찰에게 조사를 받았다.
잠시 뒤 그는 다른 피난민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던 트럭에 올랐고 곧 트럭이 흔들렸다. 모두들 서로 꼭 붙어서서 말을 하는 사람은 하나 도 없었다. 트럭은 와그람 거리를 달려서 에트왈 광장으로 빠져 나갔다.
아무 데도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광장에는 짙은 어둠만이 깔려 있었다. 너무 어두워서 개선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처럼 모든 것이 눈사태처럼 무너져 가고, 의지할 곳도, 버티고 설 발판도 하나하나 사라져 간다. 불빛은 꺼지고, 어둡고 끝없는 공포와 절망이 파리를, 프랑스를, 전유럽의 지평선을 내리덮는다. 신대륙으로 도망가는 20세기의 방주 노르망디 호는 죽음을 안고 있는 케이트를 태우고 유럽의 해안을 떠난다.
유럽과 미국을 연결하는 마지막 밧줄은 끊어지고, 유럽은 고립된 커다란 감옥이 되어 버린다. 조앙도 죽었다. 선전포고가 발포되었다. 유럽에서 피난민의 마지막 피난처였던 프랑스도, 전쟁이 일어난 지금에 와서는 더 이상 피난처가 되지 못한다. 더 도망쳐 다녀보아야 소용이없다.
라빅은 마지막 한때를 공원에서 보내고, 친구 모로소프에게, "전쟁이 끝나면 푸케에서 다시 만나자."고 작별 인사를 한 다음, 오텔 앵떼르나쇼날에서 다른 피난민들과 함께 프랑스 경찰의 트럭을 타고 끌려간다. 에뜨와르 광장에는 어둠만 깔려 있고, 불빛은 하나도 없다. 거대한 개선문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멀리 강제 수용소의 철문이 닫히는 소리를 암시하며, 이 아름답고도 애절한 이야기는 끝난다.
라비크는 쏜살같이 차를 몰았고 2, 3초 후에 힘껏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러자 예상치 못하고 있었던 하케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호주머니에 넣은 손을 꺼낼 사이도 없이 하케의 이마가 앞 유리와 계기판의 모서리에 쾅 부딪혔다.
그 순간, 라비크는 오른쪽 호주머니에 있던 육중한 스패너를 꺼내 하케의 두개골 바로 아래쪽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하케는 쓰러졌다. 그렇다고 죽은 것은 아니었다. 라비크는 두 손으로 하케의 목을 꽉 조른 채, 그대로 힘껏 눌렀다. 하케의 몸이 버둥거리더니 잠시 뒤 축 늘어졌다. 라비크는 뒤처리를 서둘렀다.
하케의 시신을 인적이 드문 곳에 묻었고, 그가 소지하고 있던 여권과 비자 그리고 소지품을 모두 찢거나 태워 버렸다. 그와 관계되는 모든 증거물들을 없애 버렸다. 그런 후 호텔로 돌아온 그는 모로소프에게 모든 일이 끝났다고 알려 주었다. 안전한 곳으로 생각했던 파리에도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의 제일 좋은 그림을 중부 프랑스로 옮기기 시작했고, 샤르트르 대 사원의 푸른 유리창도 포장되어 딴 곳으로 옮겨졌다.
또 돈 있는 사람들도 재산을 정리해 미국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모로소프는 라비크에게 다른 나라로 갈 것을 권했다. 걸리면 프랑스의 강제 수용소로 보내진다는 것이었다. 수용소에 있다가 독일군이 점령하면 라비크는 끝장이 나게 된다. 하지만 라비크는 거부했다. 이제 더 이상 도망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 벌써 여러 해 동안 쓰지 않고 있던 알콜 버너를 찾아냈다. 알콜 버너는 수용소에 가지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후 라비크는 미국으로 떠나는 케이트를 전송했다. 그는 같이 가자는 그녀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를 보내고 난 후 그는 차를 몰아 파리 시내를 배회했다. 달리고 싶은 만큼 달렸다. 곧 끝나게 될 자유를 마지막으로 마음껏 누리고 싶었다. 프랑스, 3개월의 감옥 생활. 불법 거주. 4번 추방당하고 4번 다시 돌아왔다. 5년간의 생활. 과히 나쁘지는 않았다.
그 날 밤 라비크는 잠결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를 들었다. 수화기를 들었더니 조앙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나직한 목소리로 와달라고 말했다.
라비크는 신경질을 내며 말하고서는 수화기를 놓았다. 라비크는 잠을 자려고 했지만 다신 잠이 오지 않았다. 더 이상 노력해도 별수 없을 것 같아 라비크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그 때 무슨 소리가 났다.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문 앞에 웬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남자는 조앙 마두가 다쳤다고 말했다. 라비크는 믿을 수 없었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라비크는 가운을 벗어 던지고 옷가지를 챙겨 들며 달려나갔다. 어느 날 라비크는 독일에서 그를 고문하고, 애인 시빌을 자살케 한 게슈타포인 하케와 만나게 되고 그를 유도하여 교외에 있는 숲으로 유인해 그를 살해한다. 조안은 마음에도 없는 남자와 동거하다 그 사나이가 쏜 총에 맞아 죽고 만다.
라비크가 갔을 때 조앙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는 목까지 올라오는 은빛 야회복을 입고 있었는데, 온통 피에 젖어 있었다.
라비크는 조앙을 베베르의 병원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재빨리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총알이 일곱 번째 척수 골에 박혀 있어 도저히 어떻게 손을 써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앙은 점점 괴로워했고 조앙은 간신히 눈알을 움직이며 속삭였다. 너무 쇠약해서 다른 말은 할 수가 없어서 그녀는 어린 시절의 말을 쓰기 시작했다.
라비크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독일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들은 남의 말로 서로 얘기하고 있었다. 지금 비로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 자신의 말을 쓰고 있었다. 언어의 장벽은 무너지고 두 사람은 지금까지보다 더욱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조앙은 잠시 동안 꼼짝도 않고 누워 있었다. 벌써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이는 악물리고, 얼굴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녀는 그래도 말을 하려고 헐떡이고 있었다. 마침내 절규가 터져 나온다. 눈꺼풀이 실룩거렸다. 그러고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입술이 늘어졌다. 숨결이 멈췄다. 라비크는 병실에서 나와 베베르에게 갔다. 베베르가 신문을 보여 주었다.
라비크가 호텔로 돌아왔을 때 경찰이 이미 와 있었다. 라비크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모로소프와 작별 인사를 했다. 전쟁이 끝나면 조르주 5세 거리에 있는 푸케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고 그런 후 라비크는 그 곳에 있던 경찰에게 조사를 받았다.
잠시 뒤 그는 다른 피난민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던 트럭에 올랐고 곧 트럭이 흔들렸다. 모두들 서로 꼭 붙어서서 말을 하는 사람은 하나 도 없었다. 트럭은 와그람 거리를 달려서 에트왈 광장으로 빠져 나갔다.
아무 데도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광장에는 짙은 어둠만이 깔려 있었다. 너무 어두워서 개선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처럼 모든 것이 눈사태처럼 무너져 가고, 의지할 곳도, 버티고 설 발판도 하나하나 사라져 간다. 불빛은 꺼지고, 어둡고 끝없는 공포와 절망이 파리를, 프랑스를, 전유럽의 지평선을 내리덮는다. 신대륙으로 도망가는 20세기의 방주 노르망디 호는 죽음을 안고 있는 케이트를 태우고 유럽의 해안을 떠난다.
유럽과 미국을 연결하는 마지막 밧줄은 끊어지고, 유럽은 고립된 커다란 감옥이 되어 버린다. 조앙도 죽었다. 선전포고가 발포되었다. 유럽에서 피난민의 마지막 피난처였던 프랑스도, 전쟁이 일어난 지금에 와서는 더 이상 피난처가 되지 못한다. 더 도망쳐 다녀보아야 소용이없다.
라빅은 마지막 한때를 공원에서 보내고, 친구 모로소프에게, "전쟁이 끝나면 푸케에서 다시 만나자."고 작별 인사를 한 다음, 오텔 앵떼르나쇼날에서 다른 피난민들과 함께 프랑스 경찰의 트럭을 타고 끌려간다. 에뜨와르 광장에는 어둠만 깔려 있고, 불빛은 하나도 없다. 거대한 개선문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멀리 강제 수용소의 철문이 닫히는 소리를 암시하며, 이 아름답고도 애절한 이야기는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