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Ⅰ. 머리말
Ⅱ. 페미니즘 비평
Ⅲ. 작품 속의 여성 인물 연구
1. 가부장적 질서와 여성의 정체성
2. 왜곡된 여성의 이미지
3. 부재와 단절에 대한 대응 양상
Ⅳ. 맺음말
Ⅱ. 페미니즘 비평
Ⅲ. 작품 속의 여성 인물 연구
1. 가부장적 질서와 여성의 정체성
2. 왜곡된 여성의 이미지
3. 부재와 단절에 대한 대응 양상
Ⅳ. 맺음말
본문내용
해 나가게 된다. 또한 「밤고기」의 양희라는 아이의 오빠는 학생 운동으로 참가했다가 경찰에 쫓겨 골방으로 숨어들어 눈치를 보며 밥을 먹는 등의 무력한 모습으로 지내다가 경찰에 잡혀간다. 아버지의 반대에 이기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와 버린 절름발이 언니는 실종이 되어 버린다. 아버지는 가부장적인 권위만 세우며, 가족 문제를 소홀히 가운데 양희는 여성으로서의 통과의례를 맞이하게 된다. 양희에게 남겨진 것은 혼란과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뿐이다. 「밤고기」에서는 다른 작품보다 가부장적인 가족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철처한 가부장적 질서 아래 자라온 양희의 정체성은 남성에 의한 여성의 정체성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오빠가 걸어 놓은 방문 속에, 언니가 흔적처럼 남겨 놓고 간 브로치 속에, 숨겨져 있는 은밀한 것들, 그 뒷전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느낌 속에서 양희는 잠에서 덜 깬 실눈을 뜨고 있는 듯한 혼란과 함께 괜히 배가 싸르륵 아파 온다. <밤고기>, 170쪽.
작품 내에서 양희은 자주 배가 아프다. 작품의 마지막에서 초경이라는 말로 양희가 제2차성징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 준다. 불완전한 가족 분위기 속에서 양희의 자아는 혼란기에 접어들고, 배가 싸르륵 아파오는 몇 번의 고통 속에서 여성이 되는 성숙기를 거쳐가게 된다는 것이다. 배가 아파오는 순간은 가족의 붕괴라는 슬픔에 젖어들 때이다.
그날 약국에 갔다가 양희는 아버지를 봤다. 약국 맞은 편에 포목점이었는데 더위 때문에 커다란 유리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햇빛의 역광 때문에 양희는 파스를 사들고 나오면서 얼굴을 찌푸려야 했다. 고개를 들었을 때 포목점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있는 아버지가 보였다. 소스라쳐 파스를 감추다가 당황해서 그만 파스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 마을에는 흔이 읍내 여자라고 부르는 포목점 주인 여자는 곱게 분칠을 한 모습으로 푸르고 붉은 비단폭에 가려져 있다가 호들갑스럽게 아버지를 반겼다.
‘며칠 뜸해서 기다리던 참이에요,……그래, 따님은 찾으셨어?’
‘제발로 달아난 년 찾아다가 어데다 써.’
‘다 둥지가 따뜻한 줄 알면 날아와요, 걱정 말아요.’
아버지 팔뚝을 스스럼없이 잡아 그는 읍내 여자의 흰 손이 괜히 무색해서 양희는 황급히 약국을 나와 버렸다. <밤고기>, 173쪽.
양희의 아버지는 가부장적인 질서 아래에 자라온 사람이며, 자신의 부인이외에도 다른 여자를 만나도 어떠한 죄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당연한 것처럼 행동한다. 양희가 아버지를 찾아 과수원에 갔다가 과수원 고갯길에서 아버지를 발견하고, 고개를 내려가다가 아버지와 읍내 여자가 풀숲에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버지가 읍내 여자의 하얀 모시 치마를 사납게 낚아채고, 그 여자의 속치마 속으로 손을 들이미는 모습을 보게 된다. ‘혼자 내가 무슨 재미로 살겠어……데리고 있던 조카도 그나마 죽어버렸는데……이녁은 벌써 며칠 때 읍에 나오지도 않고.’라는 말이 들리고, 그 말을 들은 양희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뛰어 벗어난다. 양희의 태도는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 저지하려거나 비난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단순히 그 자리를 피함으로써 도망치는 소극적인 행동을 취한다. 이는 양희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하늘과도 같으며,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저항없이 받아들이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질서 아래에 있는 여성의 생각이 주를 이룬다는 것을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누가 그랬을까? 골똘히 생각해도 누구 짓인지 전혀 짐작도 안 간다. 변소 뒷벽 붉은 벽돌의 하얀 크레파스 낙서, 양희는 그 낙서 생각만 하면 얼굴을 옷 들겠다. 아버지의 치켜 뜬 눈이 떠올라 눈물까지 나려 든다. <밤고기>, 176쪽.
아버지의 모습만 생각해도 양희는 울음을 터뜨리려고 한다. 나쁜 짓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변소 뒷벽에 있는 낙서는 친구들의 장난에 의한 것임을 알면서도 아버지의 치켜 뜬 눈이 떠올라 어쩔 줄 모르는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은 자신의 언니가 목수를 따라 살겠다고 하자 아버지가 언니를 때렸던 일에 대한 기억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남자와의 결혼이라는 문제는 아버지에게 결정권이 있으며, 아버지가 마음에 들지 않은 남자를 만나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배우게 되었던 것이다. 아직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귀빈이와의 사이가 아무런 문제 거리가 되지 않을 테지만 양희에게는 그러한 낙서조차 겁이 난다.
아버지가 언니를 윗방에 감금하고 소동을 벌인 다음날, 반 아이가 교문에서 누가 양희를 찾는다고 전해왔다. 달려나가니 언니가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언니의 긴 머리에 난 가위질 자국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양희가 다가가자 언니가 돌아섰다. 아버지의 사나운 눈길이 지나간 얼굴에 푸른 멍이 들고 입술이 터져 있었다. 좋지 않은 혈색과 완연한 피로의 흔적으로 인해 작은 언니의 얼굴은 더 왜소해 보였다. 언니가 양희의 손을 잡았다. 늙은 포플러나무 둥치 위에서 규칙적으로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사위를 낮게 가라 앉혔다.
‘붙어먹을 놈이 따로 있데, 이년아’
아버지의 분노가 불식간에 끼여들자, 갑자기 언니가 너무 멀게 느껴졌다. 지난밤, 언니를 다그치는 아버지의 폭언을 양희는 모깃불을 피워 놓은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들었다.
‘이 육실한 년.’
아버지의 매질과 욕설이 심해질수록 언니는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그것이 아버지를 더 화나게 했을 것이다. 오히려 잠긴 문 밖에 어머니가 까무라쳤다. <밤고기>, 179쪽.
아버지의 폭력이 얼마나 강한가를 언니의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보여준다. 아버지의 폭력이 강하다고 하는 것은 아버지가 가족이라는 질서 안에서 힘이 강하고, 그의 권위가 강하고, 그의 위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딸을 폭력으로 말미암아 상처투성이 되어도 양희의 어머니는 말리지 못할 정도로 힘이 없는 존재이며, 아버지는 그런 폭력을 써도 괜찮다는 인식이 무의식 속 저편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양희가 아버지와 언니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으로 보여지나 이것은 가부장적 질서를 자연스럽게 익혀 가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여자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진다. 입에서 거품이 일고 눈이 뒤집어진다. 양희는 책가방을 왼손에 바꿔 쥐면서 가슴이 섬
오빠가 걸어 놓은 방문 속에, 언니가 흔적처럼 남겨 놓고 간 브로치 속에, 숨겨져 있는 은밀한 것들, 그 뒷전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느낌 속에서 양희는 잠에서 덜 깬 실눈을 뜨고 있는 듯한 혼란과 함께 괜히 배가 싸르륵 아파 온다. <밤고기>, 170쪽.
작품 내에서 양희은 자주 배가 아프다. 작품의 마지막에서 초경이라는 말로 양희가 제2차성징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 준다. 불완전한 가족 분위기 속에서 양희의 자아는 혼란기에 접어들고, 배가 싸르륵 아파오는 몇 번의 고통 속에서 여성이 되는 성숙기를 거쳐가게 된다는 것이다. 배가 아파오는 순간은 가족의 붕괴라는 슬픔에 젖어들 때이다.
그날 약국에 갔다가 양희는 아버지를 봤다. 약국 맞은 편에 포목점이었는데 더위 때문에 커다란 유리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햇빛의 역광 때문에 양희는 파스를 사들고 나오면서 얼굴을 찌푸려야 했다. 고개를 들었을 때 포목점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있는 아버지가 보였다. 소스라쳐 파스를 감추다가 당황해서 그만 파스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 마을에는 흔이 읍내 여자라고 부르는 포목점 주인 여자는 곱게 분칠을 한 모습으로 푸르고 붉은 비단폭에 가려져 있다가 호들갑스럽게 아버지를 반겼다.
‘며칠 뜸해서 기다리던 참이에요,……그래, 따님은 찾으셨어?’
‘제발로 달아난 년 찾아다가 어데다 써.’
‘다 둥지가 따뜻한 줄 알면 날아와요, 걱정 말아요.’
아버지 팔뚝을 스스럼없이 잡아 그는 읍내 여자의 흰 손이 괜히 무색해서 양희는 황급히 약국을 나와 버렸다. <밤고기>, 173쪽.
양희의 아버지는 가부장적인 질서 아래에 자라온 사람이며, 자신의 부인이외에도 다른 여자를 만나도 어떠한 죄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당연한 것처럼 행동한다. 양희가 아버지를 찾아 과수원에 갔다가 과수원 고갯길에서 아버지를 발견하고, 고개를 내려가다가 아버지와 읍내 여자가 풀숲에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버지가 읍내 여자의 하얀 모시 치마를 사납게 낚아채고, 그 여자의 속치마 속으로 손을 들이미는 모습을 보게 된다. ‘혼자 내가 무슨 재미로 살겠어……데리고 있던 조카도 그나마 죽어버렸는데……이녁은 벌써 며칠 때 읍에 나오지도 않고.’라는 말이 들리고, 그 말을 들은 양희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뛰어 벗어난다. 양희의 태도는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 저지하려거나 비난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단순히 그 자리를 피함으로써 도망치는 소극적인 행동을 취한다. 이는 양희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하늘과도 같으며,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저항없이 받아들이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질서 아래에 있는 여성의 생각이 주를 이룬다는 것을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누가 그랬을까? 골똘히 생각해도 누구 짓인지 전혀 짐작도 안 간다. 변소 뒷벽 붉은 벽돌의 하얀 크레파스 낙서, 양희는 그 낙서 생각만 하면 얼굴을 옷 들겠다. 아버지의 치켜 뜬 눈이 떠올라 눈물까지 나려 든다. <밤고기>, 176쪽.
아버지의 모습만 생각해도 양희는 울음을 터뜨리려고 한다. 나쁜 짓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변소 뒷벽에 있는 낙서는 친구들의 장난에 의한 것임을 알면서도 아버지의 치켜 뜬 눈이 떠올라 어쩔 줄 모르는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은 자신의 언니가 목수를 따라 살겠다고 하자 아버지가 언니를 때렸던 일에 대한 기억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남자와의 결혼이라는 문제는 아버지에게 결정권이 있으며, 아버지가 마음에 들지 않은 남자를 만나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배우게 되었던 것이다. 아직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귀빈이와의 사이가 아무런 문제 거리가 되지 않을 테지만 양희에게는 그러한 낙서조차 겁이 난다.
아버지가 언니를 윗방에 감금하고 소동을 벌인 다음날, 반 아이가 교문에서 누가 양희를 찾는다고 전해왔다. 달려나가니 언니가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언니의 긴 머리에 난 가위질 자국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양희가 다가가자 언니가 돌아섰다. 아버지의 사나운 눈길이 지나간 얼굴에 푸른 멍이 들고 입술이 터져 있었다. 좋지 않은 혈색과 완연한 피로의 흔적으로 인해 작은 언니의 얼굴은 더 왜소해 보였다. 언니가 양희의 손을 잡았다. 늙은 포플러나무 둥치 위에서 규칙적으로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사위를 낮게 가라 앉혔다.
‘붙어먹을 놈이 따로 있데, 이년아’
아버지의 분노가 불식간에 끼여들자, 갑자기 언니가 너무 멀게 느껴졌다. 지난밤, 언니를 다그치는 아버지의 폭언을 양희는 모깃불을 피워 놓은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들었다.
‘이 육실한 년.’
아버지의 매질과 욕설이 심해질수록 언니는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그것이 아버지를 더 화나게 했을 것이다. 오히려 잠긴 문 밖에 어머니가 까무라쳤다. <밤고기>, 179쪽.
아버지의 폭력이 얼마나 강한가를 언니의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보여준다. 아버지의 폭력이 강하다고 하는 것은 아버지가 가족이라는 질서 안에서 힘이 강하고, 그의 권위가 강하고, 그의 위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딸을 폭력으로 말미암아 상처투성이 되어도 양희의 어머니는 말리지 못할 정도로 힘이 없는 존재이며, 아버지는 그런 폭력을 써도 괜찮다는 인식이 무의식 속 저편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양희가 아버지와 언니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으로 보여지나 이것은 가부장적 질서를 자연스럽게 익혀 가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여자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진다. 입에서 거품이 일고 눈이 뒤집어진다. 양희는 책가방을 왼손에 바꿔 쥐면서 가슴이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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