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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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묘사하였을 정도였다.
16세기 프랑스에서는 ‘머리카락 가루’를 사용했다. 머리카락 가루란 미립자로 만든 표백 밀가루에 강한 향을 입힌 것으로 진짜 머리카락에든 가발에든 듬뿍 사용했다. 20세기에 들어서도 금발에 대한 선호는 여전해서 영화에 출연하는 많은 여배우들이 염색했다. 1953년 제작된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라는 영화제목은 금발에 대한 서양인의 신앙같은 선호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겠다.
머리에 대한 미적눈길에 관련하여 흥미로운 점은 이집트 시대 클레오파트라의 조각에서 알 수 있듯이 머리 장식이 선정적인 신비주의를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지녔다는 점이다. 특히 길고 곱게 가꾸어진 머리는 섹시한 여성의 전통적인 상징으로 간주되어 왔으며, 유럽의 오랜 전통에 있어 길게 풀어진 머리는 항상 젊다는 사실과도 연관되었다. 긴 머리가 낭만적이며 정서적으로 따스하고 에로틱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젊은 여성중에는 머리를 길게 기르는 경우가 많다.
한편 머리에 나는 털이 아니라 몸에 나는 털은 여성에게 있어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그리하여 털 제거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부터 널리 유행했다. 그들은 피부에 난 잔털을 제거하기 위해 탈모제인 석황을 주로 사용하였다. 석황의 성분은 비소 화합물이기 때문에 피부를 상하게 만들 위험성이 매우 컸지만 매끄러운 살결을 위한 여인들의 노력은 그것을 감소하게 만들었다. (동성애를 즐기는 남자들도 다리 부분의 털을 깎았다.)
서기 9～10세기 이슬람 압바스 왕조 시대의 상류사회여인들도 얼굴의 털이나 체모를 족집게로 전부 뽑고 온 몸에 아르메니아 산 황토를 발라서 문지르는 풍습이 있었다. 진흙을 떼어낼 때 잔털이 함께 뽑혀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18세기 초 터키 처녀들은 태어난 대로 온 몸의 털을 그대로 두고 있는데 비해, 결혼한 여인들은 온몸의 털을 모두 없애 버려 아주 부드러운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는 희생과 인내가 필요했다. 첫날밤을 앞둔 처녀들은 목욕탕에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었다. 이때 그 예비 신부는 처음으로 자기 몸에 난 털을 전부 뽑았다. 그 비용은 무척 비쌌지만 터키 여인들은 결혼한 이후에도 이 일을 계속해야만 했다.
여인들의 이와같은 털 제거 노력은 주지하다시피 ‘야성(野性)’을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털은 가장 동물적인 표상이자 남성 호르몬의 작용으로 돋아나는 2차 성징인바, 털을 없앰으로써 부드러운 여성적 아름다움을 과시하려했던 것이다.

키워드

문화권마다 각기 다른 미의 기준,   Ⅰ. 눈,   Ⅱ. 가슴,   Ⅲ. 엉덩이,   Ⅳ. 머리카락(h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