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니체의 사유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연구의 동향
2. 정신분석 지식의 철학적 의미
3. 니체의 계보학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4. 계보학과 정신분석의 차이성과 상호 보완성
2. 정신분석 지식의 철학적 의미
3. 니체의 계보학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4. 계보학과 정신분석의 차이성과 상호 보완성
본문내용
에서만 인간의 가치를 판단해 왔던 윤리 일반에 대한 수정과 해체를 유발한다. 무의식에 대한 심층적 자각 없이 행해진 정신의 고양에 관한 종래의 해석들은 편견과 오류로 전락한다. 그리고 의식의 자율적 주체성과 도덕의 보편 법칙성을 강조하던 윤리 담론은 무의식의 취약성을 은폐하는 방어적 기호로 재해석된다.7) 예를 들어, 칸트의 도덕적 정언명령은 정신의 고양을 위한 실천 이성의 성숙한 합리성 기호가 아니다. 이것은 초자아에 의해 처벌받을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며, 초자아의 명령에 절대 순종하는 ‘유아적 자아’의 방어적 합리화 기호로 재해석된다(프로이트, 1920: 179).
<철학적 사유의 병리적 함정 I: 의식주의>
정신분석학은 어떤 사유 유형이 성숙한 정신성의 기호인지를 판별하는 데 새로운 기준과 구체적 자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원시인·신경증자 들의 방어적 사고 유형을 성인·문명인·과학자의 사유 방식과 비교하여 드러낸다. 프로이트가 제공하는 성숙한 사유의 기준은 탈주관적(탈자기애적) 현실 검증력이다.8) 인간은 ‘내부’의 무의식에 방어 에너지를 덜 지출할수록 ‘외부’ 세계를 보다 온전히 지각할 수 있다. 그리고 현실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며, 다각도의 관계를 맺게 된다. 프로이트에게 ‘방어적’이란 말은 주관 환상적·유아적·원시적·비현실적·신경증적이라는 의미와 깊은 연관을 가진다. 방어적 정신은 특정 방어기제를 평생 반복하는 경직된 정신구조를 지칭한다. 정신의 이런 과거 고착성은 현실세계에 대한 왜곡되고 편협한 지각을 유발한다. 신경증자는 부정·억압·전환·무효화·분리·회피·투사 등의 방어기제를 자동적으로 작동하여 자신에게 불안을 유발할 만한 모든 현실 지각과 본능 표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한다. 또한 편집증자는 분열과 투사기제를 통해 대상을 ‘선/악’으로 분열하고 내부의 파괴적 충동과 환상을 외부 대상에 투사한다. 그 결과 왜곡된 대상 지각을 갖는다.
철학자가 ‘참된 이론’의 특성으로 간주하는 논리적 일관성·보편성 등은 정신분석학에서는 단지 외부 세계를 ‘안정성’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의식작용의 고유 특성일 뿐이다. 이것은 결코 실재에 대한 정확한 인식 표상이 아니다. 무의식의 정신작용은 논리성과 인과성을 지니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의식에 대한 논리적·인과적 인식은 단지 의식의 정리일 뿐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의식의 기준을 마치 정신 전체의 기준으로 간주하는 것은 무의식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는 방어 기호로 해석된다.
정신분석은 각종 편견들의 논리적 오류가 아니라 생리-심리적 ‘기원’을 조명한다. 즉, 생존을 위한 본능적 방어작용의 결과로 무의식적 환상이 발생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어떤 개인이 특정 관념과 관점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이 진리 그 자체이기보다 의식의 이면에서 역동하는 무의식에 대해 자아를 방어하는 데 그것이 효과적이라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철학적 사유의 병리적 함정 II: 관념주의>
철학자들이 정신분석에 입문하기 힘든 원인은 철학자가 ‘정서적 인식’에 낯설기 때문이다. 철학자는 관념과 정서를 ‘분리’함으로써 어떠한 생각에도 충격받지 않는 방어기제가 구조화되어 있다. 이로 인해 철학자에게 지식활동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 일반을 사유 속에서 안전하게 정리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이들은 의식과 개념 그리고 논리를 통해 본능과 불안을 억압하고서 외부 세계에 대한 ‘관념적 정리’를 시도함으로써 자아의 전능한 힘을 만끽한다.9) 이러한 자아도취로 인해 철학자는 무의식의 정서와 분리되어 오직 관념의 세계 속에서 살게 된다. 그런데 철학자의 의식적 관념은 자신의 무의식적 정서와 분리되어 있거나 자신이 선호하는 특정 정서에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을 총체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 철학자는 의식활동에 대부분의 생명 에너지를 집중하고 거기에서 만족을 얻으려 한다. 이로 인해 의식과 다른 무의식적 정신작용의 특성인 무시간성, 무논리성, 무인과성, 무도덕성, 은유성, 쾌락원칙 등을 직면하고 수용하려 하면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무척 힘이 든다. 철학자의 과도한 관념 중심적 인식 습관은 신경증자와 편집증자의 현실 인식 방법과 유사하다. 거세공포에 시달리는 신경증자는 유년기의 거세공포를 연상시킬 만한 모든 외적 자료를 부정·억압하거나 정서와 사건을 ‘분리’하여 기억한다. 그리고 타자의 박해 불안에 시달리는 편집증자는 자신에게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대상과 사실만을 수용하여, 그것을 진리화하고 중심 가치화함으로써 현실을 편집적으로 왜곡한다. 신경증자와 편집증자 모두 현실에 대한 ‘전체적(whole) 지각’ 대신에 특정 관념들로 현실을 주관적으로 구성하는 방어기제가 잘 발달해 있다.10)
3. 니체의 계보학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지금까지 정신분석학과 철학의 연관성에 관해 살펴보았다. 그런데 니체의 철학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니체와 프로이트의 사유는 다음의 점에서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11)
① 프로이트는 정신현상들(증상, 꿈, 실수 등)의 정체를 온전히 이해하고 극복하려면, 그 현상들이 발생한 정신의 이면성(무의식)에 대한 분석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이것은 형이상학 관점과 관념의 ‘정체를 파악하고 극복하려면, 그것을 발생시킨 비의식적인 활동의 성질을 검사해야 한다.’는 니체의 주장과 유사하다.
② 프로이트는 1차(선천)적 정신 과정인 무의식적 본능욕동과 2차(후천)적 정신 과정인 자아의식 사이의 차이성을 구분한다. 이 구분은 ‘힘에의 의지’가 삶의 본래성이며, 의식은 그것의 표면활동일 뿐이라는 니체의 분류와 유사하다. 그리고 양자 모두 ‘의식의 나’가 아니라 ‘무의식의 그것’이 사유를 발생, 유지, 변화시키는 근원활동이라고 해석한다.
③ 프로이트는 의식의 관점과 관념이 정신 내부의 힘들(의식/전의식/무의식, 이드/자아/초자아)과 외부 세계 사이의 ‘역동적 관계’에서 발생한다고 해석한다. 이 입장은 정신과 개념은 ‘성스러운 기원(신, 절대 진리)’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힘에의 의지(자연 본능과 사회적 압력)’들 사이의 투쟁에서 유래한다는 니체의 해석과 통한다. 양자 모두 ‘형이상학적 기원(
<철학적 사유의 병리적 함정 I: 의식주의>
정신분석학은 어떤 사유 유형이 성숙한 정신성의 기호인지를 판별하는 데 새로운 기준과 구체적 자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원시인·신경증자 들의 방어적 사고 유형을 성인·문명인·과학자의 사유 방식과 비교하여 드러낸다. 프로이트가 제공하는 성숙한 사유의 기준은 탈주관적(탈자기애적) 현실 검증력이다.8) 인간은 ‘내부’의 무의식에 방어 에너지를 덜 지출할수록 ‘외부’ 세계를 보다 온전히 지각할 수 있다. 그리고 현실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며, 다각도의 관계를 맺게 된다. 프로이트에게 ‘방어적’이란 말은 주관 환상적·유아적·원시적·비현실적·신경증적이라는 의미와 깊은 연관을 가진다. 방어적 정신은 특정 방어기제를 평생 반복하는 경직된 정신구조를 지칭한다. 정신의 이런 과거 고착성은 현실세계에 대한 왜곡되고 편협한 지각을 유발한다. 신경증자는 부정·억압·전환·무효화·분리·회피·투사 등의 방어기제를 자동적으로 작동하여 자신에게 불안을 유발할 만한 모든 현실 지각과 본능 표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한다. 또한 편집증자는 분열과 투사기제를 통해 대상을 ‘선/악’으로 분열하고 내부의 파괴적 충동과 환상을 외부 대상에 투사한다. 그 결과 왜곡된 대상 지각을 갖는다.
철학자가 ‘참된 이론’의 특성으로 간주하는 논리적 일관성·보편성 등은 정신분석학에서는 단지 외부 세계를 ‘안정성’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의식작용의 고유 특성일 뿐이다. 이것은 결코 실재에 대한 정확한 인식 표상이 아니다. 무의식의 정신작용은 논리성과 인과성을 지니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의식에 대한 논리적·인과적 인식은 단지 의식의 정리일 뿐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의식의 기준을 마치 정신 전체의 기준으로 간주하는 것은 무의식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는 방어 기호로 해석된다.
정신분석은 각종 편견들의 논리적 오류가 아니라 생리-심리적 ‘기원’을 조명한다. 즉, 생존을 위한 본능적 방어작용의 결과로 무의식적 환상이 발생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어떤 개인이 특정 관념과 관점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이 진리 그 자체이기보다 의식의 이면에서 역동하는 무의식에 대해 자아를 방어하는 데 그것이 효과적이라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철학적 사유의 병리적 함정 II: 관념주의>
철학자들이 정신분석에 입문하기 힘든 원인은 철학자가 ‘정서적 인식’에 낯설기 때문이다. 철학자는 관념과 정서를 ‘분리’함으로써 어떠한 생각에도 충격받지 않는 방어기제가 구조화되어 있다. 이로 인해 철학자에게 지식활동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 일반을 사유 속에서 안전하게 정리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이들은 의식과 개념 그리고 논리를 통해 본능과 불안을 억압하고서 외부 세계에 대한 ‘관념적 정리’를 시도함으로써 자아의 전능한 힘을 만끽한다.9) 이러한 자아도취로 인해 철학자는 무의식의 정서와 분리되어 오직 관념의 세계 속에서 살게 된다. 그런데 철학자의 의식적 관념은 자신의 무의식적 정서와 분리되어 있거나 자신이 선호하는 특정 정서에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을 총체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 철학자는 의식활동에 대부분의 생명 에너지를 집중하고 거기에서 만족을 얻으려 한다. 이로 인해 의식과 다른 무의식적 정신작용의 특성인 무시간성, 무논리성, 무인과성, 무도덕성, 은유성, 쾌락원칙 등을 직면하고 수용하려 하면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무척 힘이 든다. 철학자의 과도한 관념 중심적 인식 습관은 신경증자와 편집증자의 현실 인식 방법과 유사하다. 거세공포에 시달리는 신경증자는 유년기의 거세공포를 연상시킬 만한 모든 외적 자료를 부정·억압하거나 정서와 사건을 ‘분리’하여 기억한다. 그리고 타자의 박해 불안에 시달리는 편집증자는 자신에게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대상과 사실만을 수용하여, 그것을 진리화하고 중심 가치화함으로써 현실을 편집적으로 왜곡한다. 신경증자와 편집증자 모두 현실에 대한 ‘전체적(whole) 지각’ 대신에 특정 관념들로 현실을 주관적으로 구성하는 방어기제가 잘 발달해 있다.10)
3. 니체의 계보학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지금까지 정신분석학과 철학의 연관성에 관해 살펴보았다. 그런데 니체의 철학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니체와 프로이트의 사유는 다음의 점에서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11)
① 프로이트는 정신현상들(증상, 꿈, 실수 등)의 정체를 온전히 이해하고 극복하려면, 그 현상들이 발생한 정신의 이면성(무의식)에 대한 분석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이것은 형이상학 관점과 관념의 ‘정체를 파악하고 극복하려면, 그것을 발생시킨 비의식적인 활동의 성질을 검사해야 한다.’는 니체의 주장과 유사하다.
② 프로이트는 1차(선천)적 정신 과정인 무의식적 본능욕동과 2차(후천)적 정신 과정인 자아의식 사이의 차이성을 구분한다. 이 구분은 ‘힘에의 의지’가 삶의 본래성이며, 의식은 그것의 표면활동일 뿐이라는 니체의 분류와 유사하다. 그리고 양자 모두 ‘의식의 나’가 아니라 ‘무의식의 그것’이 사유를 발생, 유지, 변화시키는 근원활동이라고 해석한다.
③ 프로이트는 의식의 관점과 관념이 정신 내부의 힘들(의식/전의식/무의식, 이드/자아/초자아)과 외부 세계 사이의 ‘역동적 관계’에서 발생한다고 해석한다. 이 입장은 정신과 개념은 ‘성스러운 기원(신, 절대 진리)’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힘에의 의지(자연 본능과 사회적 압력)’들 사이의 투쟁에서 유래한다는 니체의 해석과 통한다. 양자 모두 ‘형이상학적 기원(
소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