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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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 이들 수사기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문과 조작이 횡 했다. 독립적 사법부, 효과적 변론은 피의자에게는 이름뿐이었다. 고문, 강압수사, 짜 맞추기식 수사는 국가보안법 사건의 특징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이 나라의 인권보장 장치는 국가보안법에 관한한 완전히 해제되곤 했다.
‘범인 열명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법’이 이 땅에서는 ‘열명의 무고한 죄인을 만들더라도 단한명의범인을 놓치지 말라’는 것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런 유죄 판결들 중 나중에 제대로 진실이 밝혀지고 피해자가 구제된 경우는 발견하기 어렵다. 우리 형사 소송법이 정한 재심절차는 국가보안법에 관한한 그림의 떡이었다 ‘원판결의 증거된 서류가 위조임이 증명’되거나 ‘원판결의 증거 된 증언 등이 허위임이 증명된 때’라는 요건은 서류나 증인 이 별로 동원될 필요조차 없이 유죄로 판결나곤 했던 국가보안법사건에는 도무지 무관한 것 이었다 ‘법관, 검사, 경찰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된 때’라는 요건 역시 고문조작에 가담한 수사관들을 법정에 세우는 게 불가능한 이 땅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해방 후 최초의 민주적 정권교체를 통해 국민의 정부가 들어섰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가 전문가가 개폐를 요구하는 국가보안법은 꿈쩍도 않고 살벌한 군사 독재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사건들을 제대로 해결하자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에게 재심특별법을 통해 석방과 보상을, 의문의 죽음들에게는 특별 조사 기구를 통해 진실의 햇빛을 주자는 요구는 우리의 양심을 회복하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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