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구조와 정책

목차

I. 노동과 빈곤

II. 빈곤의 원인과 분석자료
1. 여성빈곤의 원인
2. 분석자료와 대상

III. 빈곤노동자와 노동시장
1. 빈곤노동자의 구성과 상태
2. 빈곤의 여성화
3. 고용과 근로조건

IV. 분절구조와 소득 결정

V. 결론: 빈곤대책의 재고

본문내용

뿜는 부정적 영향에 노출된 일차적 대상집단이다. 빈곤을 열악한 인적 자본과 개인적 속성에 결부시켰던 것이 기존 연구의 지배적 시각이라면, 이 연구는 빈곤을 경기변동 또는 경제구조의 거시적 변화의 산물이자 분절노동시장의 결과로 파악하였다. IMF사태 이후 한국에서 빈곤인구가 급증하면서 대부분의 빈민이 여성으로 채워지게 된 이유가 이것이다. '빈곤의 여성화'는 빈곤정책에 있어 고속성장의 파급효과에만 의존하여 왔던 한국사회를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로 부상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여성가구주는 빈곤에 빠질 위험이 가장 많은 취약집단이며, 일단 빈곤상태로 진입하면 탈출기회가 축소되어 '빈곤의 지속'이라는 구조적 덫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한국의 경우 선진국과는 달리 빈곤의 진입과 탈출이 비교적 활발하다는 최근의 연구에서도 빈곤화와 지속현상에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서 여성가장 가구와 노인가구를 지목하였다(금재호, 김승택, 2001; 김승권 외, 1998).
이러한 결론은 인적자본에의 투자를 빈곤대책의 골자로 보는 고전적 정책관에 대립한다. 1970년대 노동시장구조론자들의 연구에서도 입증되었듯이, 미국에서 1960년대와 70년대에 걸친 인적 자본에의 투자는 소득불평등도 완화하지 못했으며, 경쟁력이 취약한 약자들의 사회적 지위 상승도 촉진하지 못했다. 빈곤정책은 역설적이게도 빈곤인구의 확대와 빈곤의 영속화를 초래했다 (Ellwood, 1988; Murray, 1984).
) 그렇다고 빈곤정책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더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이를 둘러싼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간의 대립에 관하여는 Ellwood(1988) 참조.
World Bank의 정책권고는 그래도 인적 자본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기회확대와 개발(opportunity), 지원체계 보강(empowerment), 사회적 보장(security)을 추천하고 있다(World Bank: 2-10). 이 세 가지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큰 정부'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모아진다. 세계화가 촉발하는 사회적 전치현상(social displacement)이 시장메커니즘의 원활한 작동을 멈추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큰 정부' 또는 '적극적 정부'가 필요하다는 견해는 자유시장론자의 낙관론적 전망에 쐐기를 박는다(Rodrik, 1997).
한국의 경우, 2000년 10월에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보호와 혜택제공에 기초했던 기존의 빈곤정책을 노동시장과 연계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물론, 자격요건의 판정 및 체계적 관리와 관련된 행정비용 및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지만, 구빈법적 전통의 구호체계를 취업과 연결시켜 빈민들의 근로의욕을 촉진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 하다. 그러나, 절대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수혜대상자 바로 윗 층에 위치한 약 700만명에 달하는 저소득근로자가 근로빈민의 잠재적 대상자들인데, 이들에 대한 사회정책은 빈약하기 그지없으며 정책예산도 상황에 따라 임의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1998년 이후의 실업정책에서 '일은 하지만 빈곤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프로그램은 '생계지원자금' 명목으로 편성된 것 외에 체계적이고 영속적인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 그런 주장을 입증한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 임의적 프로그램보다는 근로빈민이 될 가능성이 있는 취약집단을 노동시장 및 일자리와 연계시켜 취업안정 및 소득안정을 기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이런 견해는 최근의 빈곤연구에서 자주 강조되고 있다. 즉, 단기적인 소득지원 정책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고용 연계프로그램이 빈곤탈출에 보다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금재호, 김승택, 2001).
이런 관점에서, 근로빈민의 빈곤탈출을 위한 이 연구의 정책 시사점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표적집단적 접근이다 (target-group policy). 근로빈민의 구성과 집단별 속성을 분석하여 그에 맞는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다. 세계화의 충격에 가장 취약한 집단이 미숙련, 청년, 여성노동자라면, 각 집단별 수요를 파악하여 그것을 충족시키는 정책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다. 특히, 여성가구주의 빈곤화 경향에 비중을 두어 취업과 연계시키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이다. 둘째, 빈곤 위협에 처한 여성가구주에게 취업안정과 소득안정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 여성 실직가장에게 소규모 점포창업을 조건으로 오천만원을 대부해주는 제도는 사회적 형평성과 제도적 효율성의 측면에서 재고되어야 한다. 그 보다는 일자리 창출과 연계된 프로그램이 보다 바람직하다.
여기에는 영국의 신노동당 정부 하에서 시행중인 Gateway와 New Deal 프로그램을 참고하는 것도 유용하다.
) Gateway는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며, New Deal은 편모가장과 다른 취약집단들도 포함시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시행한 지 3년 반 동안 영국 정부는 약 30만명에 달하는 청년실직자와 여성가장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바 있다. 셋째, 분절노동시장의 제약을 완화시키기 위하여 근로빈민으로 분류된 사람들, 또는 노동시장의 최하층을 점하는 저소득계층의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유용하다. 일정한 소득 이하의 노동계층을 고용한 사업체에 일정 비율의 임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운영의 효율성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인프라의 구축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인적 자원과 일자리에 관한 정보를 전산화하고 구직-구인정보를 효율적으로 조응시키는 작업이 그것이다.
분절노동시장은 고용관행 속에 깊숙이 내재된 인식적, 관습적 차별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단기간에 극복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고용주에게 근로빈민을 고용할 인쎈티브를 제공하여 장기적으로 근로빈민의 취업안정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 IMF 사태 이후 정부가 시행한 실업정책 중 정리해고 회피 노력을 하는 사업체에게 50%의 임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가동되었으나 별로 효율성이 없었던 것으로 평가되었다. 근로빈민의 경우에도 그런 난점이 있을 것이지만, 구직업체를 지원대상으로 한다면 사정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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