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브론테 폭풍의언덕 서평

목차

브론테 자매들

사랑과 복수의 서사시

신비에 싸인 열정의 화신 히스클리프

본문내용

는 이 소설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히스클리프는 단지 이러한 서술방식 때문만이 아니라, 상반된 면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의 사건은 크게 두 가지로 조명해 볼 수 있다. 먼저 열정적인 에너지와 면밀한 계산속까지 갖춘 히스클리프가 다소 느슨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힌들리나 에드거가 소유했던 땅의 새 주인이 되는 ‘경제적’ 변화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캐서린에 대한 히스클리프의 열정적인 사랑과 그 사랑으로 인해 야기되는 일들이다.
전자는 19세기의 시대적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자본주의와 사업가 정신의 승리를 보여준다. 히스클리프가 대변하는 것은 자본주의적 인간형이다. 즉 그는 옛날 방식대로 소극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제치고 출신은 미천하지만 강력한 의지와 열정, 그리고 냉혹한 사리판단으로 새로운 부를 창출하고 기존의 질서를 뒤흔드는 것이다. 그러나 캐서린에 대한 그의 열정은 사업가가 가지는 냉혹한 열정과는 다르다. 히스클리프의 사랑에 대한 열정은 돈벌이 따위에 얽매이는 현실을 넘어서서 설사 죽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꿈과 열망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낭만적인 것이다. 이 두 가지 대조적인 측면을 작가는 히스클리프의 강한 성격 속에 잘 조화시켜 놓았다. 그래서 독자들은 히스클리프를 쉽게 동정할 수도 또한 혐오할 수도 없으며, 이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끼면서 소설의 세계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죽음을 넘어설 정도로 강렬한 사랑을 동경하는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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