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개인의 문제를 주목한다는 것은 작가의식의 반성적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초점이 개인으로 돌려지자, 다양한 삶의 이야기, 다양한 갈등과 사건이 소설의 테마로 부각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교화소설didactic novel로부터의 해방을 가능하게 만든 일차적 조건이 충족되었음을 의미하며, 소설적 재미와 감동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직도 수식적 형용어가 남용되는 문제, 문장이 단조로운 데서 오는 진부성, 중심인물은 한결같이 자기직분에 충실한 ‘숨은 영웅들’이란 점, 담론의 배경과 밀착된 체제우월성의 강조 등은 1910년대 계몽기 소설과도 흡사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앞으로 북한소설이 극복해야 할 가장 힘든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면 이제부터 80년대 이후의 단편소설들을 통하여 그 경향을 구체적으로 살피고자 한다.
1980년대 전반기에 경제적 현안들에 대한 단편들이 많이 나타난다. 이는 석탄, 제철, 농업, 임업 분야에서 증산의 주요 과제였음을 증명한 것이다. 또한 김일성 일가에 대한 가계우상화가 매우 농후하게 나타난다.
1980년대 후반기에는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한 산업화의 추진과 함께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가 심했음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지역사회 개발이 균형을 잃고 농촌의 피폐화를 초래한 것임을 짐작케 한다. 따라서 농촌의 순수한 인심과 농촌에서 생활하는 젊은 청춘 남녀들을 미화한 소설이 양적으로 많다.
구체적으로 도시를 버리고 농촌을 찾아가는 청년들이 미화되어 나타나고, 경제난 타계를 위해 그동안의 재일교포 위주에서 미주의 교포들이 북한에 합작투자를 시도하는 소설들이 나타났다. 또한 남한에 관한 풍자적 내용의 소설들이 퇴조하고 통일을 내용으로 하는 소설들이 급격히 등장한 것도 바로 이 시기이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쇠찌르레기」이다.
1990년 이후 북한에서는 산업경제, 과학기술, 지역사회 개발이 계속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고립무원에 있던 북한이 살아남기 위한 악전고투의 몸부림으로 경제발전과 과학 기술의 발전을 정책적 과제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문학에서 공장이나 연구소가 배경으로 나타나지만 그 내용은 현장성이 결여된 오직 선동성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것은 북한의 문학창작이 당기구의 하부조직으로 작가기구에 예속되어 기능만 비대해지고 경험과 지식이 뒤따르지 못했음을 반증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논설, 평론과 달리 1990년에 경제에 관한 2편의 단편 소설과 전년에 유례없이 통일에 관한 이야기가 공동의 주제로 인식되고 있음은 특이하다. 남북 단일 탁구팀을 다룬 소설에서는 통일의 저해요인을 미국측에 전가하고 있다. 그리고 임수경의 ‘통일운동’을 남한 정부가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처럼 1990년대 북한사회의 주요한 변화는 단일세계자본주의 체제라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더이상 고립될 수 없다는 외부적 요인으로부터 1992년 10월 5일 9기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에서 채택한 ‘외국인 투자법’, ‘합작법,’ ‘외국인 기업법’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정황에서 북한 주민들 또한 인텔리화되고 있고, 문학도 그러한 사회현상에 지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상황 속에서 변화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들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작품 속에 형상화되고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1980년 이후 『조선문학』에 소개된 단편들을 주제별로 분류해 보자.
그러나 한편의 문학작품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소재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며, 독자의 수용능력에 따라 각기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앞의 언급과 표의 분류가 때로는 공식과 같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조선문학』에 소개된 단편소설들의 주제별 분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략적인 종합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북한문학의 현황을 살피면서 시종 떨칠 수 없는 사실은 북한의 진실은 정치인이나 외교관보다 작가들의 작품을 통하여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우리식 사회주의’를 부르짖고 나왔으며, 민족이 사랑과 긍지를 김일성―김정일의 주체사상으로 연결하고 있다. 북한은 그들이 지금까지 지켜온 ‘사회주의 혁명노선’을 유지하는 것만이 영생의 길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1980년대의 북한문학은 이데올로기와 예술성의 문학을 찾아 방황했었던 김정일의 ‘종자론’이 무엇인가에 상당한 시간을 소모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들어와서 ‘인간학’이라는 말로 문학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인간학이 곧 김일성 부자 숭배요, 문학의 예술성이나 감동도 김일성 부자의 생애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되고 있는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체제나 사회는 당연히 도태되고 만다. 이렇게 볼 때 김정일 세습이 현실화한 오늘날 그들이 부르짖는 ‘민족문학’은 변화하는 세계를 보지 않고 지금까지 지켜온 세계 유일무이의 현대판 ‘궁정문학’을 계속 고집하겠다는 의도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 남북한의 상호 협력과 민족적 동질감의 회복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새로운 가능성의 실마리로 북한문학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보다 분석적인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4.
여기에서는 북한소설의 구체적인 작품을 예로 들어 그 줄거리와 함께 북한소설이 지닌 양상을 살펴보기로 한다. 일차 텍스트로 사용된 중편 1편, 단편 6편 모두가 198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의 작품들이다. 민족문학작가회의 미주지부가 확보한 원고를 중심으로 펴낸 백남룡 「벗」(살림터.1992) 및 「쇠찌르레기」(살림터, 1993)를 근간 텍스트로 삼았음을 밝혀둔다.
1) 쇠찌르레기
「쇠찌르레기」의 작가 림종상은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1962)한 역사학자로도 유명하다. 소설의 부제 ‘취재수첩을 펼쳐놓고’에서 보듯, 작가인 관찰자가 조류전문가인 친구를 만나 취재하는 방식으로 소설이 전개된다. 구성기법은 ‘편지’를 중심으로 작가와 인물, 그리고 인물과 독자 사이의 거리를 객관화시키고 있는 점이 독특하다. ‘관찰’과 ‘편지’를 통하여 독자의 정서적 반응을 유도한 극적 구성방식이 그것이다. 다음과 같은 도식은 소설 이해를 위하여 유용하리라 판단된다.
그러나 아직도 수식적 형용어가 남용되는 문제, 문장이 단조로운 데서 오는 진부성, 중심인물은 한결같이 자기직분에 충실한 ‘숨은 영웅들’이란 점, 담론의 배경과 밀착된 체제우월성의 강조 등은 1910년대 계몽기 소설과도 흡사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앞으로 북한소설이 극복해야 할 가장 힘든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면 이제부터 80년대 이후의 단편소설들을 통하여 그 경향을 구체적으로 살피고자 한다.
1980년대 전반기에 경제적 현안들에 대한 단편들이 많이 나타난다. 이는 석탄, 제철, 농업, 임업 분야에서 증산의 주요 과제였음을 증명한 것이다. 또한 김일성 일가에 대한 가계우상화가 매우 농후하게 나타난다.
1980년대 후반기에는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한 산업화의 추진과 함께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가 심했음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지역사회 개발이 균형을 잃고 농촌의 피폐화를 초래한 것임을 짐작케 한다. 따라서 농촌의 순수한 인심과 농촌에서 생활하는 젊은 청춘 남녀들을 미화한 소설이 양적으로 많다.
구체적으로 도시를 버리고 농촌을 찾아가는 청년들이 미화되어 나타나고, 경제난 타계를 위해 그동안의 재일교포 위주에서 미주의 교포들이 북한에 합작투자를 시도하는 소설들이 나타났다. 또한 남한에 관한 풍자적 내용의 소설들이 퇴조하고 통일을 내용으로 하는 소설들이 급격히 등장한 것도 바로 이 시기이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쇠찌르레기」이다.
1990년 이후 북한에서는 산업경제, 과학기술, 지역사회 개발이 계속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고립무원에 있던 북한이 살아남기 위한 악전고투의 몸부림으로 경제발전과 과학 기술의 발전을 정책적 과제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문학에서 공장이나 연구소가 배경으로 나타나지만 그 내용은 현장성이 결여된 오직 선동성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것은 북한의 문학창작이 당기구의 하부조직으로 작가기구에 예속되어 기능만 비대해지고 경험과 지식이 뒤따르지 못했음을 반증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논설, 평론과 달리 1990년에 경제에 관한 2편의 단편 소설과 전년에 유례없이 통일에 관한 이야기가 공동의 주제로 인식되고 있음은 특이하다. 남북 단일 탁구팀을 다룬 소설에서는 통일의 저해요인을 미국측에 전가하고 있다. 그리고 임수경의 ‘통일운동’을 남한 정부가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처럼 1990년대 북한사회의 주요한 변화는 단일세계자본주의 체제라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더이상 고립될 수 없다는 외부적 요인으로부터 1992년 10월 5일 9기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에서 채택한 ‘외국인 투자법’, ‘합작법,’ ‘외국인 기업법’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정황에서 북한 주민들 또한 인텔리화되고 있고, 문학도 그러한 사회현상에 지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상황 속에서 변화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들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작품 속에 형상화되고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1980년 이후 『조선문학』에 소개된 단편들을 주제별로 분류해 보자.
그러나 한편의 문학작품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소재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며, 독자의 수용능력에 따라 각기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앞의 언급과 표의 분류가 때로는 공식과 같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조선문학』에 소개된 단편소설들의 주제별 분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략적인 종합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북한문학의 현황을 살피면서 시종 떨칠 수 없는 사실은 북한의 진실은 정치인이나 외교관보다 작가들의 작품을 통하여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우리식 사회주의’를 부르짖고 나왔으며, 민족이 사랑과 긍지를 김일성―김정일의 주체사상으로 연결하고 있다. 북한은 그들이 지금까지 지켜온 ‘사회주의 혁명노선’을 유지하는 것만이 영생의 길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1980년대의 북한문학은 이데올로기와 예술성의 문학을 찾아 방황했었던 김정일의 ‘종자론’이 무엇인가에 상당한 시간을 소모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들어와서 ‘인간학’이라는 말로 문학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인간학이 곧 김일성 부자 숭배요, 문학의 예술성이나 감동도 김일성 부자의 생애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되고 있는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체제나 사회는 당연히 도태되고 만다. 이렇게 볼 때 김정일 세습이 현실화한 오늘날 그들이 부르짖는 ‘민족문학’은 변화하는 세계를 보지 않고 지금까지 지켜온 세계 유일무이의 현대판 ‘궁정문학’을 계속 고집하겠다는 의도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 남북한의 상호 협력과 민족적 동질감의 회복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새로운 가능성의 실마리로 북한문학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보다 분석적인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4.
여기에서는 북한소설의 구체적인 작품을 예로 들어 그 줄거리와 함께 북한소설이 지닌 양상을 살펴보기로 한다. 일차 텍스트로 사용된 중편 1편, 단편 6편 모두가 198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의 작품들이다. 민족문학작가회의 미주지부가 확보한 원고를 중심으로 펴낸 백남룡 「벗」(살림터.1992) 및 「쇠찌르레기」(살림터, 1993)를 근간 텍스트로 삼았음을 밝혀둔다.
1) 쇠찌르레기
「쇠찌르레기」의 작가 림종상은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1962)한 역사학자로도 유명하다. 소설의 부제 ‘취재수첩을 펼쳐놓고’에서 보듯, 작가인 관찰자가 조류전문가인 친구를 만나 취재하는 방식으로 소설이 전개된다. 구성기법은 ‘편지’를 중심으로 작가와 인물, 그리고 인물과 독자 사이의 거리를 객관화시키고 있는 점이 독특하다. ‘관찰’과 ‘편지’를 통하여 독자의 정서적 반응을 유도한 극적 구성방식이 그것이다. 다음과 같은 도식은 소설 이해를 위하여 유용하리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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