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차례
두 개의 세계
카인
도둑
베아트리체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야곱의 싸움
에바 부인
종말의 발단
두 개의 세계
카인
도둑
베아트리체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야곱의 싸움
에바 부인
종말의 발단
본문내용
서의 다른 가능성임에는 틀림없다. 오랫동안 고립되어 있었던 나는 단지 완전한 고독을 맛본 인간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협동 사회를 알게 되었다. 차츰 '표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의 비밀과 통하게 되었던 것이다.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은 자기 생각을 말하는 우리 각자에게 신뢰와 이해심으로 가득 찬 경청자이며 반향이었다. 때때로 나는 불만을 느끼고 욕구에 시달렸다. 그녀를 끌어안지도 못하면서 가까이에서 본다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은 간청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 또한 요구해도 안 되지요. 사랑은 자기의 내부에서 확신에 이를 수 있는 힘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은 끌려오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끌어당기게 되는 거지요. 싱클레어. 당신의 사랑은 나에게 끌리고 있어요. 만일 내가 아니라 당신의 사랑이 나를 끌게 되면 나는 가겠어요. 나는 아무런 선물도 주고 싶지 않아요. 단지 획득당하고 싶은 거예요."
종말의 발단
여름 학기에도 H시에 머무를 수 있도록 나는 나의 뜻을 관철했다. 데미안은 말을 가지고 있어서 매일같이 끈질기게 그것을 탔다. 나는 종종 그의 어머니하고만 있었다. H시에서 지낸 이 수개월이 나에게는 안락하고 황홀하게, 아름답고 유쾌한 사물과 감정 속에서 살아도 좋은 그러한 꿈의 섬인 양 여겨지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새롭고 보다 더 높은 협동체의 전조임을 예감했다. 그러나 왕왕 이 행복에 깊은 비애가 엄습했다. 그것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꿀이 있는 꽃에 나비가 매달려 있듯 이 아름다운 날들에 집착했다. 그것은 행복한 시절이었고, 내 인생의 최초의 충족이며 동맹체에의 가입이었다.
다음에는 무슨 일이 올 것인가? 이러한 날들 중 어느 날에 그런 예감이 몹시 강력하게 나를 엄습했다. 그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따닥따닥하며 다가왔다. 그것은 가까이에서 요란스럽게 울리더니 갑자기 멈추었다. 데미안은 매우 창백했으며 땀이 그의 이마에서 양쪽 볼 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소식 들었어? 너도 물론 러시아와의 고조된 긴장 상태를 알고 있었겠지? 아직 포고된 것은 아니지만 전쟁이야.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해. 모르긴 해도 대전쟁, 굉장한 대전쟁이 될 거야. 동원당하게 되면, 곧 입대하겠어."
"오, 이런."
"이제 우리는 커다란 수레바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갈 거야. 너도 분명히 징집당할 거야."
우리는 돌아섰다. 그리고 더 이상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지 않았다.
지금 세계의 조류가 이미 그 어느 곳에선가 우리 곁을 흘러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우리의 가슴 한복판을 뚫고 흘러가고, 모험과 거친 운명이 우리를 부르고, 지금 아니면 불원간에 이 세계가 스스로 변화하려 하며, 우리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오리라는 것은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저녁에 시내를 걸어가면서 가는 곳마다 엄청난 흥분에 들끓고 있음을 보았다. 어디를 가도 '전쟁'이라는 말뿐이었다. 사태는 급격히 진전되었다. 곧 전쟁이 일어났고 데미안은 군복에 은회색 외투를 입고 놀랍도록 낯선 모습으로 떠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어머니와도 작별을 했다. 그녀는 내 입에다 입을 맞추고, 잠시 동안 나를 자기의 가슴에 끌어안았다.
내가 전쟁터에 왔을 때는 이미 겨울이 다가와 있었다. 옛날에 나는 인간이 하나의 이상을 위해 사는 일이 왜 그토록 드문지에 대해 무척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많은 사람들이, 아니 모든 사람들이 이상을 위해 죽을 수 있음을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이거나 자유롭거나 선택된 이상은 아니었다. 그것은 떠맡겨진 공통의 이상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살아 있는 사람들이나 죽어 가는 사람들이 훌륭한 태도로 운명의 의지에 접근해가는 것을 보았다. 새로운 인간성과 같은 무엇인가가 깊숙한 곳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이었다. 피비린내 나는 싸움의 소산은 내면의 발산이며, 새로이 태어날 수 있기 위해 미쳐 날뛰고 죽이고 파괴하고 죽어버리려고 하는 내부에서 분열된 영혼의 발산이었다. 한 마리의 거대한 새가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는 것이었다. 그 알은 이 세계였고 따라서 이 세계는 산산조각이 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점령한 농가 앞에서 나는 어느 이른 봄날 보초를 서고 있었다.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불안이 내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면서 세계는 내 위에 무너졌다. 나는 흙에 뒤덮이고, 많은 상처를 입고, 백양나무 가까이에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나는 대개 잠을 자고 있거나 혼수상태였다. 내 매트리스 바로 옆에 다른 매트리스가 있고, 그 위에 누군가가 있었다. 그는 몸을 굽혀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마 위에 표지를 갖고 있었다. 막스 데미안이었다.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말을 할 수 없었거나, 하려고 하지를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한히 오랜 시간 동안 그는 끊임없이 나의 두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천천히 그는 자기의 얼굴을 내 가까이로 거의 살이 맞닿을 정도까지 밀고 왔다. "꼬마 싱클레어, 들어봐! 나는 떠나지 않으면 안 돼. 너는 아마 언젠가 나를 다시 필요로 하겠지. 크로머나 또는 그 밖의 일에 대해서. 그때 네가 나를 부른다 하더라도 나는 이제 말을 타거나 기차를 타고 갈 수는 없을 거야. 그럴 때에는 자기 자신의 내부에 귀를 기울여야 돼. 그러면 내가 너의 내부에 있음을 알아차릴 거야."
다음 날 아침 눈을 떴다. 나는 붕대를 감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마침내 완전히 잠을 깨자 나는 급히 옆의 매트리스로 몸을 돌렸다. 그 위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사람이 누워 있었다. 붕대를 감는 것은 아팠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아팠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열쇠를 찾아 나 자신의 내부, 어두운 거울 속에 운명의 상이 졸고 있는 그곳으로 완전히 내려가기만 하면, 단지 그 어두운 거울 위에 몸을 굽히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이젠 완전히 데미안과 같은, 내 친구이자 지도자인 데미안과 같은 나 자신의 모습을 거기에서 볼 수 있었다.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은 자기 생각을 말하는 우리 각자에게 신뢰와 이해심으로 가득 찬 경청자이며 반향이었다. 때때로 나는 불만을 느끼고 욕구에 시달렸다. 그녀를 끌어안지도 못하면서 가까이에서 본다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은 간청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 또한 요구해도 안 되지요. 사랑은 자기의 내부에서 확신에 이를 수 있는 힘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은 끌려오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끌어당기게 되는 거지요. 싱클레어. 당신의 사랑은 나에게 끌리고 있어요. 만일 내가 아니라 당신의 사랑이 나를 끌게 되면 나는 가겠어요. 나는 아무런 선물도 주고 싶지 않아요. 단지 획득당하고 싶은 거예요."
종말의 발단
여름 학기에도 H시에 머무를 수 있도록 나는 나의 뜻을 관철했다. 데미안은 말을 가지고 있어서 매일같이 끈질기게 그것을 탔다. 나는 종종 그의 어머니하고만 있었다. H시에서 지낸 이 수개월이 나에게는 안락하고 황홀하게, 아름답고 유쾌한 사물과 감정 속에서 살아도 좋은 그러한 꿈의 섬인 양 여겨지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새롭고 보다 더 높은 협동체의 전조임을 예감했다. 그러나 왕왕 이 행복에 깊은 비애가 엄습했다. 그것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꿀이 있는 꽃에 나비가 매달려 있듯 이 아름다운 날들에 집착했다. 그것은 행복한 시절이었고, 내 인생의 최초의 충족이며 동맹체에의 가입이었다.
다음에는 무슨 일이 올 것인가? 이러한 날들 중 어느 날에 그런 예감이 몹시 강력하게 나를 엄습했다. 그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따닥따닥하며 다가왔다. 그것은 가까이에서 요란스럽게 울리더니 갑자기 멈추었다. 데미안은 매우 창백했으며 땀이 그의 이마에서 양쪽 볼 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소식 들었어? 너도 물론 러시아와의 고조된 긴장 상태를 알고 있었겠지? 아직 포고된 것은 아니지만 전쟁이야.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해. 모르긴 해도 대전쟁, 굉장한 대전쟁이 될 거야. 동원당하게 되면, 곧 입대하겠어."
"오, 이런."
"이제 우리는 커다란 수레바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갈 거야. 너도 분명히 징집당할 거야."
우리는 돌아섰다. 그리고 더 이상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지 않았다.
지금 세계의 조류가 이미 그 어느 곳에선가 우리 곁을 흘러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우리의 가슴 한복판을 뚫고 흘러가고, 모험과 거친 운명이 우리를 부르고, 지금 아니면 불원간에 이 세계가 스스로 변화하려 하며, 우리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오리라는 것은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저녁에 시내를 걸어가면서 가는 곳마다 엄청난 흥분에 들끓고 있음을 보았다. 어디를 가도 '전쟁'이라는 말뿐이었다. 사태는 급격히 진전되었다. 곧 전쟁이 일어났고 데미안은 군복에 은회색 외투를 입고 놀랍도록 낯선 모습으로 떠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어머니와도 작별을 했다. 그녀는 내 입에다 입을 맞추고, 잠시 동안 나를 자기의 가슴에 끌어안았다.
내가 전쟁터에 왔을 때는 이미 겨울이 다가와 있었다. 옛날에 나는 인간이 하나의 이상을 위해 사는 일이 왜 그토록 드문지에 대해 무척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많은 사람들이, 아니 모든 사람들이 이상을 위해 죽을 수 있음을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이거나 자유롭거나 선택된 이상은 아니었다. 그것은 떠맡겨진 공통의 이상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살아 있는 사람들이나 죽어 가는 사람들이 훌륭한 태도로 운명의 의지에 접근해가는 것을 보았다. 새로운 인간성과 같은 무엇인가가 깊숙한 곳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이었다. 피비린내 나는 싸움의 소산은 내면의 발산이며, 새로이 태어날 수 있기 위해 미쳐 날뛰고 죽이고 파괴하고 죽어버리려고 하는 내부에서 분열된 영혼의 발산이었다. 한 마리의 거대한 새가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는 것이었다. 그 알은 이 세계였고 따라서 이 세계는 산산조각이 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점령한 농가 앞에서 나는 어느 이른 봄날 보초를 서고 있었다.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불안이 내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면서 세계는 내 위에 무너졌다. 나는 흙에 뒤덮이고, 많은 상처를 입고, 백양나무 가까이에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나는 대개 잠을 자고 있거나 혼수상태였다. 내 매트리스 바로 옆에 다른 매트리스가 있고, 그 위에 누군가가 있었다. 그는 몸을 굽혀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마 위에 표지를 갖고 있었다. 막스 데미안이었다.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말을 할 수 없었거나, 하려고 하지를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한히 오랜 시간 동안 그는 끊임없이 나의 두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천천히 그는 자기의 얼굴을 내 가까이로 거의 살이 맞닿을 정도까지 밀고 왔다. "꼬마 싱클레어, 들어봐! 나는 떠나지 않으면 안 돼. 너는 아마 언젠가 나를 다시 필요로 하겠지. 크로머나 또는 그 밖의 일에 대해서. 그때 네가 나를 부른다 하더라도 나는 이제 말을 타거나 기차를 타고 갈 수는 없을 거야. 그럴 때에는 자기 자신의 내부에 귀를 기울여야 돼. 그러면 내가 너의 내부에 있음을 알아차릴 거야."
다음 날 아침 눈을 떴다. 나는 붕대를 감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마침내 완전히 잠을 깨자 나는 급히 옆의 매트리스로 몸을 돌렸다. 그 위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사람이 누워 있었다. 붕대를 감는 것은 아팠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아팠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열쇠를 찾아 나 자신의 내부, 어두운 거울 속에 운명의 상이 졸고 있는 그곳으로 완전히 내려가기만 하면, 단지 그 어두운 거울 위에 몸을 굽히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이젠 완전히 데미안과 같은, 내 친구이자 지도자인 데미안과 같은 나 자신의 모습을 거기에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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