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주장할 수 없다. 이제 대학에서의 법학교육은 ius commune의 전통으로 돌아가 인류의 보편적 정신사와의 교류를 통하여 법학이 단순한 도제식 법문조작기술의 습득이 아니라 중세의 유일한 정신과학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법사적 연구를 통하여 공통의 뿌리를 찾고 풍부한 지적 유산을 습득하며 비교법의 연구를 통하여 공간적으로 시야를 넓혀 학문적 쇼비니즘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자나 학생들의 국경을 넘는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돕기 위해 에라스무스 프로그램등 여러 대학간의 공동프로그램이 개발되어가고 있다.
주42) 독일의 법학교육개혁의 모델로서의 미국식 법학교육에 관한 최근의 논의로 Hruschka, Ranking der Rechts-Fakultaten und Reform der Juristenausbildung: Was konnen wir von den Amerikanern lernen?, JZ 1996, 161 이하 참조.
주43) Junker, a.a.O. S.927.
4. 언어의 문제
_ 유럽의 통합에서 실제적으로 큰 걸림돌이 되는 문제는 언어의 문제이다. 중세에 유럽에 로마법이 계수되고 유럽법학이 꽃필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학문적 동력전달의 매개장치였던 라틴어가 학문적 공용어로 쓰인 것에 크게 기인한다. 또한 미국에서 개별주의 서로 다른 법체계를 쉽게 극복하고 통일적[872] 인 전국에 걸치는 법학이 성립할 수 있었던 것도 영어라는 공통어의 사용에 기인한다. 이에 반해 유럽에서는 각국이 고유한 언어를 갖고 있어 유럽私法의 언어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일부에서는 유럽私法은 한두개의 언어로 쓰여져야 하며 이 경우에는 현대의 라틴어라 할 수 있는 영어가 적당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유럽의 자산인 문화적 다양성은 언어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고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주44) 언어의 다양함으로 인한 번거로움 그것은 유럽의 私法통일의 장애물인 동시에 유럽문화의 다양성을 지켜주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주44) Remien, a.a.O. S.283.
VI. 맺는말
_ 이상에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여러나라의 私法學界에서 90년대 들어와 가장 활발한 토론의 아젠다가 되고 있는 私法의 통일화에 관한 논의들을 두서없이 스케치하여 보았다. 경제적 또 정신적으로 유럽의 통합이 가속화된다고 하여도 가장 보수적이라 할수 있는 각국 私法의 통일과정이 짧은 시간안에 급격한 가시적 결과를 가져올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나그 과정에서 논의되는 문제점들은 우리의 私法學에 몇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생각된다.
_ 첫째로 우리 私法學이 참고할 비교법의 대상으로서의 '유럽私法'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할 필요가 있다. 유럽私法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그 논의의 비중은 결국 지난 2세기간의 개별국가적으로 발달해온 개별국가적 私法學에 대한 반성이요 또한 각국의 私法의 공통분모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이다. 따라서 우리가 참고하거나 배워야 할 어떤 법제도나 이론도 그것이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등 어느 특정국가의 차원이 아니라 유럽私法의 차원에서 고찰하여야 하며 그것이 유럽私法에서 어떤 보편성을 갖고 있는지, 또는 어느 특정국가의 私法의 특유한 산물인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우리 私法學에는 오래전부터 과도한 독일화(extreme Germanisierung)가 진행되어 왔는바, 이의 발전적 극복을 위하여는 이러한 관심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873] _ 나아가서 유럽私法의 통합은 필연적으로 EU의 회원국으로서 독특한 컴먼로법체계를 발달시켜온 영국과 또 넓게는 같은 법계인 미국과의 교류와 수렴에 관한 논의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바 대륙법과 영미법이라는 법계의 구분을 넘어서 서구법(Euro-North American law) 전체를 하나의 법문화단위로서 파악하려는 거시적 안목이 요청된다. 이것은 우리 私法學者에게는 특정 국가의 법학과 법체계에 안이하게 안주하거나 의지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균형잡히고 거시적인 안목을 요구한다 하겠다.
_ 둘째로 유럽의 私法통일에 관한 핵심적 논의의 하나인 法典化의 功過의 문제는 지나치게 민법전의 해석론에 치중하여온 우리 私法學의 法典實證主義를 되돌아보게 한다. 세밀하게 조직되고 망라적이며 체계를 갖춘 하나의 법전으로서 한 시대와 한 사회의 윤리적, 경제적 활동의 확실한 기준을 세울수 있다는 생각은 계몽시대의 이성만능주의적 사고의 환상에 불과하다. 또한 근대민법전이란 구시대로부터 근대시민사회를 건설해낸 상공계급 즉 부르조아의 경제적, 사회적 이해관계의 반영물이란 점도 인식되어야 한다. 私法이란 고정되고 짜여진 구조속에 확정된 것으로 주어질 수 없다. 로마법이 근대민법전의 기초가 된 그 학문적 영향력은 그것이 주어진 명제들의 집합이 아니라 구체적 사례에 대한 법적 문제의 설정과 그 해결을 둘러싼 법적 사물논리(Sachproblematik)의 명쾌함에 있다. 따라서 법전도 자기완결적인 하나의 시스템으로서가 아니라 법적 문제해결을 위한 일반적 원칙들의 배열이라는 도구적 성격이 강조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 민법전의 기초가 되는 精緻한 판덱텐법학의 개념과 체계가 자유로운 법사고를 억누르는 사고의 감옥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_ 셋째로 유럽의 私法통일논의는 모든 법발전과 통합의 원동력은 법학의 학문적 능력에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私法學의 진정한 학문적 능력의 발휘는 정치한 법도그마틱의 개발이나 또는 재판실무와의 근접성여부에 있지 않다. 중세후기이후 신학을 대신하여 거의 유일한 정신과학으로서의 법학은 특히 대륙에서는 절대적 정의가 무엇인가를 묻고 그 해답을 추구해온 보편적 학문성, 철학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법학이 인류의 보편적 정신사의 가장 핵심을 이루는 학문이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오늘의 우리에게 법학의 학문적 자존심과 위상의 회복을 촉구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실의 이해위에 굳게[874] 두 발을 내리되 동시에 무엇이 정의인가를 묻고 그에 대한 일반적 원칙의 계발을 추구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것은 우리의 연구와 교육에서 법사학, 법철학, 비교법등 기초적 분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요청한다.
주42) 독일의 법학교육개혁의 모델로서의 미국식 법학교육에 관한 최근의 논의로 Hruschka, Ranking der Rechts-Fakultaten und Reform der Juristenausbildung: Was konnen wir von den Amerikanern lernen?, JZ 1996, 161 이하 참조.
주43) Junker, a.a.O. S.927.
4. 언어의 문제
_ 유럽의 통합에서 실제적으로 큰 걸림돌이 되는 문제는 언어의 문제이다. 중세에 유럽에 로마법이 계수되고 유럽법학이 꽃필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학문적 동력전달의 매개장치였던 라틴어가 학문적 공용어로 쓰인 것에 크게 기인한다. 또한 미국에서 개별주의 서로 다른 법체계를 쉽게 극복하고 통일적[872] 인 전국에 걸치는 법학이 성립할 수 있었던 것도 영어라는 공통어의 사용에 기인한다. 이에 반해 유럽에서는 각국이 고유한 언어를 갖고 있어 유럽私法의 언어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일부에서는 유럽私法은 한두개의 언어로 쓰여져야 하며 이 경우에는 현대의 라틴어라 할 수 있는 영어가 적당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유럽의 자산인 문화적 다양성은 언어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고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주44) 언어의 다양함으로 인한 번거로움 그것은 유럽의 私法통일의 장애물인 동시에 유럽문화의 다양성을 지켜주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주44) Remien, a.a.O. S.283.
VI. 맺는말
_ 이상에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여러나라의 私法學界에서 90년대 들어와 가장 활발한 토론의 아젠다가 되고 있는 私法의 통일화에 관한 논의들을 두서없이 스케치하여 보았다. 경제적 또 정신적으로 유럽의 통합이 가속화된다고 하여도 가장 보수적이라 할수 있는 각국 私法의 통일과정이 짧은 시간안에 급격한 가시적 결과를 가져올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나그 과정에서 논의되는 문제점들은 우리의 私法學에 몇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생각된다.
_ 첫째로 우리 私法學이 참고할 비교법의 대상으로서의 '유럽私法'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할 필요가 있다. 유럽私法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그 논의의 비중은 결국 지난 2세기간의 개별국가적으로 발달해온 개별국가적 私法學에 대한 반성이요 또한 각국의 私法의 공통분모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이다. 따라서 우리가 참고하거나 배워야 할 어떤 법제도나 이론도 그것이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등 어느 특정국가의 차원이 아니라 유럽私法의 차원에서 고찰하여야 하며 그것이 유럽私法에서 어떤 보편성을 갖고 있는지, 또는 어느 특정국가의 私法의 특유한 산물인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우리 私法學에는 오래전부터 과도한 독일화(extreme Germanisierung)가 진행되어 왔는바, 이의 발전적 극복을 위하여는 이러한 관심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873] _ 나아가서 유럽私法의 통합은 필연적으로 EU의 회원국으로서 독특한 컴먼로법체계를 발달시켜온 영국과 또 넓게는 같은 법계인 미국과의 교류와 수렴에 관한 논의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바 대륙법과 영미법이라는 법계의 구분을 넘어서 서구법(Euro-North American law) 전체를 하나의 법문화단위로서 파악하려는 거시적 안목이 요청된다. 이것은 우리 私法學者에게는 특정 국가의 법학과 법체계에 안이하게 안주하거나 의지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균형잡히고 거시적인 안목을 요구한다 하겠다.
_ 둘째로 유럽의 私法통일에 관한 핵심적 논의의 하나인 法典化의 功過의 문제는 지나치게 민법전의 해석론에 치중하여온 우리 私法學의 法典實證主義를 되돌아보게 한다. 세밀하게 조직되고 망라적이며 체계를 갖춘 하나의 법전으로서 한 시대와 한 사회의 윤리적, 경제적 활동의 확실한 기준을 세울수 있다는 생각은 계몽시대의 이성만능주의적 사고의 환상에 불과하다. 또한 근대민법전이란 구시대로부터 근대시민사회를 건설해낸 상공계급 즉 부르조아의 경제적, 사회적 이해관계의 반영물이란 점도 인식되어야 한다. 私法이란 고정되고 짜여진 구조속에 확정된 것으로 주어질 수 없다. 로마법이 근대민법전의 기초가 된 그 학문적 영향력은 그것이 주어진 명제들의 집합이 아니라 구체적 사례에 대한 법적 문제의 설정과 그 해결을 둘러싼 법적 사물논리(Sachproblematik)의 명쾌함에 있다. 따라서 법전도 자기완결적인 하나의 시스템으로서가 아니라 법적 문제해결을 위한 일반적 원칙들의 배열이라는 도구적 성격이 강조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 민법전의 기초가 되는 精緻한 판덱텐법학의 개념과 체계가 자유로운 법사고를 억누르는 사고의 감옥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_ 셋째로 유럽의 私法통일논의는 모든 법발전과 통합의 원동력은 법학의 학문적 능력에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私法學의 진정한 학문적 능력의 발휘는 정치한 법도그마틱의 개발이나 또는 재판실무와의 근접성여부에 있지 않다. 중세후기이후 신학을 대신하여 거의 유일한 정신과학으로서의 법학은 특히 대륙에서는 절대적 정의가 무엇인가를 묻고 그 해답을 추구해온 보편적 학문성, 철학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법학이 인류의 보편적 정신사의 가장 핵심을 이루는 학문이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오늘의 우리에게 법학의 학문적 자존심과 위상의 회복을 촉구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실의 이해위에 굳게[874] 두 발을 내리되 동시에 무엇이 정의인가를 묻고 그에 대한 일반적 원칙의 계발을 추구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것은 우리의 연구와 교육에서 법사학, 법철학, 비교법등 기초적 분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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