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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디게 사무치는 세계는 바로, 아버님과 합장하지 못하고 백 미터 떨어진 곳에 외로이 묻혀 있는 그의 어머니였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서 인지 <이제 난 어머니 곁으로 가는 거다>라는 먼저의 말이나, <이제, 드디어 긴 세월을 걸어서 어머님이 약속하신 그 나루터 근처까지 왔다>는 어제의 말은, 왠지 가슴에 시큰하게 와 닿는다. 특히 이 모든 언어들, 그러니까 그의 인생(人生)이나 길(路), 시론(詩論)은 물론 내부 철학이며, 꿈 등을 가장 응축해서 담고 있는 작품이 바로, 위에서 이미 거론한 바 있는 《고요한 귀향》이라는 시(詩)이다.
이곳까지 오는 길 험했으나
고향에 접어드니 마냥 고요하여라
비가 내리다 개이고
개이다 눈이 내리고
눈이 내리다 폭설이 되고
폭설이 되다 봄이 되고 여름이 되고
홍수가 되다 가뭄이 되고
가을 겨울이 되면서
만남과 이별이 세월이 되고
마른 눈물이 이곳이 되면서
지나온 주막들 아련히
고향은 마냥 고요하여라
아, 어머님 안녕하셨습니까.
- 第 50詩集, 《고요한 귀향》 전문
그리고 지난 해 1월.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하였던 시인은, 이 시집이 자신의 마지막 숙소가 될 거란 예고를 끝으로 두 권의 시집을 더 발표한 뒤, 지난 해 실제로 자신의 어머니 곁에 고요한 귀향을 했다. 한때 묘막(墓幕)이라 하여 '당신을 자주 뵐 수 있도록' 무덤 근처에 편운재(片雲在)를 짓기도 했던 조병화 시인. 그러나 죽음이 단지 이 세상의 짧은 순간에서 저 세상의 영원한 자리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했던 말과 달리, 그의 죽음은 그를 읽었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지난 오십 여 년 간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고독했으나 꿈이 있고 철학이 있고 나아가 보다 크고 넓은 인생이 있었던 오십 여권의 숙소만큼은, 여기에 남아 영원한 교훈과 감동으로 함께 호흡할 것이다. 아래의 시는 바로 그 조병화 시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그럼’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끝)
<참고문헌>
* 조병화,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목소리, 어머니』, 미래문화사, 1994.
* 조병화, 『아내의 방』, 동문선,1997.
* 조병화, 『고요한 귀향』, 시와 시학사, 2001.
* 로버트 M.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제이북스, 2004.
* S. 프로이드, 『정신분석입문』, 선영사, 2003.
* 이무석, 『정신분석에로의 초대』, 이유, 2004.
* 딜런 에반스, 『라깡 정신분석 사전』, 인간사랑, 2004.
그런 까닭에서 인지 <이제 난 어머니 곁으로 가는 거다>라는 먼저의 말이나, <이제, 드디어 긴 세월을 걸어서 어머님이 약속하신 그 나루터 근처까지 왔다>는 어제의 말은, 왠지 가슴에 시큰하게 와 닿는다. 특히 이 모든 언어들, 그러니까 그의 인생(人生)이나 길(路), 시론(詩論)은 물론 내부 철학이며, 꿈 등을 가장 응축해서 담고 있는 작품이 바로, 위에서 이미 거론한 바 있는 《고요한 귀향》이라는 시(詩)이다.
이곳까지 오는 길 험했으나
고향에 접어드니 마냥 고요하여라
비가 내리다 개이고
개이다 눈이 내리고
눈이 내리다 폭설이 되고
폭설이 되다 봄이 되고 여름이 되고
홍수가 되다 가뭄이 되고
가을 겨울이 되면서
만남과 이별이 세월이 되고
마른 눈물이 이곳이 되면서
지나온 주막들 아련히
고향은 마냥 고요하여라
아, 어머님 안녕하셨습니까.
- 第 50詩集, 《고요한 귀향》 전문
그리고 지난 해 1월.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하였던 시인은, 이 시집이 자신의 마지막 숙소가 될 거란 예고를 끝으로 두 권의 시집을 더 발표한 뒤, 지난 해 실제로 자신의 어머니 곁에 고요한 귀향을 했다. 한때 묘막(墓幕)이라 하여 '당신을 자주 뵐 수 있도록' 무덤 근처에 편운재(片雲在)를 짓기도 했던 조병화 시인. 그러나 죽음이 단지 이 세상의 짧은 순간에서 저 세상의 영원한 자리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했던 말과 달리, 그의 죽음은 그를 읽었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지난 오십 여 년 간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고독했으나 꿈이 있고 철학이 있고 나아가 보다 크고 넓은 인생이 있었던 오십 여권의 숙소만큼은, 여기에 남아 영원한 교훈과 감동으로 함께 호흡할 것이다. 아래의 시는 바로 그 조병화 시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그럼’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끝)
<참고문헌>
* 조병화,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목소리, 어머니』, 미래문화사, 1994.
* 조병화, 『아내의 방』, 동문선,1997.
* 조병화, 『고요한 귀향』, 시와 시학사, 2001.
* 로버트 M.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제이북스, 2004.
* S. 프로이드, 『정신분석입문』, 선영사, 2003.
* 이무석, 『정신분석에로의 초대』, 이유, 2004.
* 딜런 에반스, 『라깡 정신분석 사전』, 인간사랑,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