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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차례>
Ⅰ. 김지하 연보
Ⅱ. 김지하 약전
Ⅲ. 김지하의 시세계
Ⅳ. 담시에 구현된 풍자성
Ⅴ. <오적>의 판소리 패러디와 비판적 풍자
Ⅵ.「오적」전문
Ⅰ. 김지하 연보
Ⅱ. 김지하 약전
Ⅲ. 김지하의 시세계
Ⅳ. 담시에 구현된 풍자성
Ⅴ. <오적>의 판소리 패러디와 비판적 풍자
Ⅵ.「오적」전문
본문내용
쉬파리 답십리 왕파리 왕십리 똥파리
모두 쓸어 모아다 꿇리고 치고 패고 차고 밟고
<오적을 잡아들이라는 대목>
판소리를 구성하는 주요 기능적 요소는 창, 아니리, 너름새(발림)이다. 창이란 성가를 이름이고, 아니리란 음곡을 배제한 서술이고, 발림이란 몸짓을 뜻한다. 정병욱, “판소리의 사실성과 서민정신”. 조동일·김흥규 편. 앞의 책. 62쪽
위의 인용 시를 보면 판소리의 이러한 기능적 요소를 그대로 답습해 이어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판소리의 ‘창-아니리-창-아니리’의 양식은 긴장-이완이 반복되는 구조다. 김흥규, “판소리의 서사구조”, 조동일·김흥규 편. 위의 책. 117쪽.
인용된 5)와 6)의 대목은 판소리의 독특한 전개 방식인 ‘창-아니리’의 교체 반복 방식을 차용한 대목이다. 5)는 재담으로 전개하는 아니리에, 6)은 휘몰이와 같은 창에 해당될 것이다. 여기에서 화자의 다채로운 기능을 볼 수 있다. 전체적인 사건의 서술자로서의 목소리와 대사 부분에서 드러나는 등장 인물의 목소리 등이 그것이다. 다중적 목소리를 지닌 것은 창, 아니리, 너름새 등을 활용하여 광대 혼자서 사건을 극적으로 전달하는 판소리의 가창 방식을 패러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복과 나열, 과장과 왜곡, 비속어와 의성·의태어, 언어 유희 등 판소리의 제반 표현 가능성이 모두 구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5)는 율문이 아닌 산문적 요약 서술로 인물들 간의 대화체로 처리된 대목이다. 이야기는 음률이나 장단의 가락에 의하지 않고 일상적 어조로 전탈된다. 판소리로 치자면 아니리에 해당한다. 화자는 특유의 장황한 수사에 의하지 않고 한두 마디의 짤막한 대사를 써서 사건의 진행을 빠른 속도로 이끈다. 판소리의 문체적 특징인 급박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행위를 빠른 속도와 대화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바탕글을 생략하는 수법이다. 이것은 아니리가 판소리의 작품전개 기능 면에서 장면과 장면의 접속을 담당하는 것처럼, 여기에서도 꾀수와 포도대장의 짤막한 대화를 통해서 오적을 잡으러 가는 장면으로 전환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장면 전환의 아니리적 요소는 오적들이 차례로 등장하는 대목에서도 잘 드러난다. 장면을 전환하여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그리고 그들의 인물 내력을 소개할 때 화자는 다양한 작중 인물들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혼성적이며 다성적인 세계를 보인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서 각각의 등장 인물들의 말을 극적으로 모방한다. 그럼으로써 상황의 현장감 있는 재현을 추구한다.
7)
국회의원 나온다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
털투성이 몸둥이에 혁명공약 휘휘감고
혁명공약 모자쓰고 혁명공약 배지차고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들고 대갈일성, 쪽 째진 배암샛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혁명이닷, 구악(舊惡)은 신악(新惡)으로! 개조(改造)닷, 부정축재는 축재부정으로!
근대화닷, 부정선거는 선거부정으로! 중농(重農)이닷, 빈농(貧農)은 이농(離農)으로!
<국회의원 등장 대목>
<오적>은 패러디되는 장르인 판소리에 나타나는 창자(화자)와 인물들 간의 자유로운 넘나듦을 비롯하여 율문과 산문의 조화를 차용한다. 인용 7)에서 화자는 등장인물에 대한 희화적 묘사에 뒤이어 나오는 표어적인·선동구의 이야기 서술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롭게 각 인물들 사이를 왕래한다. 판소리에서 화자와 인물들 사이의 넘나듦이 자유로운 것은, 판소리는 본질적으로 판소리 광대 개인의 목소리에 의해 모든 사건 내용이 진술되고 펼쳐지기 때문이다. 장르 범주로 서사적 서정에 가까운 <오적>은 판소리의 광대처럼 시적 화자가 사건과 대사를 서술하는 가운데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나오는 다성적 성격을 지닌다.
대상을 서술·묘사하는 화자의 관점과 태도는 작중 현실과 분리된 객관적 관찰자가 아니라 스스로 사건과 서술 대상에 밀착하거나 일치시킨다. 대화체로 처리되는 부분에서는 등장 인물의 입을 빌은 목소리로 화자와 등장 인물이 일치한다. 그리고 대상에 대한 논평이나 평가는 다분히 주관적이며 전능한 기능을 담당한다. 서술 대상에 대한 묘사나 대개의 논평은 골계적이거나 비장하다.
인용 7)은 오적이 거만하게 거들먹거리며 등장하는 모습을 4음보격의 율격을 통해 골계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대목은 등장 인물의 외양적 특징을 중심으로 묘사하는 판소리의 정형적 인물 등장법과 인물 내력 소개법의 차용이다. 화자의 인물에 대한 묘사는 작중 현실보다 과장하고 왜곡해서 표현함으로써 그 인물적 특징을 강조하는 골계적 웃음을 자아낸다. 화자는 서술 대상의 비리, 결함, 위선, 허구를 과장하고 확장해 폭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8)
소리소리 내지르며 질풍같이 내닫는다
비켜라 비켜라
안비키면 오적(五賊)이다
간다 간다 내가 간다
부릉 부릉 부르릉 찍찍 우당우당 우당탕 쿵쾅
오적(五賊)잡으러 내가간다
-중략-
서슬푸른 용트림이 기둥처처 승천하고 맑고 푸른 수영장엔 벌거벗은 선녀(仙女)가득
몇십리 수풀들이 정원 속에 그득그득, 백만원짜리 정원수(庭園樹)에 백만원짜리
외국(外國)개
천만원짜리 수석비석(瘦石肥石), 천만원짜리 석등석불(石燈石佛), 일억원짜리
붕어 잉어, 일억원짜리 참새 메추리
판소리는 비장과 골계를 통한 정서적 긴장과 이완의 반복이다. 비장은 청자를 작중 현실에 몰입시켜 정서적 일치를 유발한다. 청자가 작중 현실에 몰입함으로써 생성된 긴장된 정서는 골계적 구절에서 해소·이완된다. 김흥규, 앞의 글. 118~125쪽.
작중 현실을 정상적인 것보다 과장하여 일그러지게 표현하는 수법이 골계인데 이때 생기는 위화감이 웃음을 촉발한다. 이러한 골계적 수법에 의하여 해학과 풍자가 나타나게 된다. <오적>은 이러한 판소리의 미적 체험 구조를 원용한다. 그리하여 독자에게 정서적 긴장과 이완을 통한 비장과 골계의 맛을 느끼게 만든다.
인용된 8)의 앞 부분은 오적의 소굴에 괴수를 앞세운 “포도대장 출도” 장면을 묘사하는 대목이고, 뒷 부분은 오적의 소굴을 묘사한 대목이다. 판소리는 창과 아니리의 계속적인 교체 반복을 통해 정서적으로 긴장과 이완의 반
모두 쓸어 모아다 꿇리고 치고 패고 차고 밟고
<오적을 잡아들이라는 대목>
판소리를 구성하는 주요 기능적 요소는 창, 아니리, 너름새(발림)이다. 창이란 성가를 이름이고, 아니리란 음곡을 배제한 서술이고, 발림이란 몸짓을 뜻한다. 정병욱, “판소리의 사실성과 서민정신”. 조동일·김흥규 편. 앞의 책. 62쪽
위의 인용 시를 보면 판소리의 이러한 기능적 요소를 그대로 답습해 이어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판소리의 ‘창-아니리-창-아니리’의 양식은 긴장-이완이 반복되는 구조다. 김흥규, “판소리의 서사구조”, 조동일·김흥규 편. 위의 책. 117쪽.
인용된 5)와 6)의 대목은 판소리의 독특한 전개 방식인 ‘창-아니리’의 교체 반복 방식을 차용한 대목이다. 5)는 재담으로 전개하는 아니리에, 6)은 휘몰이와 같은 창에 해당될 것이다. 여기에서 화자의 다채로운 기능을 볼 수 있다. 전체적인 사건의 서술자로서의 목소리와 대사 부분에서 드러나는 등장 인물의 목소리 등이 그것이다. 다중적 목소리를 지닌 것은 창, 아니리, 너름새 등을 활용하여 광대 혼자서 사건을 극적으로 전달하는 판소리의 가창 방식을 패러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복과 나열, 과장과 왜곡, 비속어와 의성·의태어, 언어 유희 등 판소리의 제반 표현 가능성이 모두 구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5)는 율문이 아닌 산문적 요약 서술로 인물들 간의 대화체로 처리된 대목이다. 이야기는 음률이나 장단의 가락에 의하지 않고 일상적 어조로 전탈된다. 판소리로 치자면 아니리에 해당한다. 화자는 특유의 장황한 수사에 의하지 않고 한두 마디의 짤막한 대사를 써서 사건의 진행을 빠른 속도로 이끈다. 판소리의 문체적 특징인 급박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행위를 빠른 속도와 대화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바탕글을 생략하는 수법이다. 이것은 아니리가 판소리의 작품전개 기능 면에서 장면과 장면의 접속을 담당하는 것처럼, 여기에서도 꾀수와 포도대장의 짤막한 대화를 통해서 오적을 잡으러 가는 장면으로 전환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장면 전환의 아니리적 요소는 오적들이 차례로 등장하는 대목에서도 잘 드러난다. 장면을 전환하여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그리고 그들의 인물 내력을 소개할 때 화자는 다양한 작중 인물들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혼성적이며 다성적인 세계를 보인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서 각각의 등장 인물들의 말을 극적으로 모방한다. 그럼으로써 상황의 현장감 있는 재현을 추구한다.
7)
국회의원 나온다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
털투성이 몸둥이에 혁명공약 휘휘감고
혁명공약 모자쓰고 혁명공약 배지차고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들고 대갈일성, 쪽 째진 배암샛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혁명이닷, 구악(舊惡)은 신악(新惡)으로! 개조(改造)닷, 부정축재는 축재부정으로!
근대화닷, 부정선거는 선거부정으로! 중농(重農)이닷, 빈농(貧農)은 이농(離農)으로!
<국회의원 등장 대목>
<오적>은 패러디되는 장르인 판소리에 나타나는 창자(화자)와 인물들 간의 자유로운 넘나듦을 비롯하여 율문과 산문의 조화를 차용한다. 인용 7)에서 화자는 등장인물에 대한 희화적 묘사에 뒤이어 나오는 표어적인·선동구의 이야기 서술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롭게 각 인물들 사이를 왕래한다. 판소리에서 화자와 인물들 사이의 넘나듦이 자유로운 것은, 판소리는 본질적으로 판소리 광대 개인의 목소리에 의해 모든 사건 내용이 진술되고 펼쳐지기 때문이다. 장르 범주로 서사적 서정에 가까운 <오적>은 판소리의 광대처럼 시적 화자가 사건과 대사를 서술하는 가운데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나오는 다성적 성격을 지닌다.
대상을 서술·묘사하는 화자의 관점과 태도는 작중 현실과 분리된 객관적 관찰자가 아니라 스스로 사건과 서술 대상에 밀착하거나 일치시킨다. 대화체로 처리되는 부분에서는 등장 인물의 입을 빌은 목소리로 화자와 등장 인물이 일치한다. 그리고 대상에 대한 논평이나 평가는 다분히 주관적이며 전능한 기능을 담당한다. 서술 대상에 대한 묘사나 대개의 논평은 골계적이거나 비장하다.
인용 7)은 오적이 거만하게 거들먹거리며 등장하는 모습을 4음보격의 율격을 통해 골계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대목은 등장 인물의 외양적 특징을 중심으로 묘사하는 판소리의 정형적 인물 등장법과 인물 내력 소개법의 차용이다. 화자의 인물에 대한 묘사는 작중 현실보다 과장하고 왜곡해서 표현함으로써 그 인물적 특징을 강조하는 골계적 웃음을 자아낸다. 화자는 서술 대상의 비리, 결함, 위선, 허구를 과장하고 확장해 폭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8)
소리소리 내지르며 질풍같이 내닫는다
비켜라 비켜라
안비키면 오적(五賊)이다
간다 간다 내가 간다
부릉 부릉 부르릉 찍찍 우당우당 우당탕 쿵쾅
오적(五賊)잡으러 내가간다
-중략-
서슬푸른 용트림이 기둥처처 승천하고 맑고 푸른 수영장엔 벌거벗은 선녀(仙女)가득
몇십리 수풀들이 정원 속에 그득그득, 백만원짜리 정원수(庭園樹)에 백만원짜리
외국(外國)개
천만원짜리 수석비석(瘦石肥石), 천만원짜리 석등석불(石燈石佛), 일억원짜리
붕어 잉어, 일억원짜리 참새 메추리
판소리는 비장과 골계를 통한 정서적 긴장과 이완의 반복이다. 비장은 청자를 작중 현실에 몰입시켜 정서적 일치를 유발한다. 청자가 작중 현실에 몰입함으로써 생성된 긴장된 정서는 골계적 구절에서 해소·이완된다. 김흥규, 앞의 글. 118~125쪽.
작중 현실을 정상적인 것보다 과장하여 일그러지게 표현하는 수법이 골계인데 이때 생기는 위화감이 웃음을 촉발한다. 이러한 골계적 수법에 의하여 해학과 풍자가 나타나게 된다. <오적>은 이러한 판소리의 미적 체험 구조를 원용한다. 그리하여 독자에게 정서적 긴장과 이완을 통한 비장과 골계의 맛을 느끼게 만든다.
인용된 8)의 앞 부분은 오적의 소굴에 괴수를 앞세운 “포도대장 출도” 장면을 묘사하는 대목이고, 뒷 부분은 오적의 소굴을 묘사한 대목이다. 판소리는 창과 아니리의 계속적인 교체 반복을 통해 정서적으로 긴장과 이완의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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