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말씀이죠? 쥐를 잡을 때 쓰는 그럴 것 말씀하시나요? 제가 추천하고 싶은 게 있다면... 약제사의 말을 끊고 에밀리양이 말했다. 댁이 갖고 있는 것 가운데 효력이 제일 센 것으로 주세요. 종류는 아무래도 좋아요. 약제사는 몇 가지 독극물의 이름을 열거했다. 이놈들로는 코끼리까지 죽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가씨가 원하는 것은... 다시 상대의 말을 끊고 에밀리양이 말했다. 비소예요. 그 정도면 괜찮은 거겠죠? 비소...라구요? 예,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아가씨가 원하는 것은... 다시 한 번 말을 끊고 그녀가 말했다. 저한테는 비소가 필요해요. 약제사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팽팽하게 긴장된 깃발과도 같은 얼굴을 곧게 세우고는 그를 마주 바라보았다. 아, 예, 알겠습니다. 약제사가 말했다. 그걸 원하신다면 드리지요. 그렇지만 어디에다 쓰실 건지 법률상 밝히게 되어 있는데요. 에밀리양은 눈과 눈이 마주치도록 고개를 뒤로 젖히고 그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결국 그는 눈싸움에서 밀린 채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안으로 들어가서 비소를 꺼내 포장했다. 점원으로 일하는 검둥이 소년이 그녀에게 포장물을 가져다주었다. 약제사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가 집에 가서 포장을 끌러보니. 극약물임을 표시하는 해골과 뼈 그림이 상자 위에 그려져 있었고 그 아래에 쥐잡이용 이라고 씌여 있었다. 그리하여 이튿날 우리들은 그녀가 자살을 하려나봐. 라고 수군거렸다. 그게 아마 최선책일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녀가 호머 배론과 같이 있는 것이 처음 우리의 눈에 띄었을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결혼하려나봐. 얼마간 시간이 지난 다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직 그를 설득 중인가 봐. 왜냐하면 호머 스스로 자신을 결혼할 타입의 남자가 아니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남자들끼리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고, 그가 엘크스 자선 및 사교 모임에서 젊은이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곤 한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알려져 있었다. 이어서 우리는 일요일 오후 머리를 높이 치켜든 에밀리양과 모자를 젖혀 쓴 채 여송연을 이빨 사에 물고 노란 장갑을 낀 손에 말고삐와 채찍을 쥔 배론이 함께 번쩍이는 마차를 타고 지나갈 때 덧문 뒤에서 에밀리가 참 안됐어. 라고 말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몇몇 부인네들이 에밀리양과 배론의 결혼은 마을의 수치이고 젊은이들한테 좋지 않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는 투의 비판을 하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끼여들고 싶어하지 않았으나, 결국에는 부인네들의 성화에 못 이겨 침례교 목사가 에밀리양을 방문하게 되었다(에밀리양의 가족들은 성공회 소속이었다). 그는 그녀와 만나서 이야기하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일체 발설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다시 찾아가기를 완강히 거부했다. 다음 일요일에도 그들은 여전히 마차를 탄 채 거리를 지나갔다. 결국 그 다음 날 목사님 부인께서 알라바마에 있는 에밀리양의 친척에게 편지를 띄우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핏줄이 같은 사람들과 다시 한 지붕 아래 기거하게 되었고, 우리는 느긋이 뒤로 물러앉아서 일이 어떻게 진전되는가를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틀림없이 결혼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는 에밀리양이 보석 가게에 들렀다는 사실과 은으로 된 남성용 화장 도구 한 벌을 주문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남성용 화장 도구 하나 하나에는 모두 호머 배론의 머리 글자가 새겨 있었다고 한다. 이틀이 더 지난 다음 우리는 그녀가 잠옷을 포함하여 남성용 의복을 하나도 빼지 않고 사들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결혼을 한 거로군. 이라고 말하게 되었다. 우리는 정말로 반겼다. 우리가 반겼던 이유는 에밀리양의 사촌이었던 두 여인이 에밀리양 본인보다도 한결 더 그리어슨 가문의 티를 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호머 배론이 마을을 떠난 것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도로 포장 공사가 얼마 후에 끝났던 것이다. 시끌벅적한 행사가 없었던 거세 우리가 다소 실망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에밀리양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 위해서든 그 지겨운 사촌들을 쫓아 보낼 기회를 그녀에게 주기 위해서든 떠난 것이라고 믿었다(그때쯤에는 에밀리양의 사촌들을 따돌리는 일이 비밀 음모 같은 것으로 바뀌었고, 우리 모두가 에밀리양의 편이 되어 이 일에 가담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주일이 더 지난 다음 그들은 떠났다. 그리고 우리들이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사흘도 채 되지 않아서 호머 배론이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어느 날 저녁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졌을 무렵 검둥이 하인이 부엌문으로 그를 맞아들이는 것을 누군가가 보았다고 하였다. 그것이 우리가 호머 배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다. 게다가 에밀리양의 모습도 그후로는 얼마 동안 볼 수 없었다. 검둥이 하인이 시장 바구니를 들고 드나들었지만, 건물의 현관문은 굳게 닫혀진 채였다. 이따금씩 창가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의 모습을 언뜻 볼 수는 있었다. 어느 날 밤엔가 사람들이 그녀의 집에 가서 석회를 뿌릴 때 보았던 것과 같은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거의 6개월 동안 그녀는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윽고 우리는 이것 또한 예상했던 일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여자로서의 에밀리양의 삶을 그렇게도 수없이 좌절시켰던 그녀 아버지의 성품이 너무도 독기에 차있고 너무도 강렬한 것이어서 아직 죽지 않은 채로 집안에 떠돌고 있는 양 여기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다음에 에밀리양을 보았을 때 그녀는 많이 뚱뚱해져 있었고 머리는 잿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몇 년 동안 머리는 점점 더 잿빛으로 변하더니 마침내 희끗희끗한 철회색을 띠게 된 다음 변색을 멈추었다. 74세로 그녀가 세상을 뜨던 날까지 그녀의 머리는 활동적인 남자의 머리가 그러하듯이 여전히 힘에 넘친 철회색을 띠고 있었다. 그 무렵부터 줄곧 그녀의 집 현관문은 닫힌 채였다. 그녀가 마흔 살이었을 무렵 약 5,6년 동안 현관문이 열려 있었는데, 그때가 바로 도예 그림 강습을 하던 때였다. 아래층에 있는 방 하나에 화실을 만들어 놓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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