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3.1. 기호의 자의성
3.2. 언어 단위의 성질
3.3. 랑그와 파롤
3.4. 공시태와 통시태
3.5. 랑그의 분석
3.2. 언어 단위의 성질
3.3. 랑그와 파롤
3.4. 공시태와 통시태
3.5. 랑그의 분석
본문내용
역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형성 중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두 사람은 20세기 언어학의, 더 공정하게는 20세기 인문사회과학의 거대한 뿌리다. 한 사람은 언어학을 언젠가는 수립될 기호학의 하위분과라고 생각했고 또 한 사람은 그것을 인지심리학으로 환원했다.
전공학문의 자기정체성에 대한 그들의 겸손은 얄궂게도 언어학을 20세기의 진정한 학문으로 만들었다. 더 나아가서, 차라리 20세기를 언어학의 세기로 만들었다. 소쉬르의 언어학, 곧 기호학은 그것의 필연적 방법론으로 구조주의를 탄생시켰고, 그 구조주의는 20세기 ‘중, 후반’ 이래 다양한 변주를 통해 언어학만이 아니라 문학연구, 신화학, 인류학, 사회학, 역사학, 정치학 등 인문사회과학의 모든 분야에 강력한 성채를 구축했다.
20세기 지성사를 관통한 아이디어의 창시자로서 소쉬르가 ‘마르크스’나 ‘프로이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그 중요성이 그 지명도를 훨씬 넘어서는 지적 파종자라고 말할 수는 있다.
소쉬르는 대대로 자연과학 분야의 학자들을 배출한 제네바의 명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상이나 형제들처럼 그도 조숙한 천재였다. 중학교 시절인 15살에 <언어학의 일반체계>라는 책을 집필해 스승들을 놀라게도 했지만, 라이프치히 유학 시절인 21살 때 쓴 인도유럽어의 원시모음체계에 관한 논문은 역사비교언어학, 특히 인도유럽어학의 기념비적 저술이라 할만하다. 그보다 한해 전에 파리 언어학회에서 그가 발표한 인도유럽어의 서로 다른 a의 구별에 대한 시론에서 싹트기 시작하여 앞의 <논문>에서 체계적 가설로 확립된 뒤, ‘묄러, 퀴니’ 등의 후배 언어학자들에 의해 보완되고 명명된 ‘후음 이론(laryngeal theory)’은 엄밀한 논리에 감싸인 상상력을 통해 저 아스라한 선사시대 어느 시점에 유라시아 대륙에서 사용되던 어떤 언어의 모음 체계를 재구성하고 있다.
‘모국어’인 프랑스어나 독일어, 영어 같은 현대어는 물론이고 학생 시절에 이미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 고대 페르시아어, 고대 독일어에 능통했고, 라이프치히 대학 학위논문 제목이 산스크리트어의 절대 속격 용법이었지만, 젊은 시절의 그의 지적 관심은 역사비교언어학 쪽에 있었다.
언어의 ‘체계’ 강조
당대 언어학의 중심지였던 라이프치히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며 뒷날 세칭 ‘소장문법학파’(이들의 언어학을 언어사로 환원시켰다)를 이끌 ‘브루크만, 오스토프, 레스키엔’ 등과 경쟁했던 탓이기도 했겠고, 소쉬르 이전의 언어학이란 심하게 말하자면 결국 역사언어학에 지나지 않았던 탓이기도 했을 것이다. 인도유럽어에 대한 소쉬르의 논문들을 모아 1922년 하이델베르크의 칼빈터스 대학 서적센터에서 간행한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과학적 저작 모음>은 이런 소쉬르의 관심의 집약 판이다.
그러나 전문적 인도유럽어학자들이 이 책의 성취를 아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과는 상관없이, 아무래도 소쉬르의 상표는 1906년부터 11년까지 제네바대학에서 그가 담당했던 세 차례의 일반언어학 강의를 그가 죽은 뒤 제자들인 ‘알베르 세쉬에’와 ‘샤를 발리’가 편집해 내놓은 <일반언어학 강의>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는 그 이전까지의 언어학을 지배하던 낭만주의, 역사주의, 실증주의를 극복하고 구조주의의 씨앗을 뿌렸다(물론 그 자신이 이 책에서 구조주의란 말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젊은 시절의 소쉬르를 박해했던 소장문법학파의 실증주의와 역사주의는 ‘분트’의 심리학주의, ‘포슬러’의 신관념론적 정신사, ‘벵커’의 방언지리학, 프랑스의 문화형태론 등으로부터 줄기찬 공격을 받은 데 이어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에 의해 완전히 몰락하고 말았다.
소쉬르는 소장문법학파가 언어의 외형적인 것 그리고 역사적인 것에 집착하고 있는 점을 그의 논의의 실마리로 삼아, 그들이 언어를 언어로서, 언어를 체계로서 관찰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소쉬르에게 중요한 것은 체계였다. 왜냐하면 언어는 그가 보기에 기호의 체계였고 고유한 질서만을 허용하는 체계였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으로 이러한 체계는 언어외적인 현상을 연구하지 않고도 완전히 이해될 수 있었다.
언어는 그 구체적 단위들의 대립을 기반으로 하는 체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 언어는 여러 가치들의 체계일 뿐이라는 것, 그러한 가치들의 가장 분명한 특징은 그것들이 딴 것들이 아닌 어떤 것이라는 것, 요컨대 언어에는 차이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등 <일반언어학 강의>에서 개진된 소쉬르의 생각들로부터 내재적 관계 체계로서의 구조의 개념이 밝혀진다. 소쉬르에게 언어는 순수한 관계들의 그물망일 뿐이다. 이러한 관계 개념, 소쉬르의 후계자들의 해석에 따르면 구조의 개념이야말로 전통 언어학에 대한 혁명이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개념 도입
랑그-파롤, 시니피앙-시니피에, 형식-실체, 연합관계-통합관계, 공시적-통시적 등 뒷날 과학적 언어학의 방법론적 기점이 된 대립 쌍들의 개념이 확립된 것도 이 책에서였다.
이 책의 지성사적 중요성에 더해, 이 책이 저자의 직접 저술이 아니라 제자들의 편지라는 사실은 또 한편으로 이 책의 텍스트 확정 문제에 대해 흥미로운 연구 과제를 남겨놓았다. 편자인 ‘발리’와 ‘세쉬에’가 1915 년의 초판 서문에서 저자는 어쩌면 이 책의 출간을 허락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스승과 그 해석자들을 구분해 비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기도 하거니와, 소쉬르의 ‘진짜 얼굴’을 찾고 싶었던 ‘고델, 엥글러, 마우로’ 등의 후배 학자들에 의해 <일반언어학 강의>는 기다란 원 자료와 주석과 비블리오 그라피를 얻어가며 진화하고 있다. “언어학의 유일하고도 진정한 대상은 언어인데, 이는 그 자체로서 그것만을 위해서 고찰되어야 한다”는 이 책의 맨 마지막 문장은 또 이 책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문장이기도 한데, 이것이 소쉬르가 직접 한 말이 아니라 해석자들의 가필이라는 지적도 그 진화과정에서 나왔다. 구조주의의 출발점이 된 이 말은 그 구조주의가 인문사회과학 전체를 풍미하기 시작할 무렵의 오지랖 넓은 슈퍼스타였던 ‘로만 야콥슨’의 다음과 같은 발언에 비해 너무 엄격하고 겸손하다. “나는 언어학자다. 언어에 관련된 것 치고 내게 관련되지 않은 것은 없다.”
전공학문의 자기정체성에 대한 그들의 겸손은 얄궂게도 언어학을 20세기의 진정한 학문으로 만들었다. 더 나아가서, 차라리 20세기를 언어학의 세기로 만들었다. 소쉬르의 언어학, 곧 기호학은 그것의 필연적 방법론으로 구조주의를 탄생시켰고, 그 구조주의는 20세기 ‘중, 후반’ 이래 다양한 변주를 통해 언어학만이 아니라 문학연구, 신화학, 인류학, 사회학, 역사학, 정치학 등 인문사회과학의 모든 분야에 강력한 성채를 구축했다.
20세기 지성사를 관통한 아이디어의 창시자로서 소쉬르가 ‘마르크스’나 ‘프로이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그 중요성이 그 지명도를 훨씬 넘어서는 지적 파종자라고 말할 수는 있다.
소쉬르는 대대로 자연과학 분야의 학자들을 배출한 제네바의 명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상이나 형제들처럼 그도 조숙한 천재였다. 중학교 시절인 15살에 <언어학의 일반체계>라는 책을 집필해 스승들을 놀라게도 했지만, 라이프치히 유학 시절인 21살 때 쓴 인도유럽어의 원시모음체계에 관한 논문은 역사비교언어학, 특히 인도유럽어학의 기념비적 저술이라 할만하다. 그보다 한해 전에 파리 언어학회에서 그가 발표한 인도유럽어의 서로 다른 a의 구별에 대한 시론에서 싹트기 시작하여 앞의 <논문>에서 체계적 가설로 확립된 뒤, ‘묄러, 퀴니’ 등의 후배 언어학자들에 의해 보완되고 명명된 ‘후음 이론(laryngeal theory)’은 엄밀한 논리에 감싸인 상상력을 통해 저 아스라한 선사시대 어느 시점에 유라시아 대륙에서 사용되던 어떤 언어의 모음 체계를 재구성하고 있다.
‘모국어’인 프랑스어나 독일어, 영어 같은 현대어는 물론이고 학생 시절에 이미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 고대 페르시아어, 고대 독일어에 능통했고, 라이프치히 대학 학위논문 제목이 산스크리트어의 절대 속격 용법이었지만, 젊은 시절의 그의 지적 관심은 역사비교언어학 쪽에 있었다.
언어의 ‘체계’ 강조
당대 언어학의 중심지였던 라이프치히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며 뒷날 세칭 ‘소장문법학파’(이들의 언어학을 언어사로 환원시켰다)를 이끌 ‘브루크만, 오스토프, 레스키엔’ 등과 경쟁했던 탓이기도 했겠고, 소쉬르 이전의 언어학이란 심하게 말하자면 결국 역사언어학에 지나지 않았던 탓이기도 했을 것이다. 인도유럽어에 대한 소쉬르의 논문들을 모아 1922년 하이델베르크의 칼빈터스 대학 서적센터에서 간행한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과학적 저작 모음>은 이런 소쉬르의 관심의 집약 판이다.
그러나 전문적 인도유럽어학자들이 이 책의 성취를 아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과는 상관없이, 아무래도 소쉬르의 상표는 1906년부터 11년까지 제네바대학에서 그가 담당했던 세 차례의 일반언어학 강의를 그가 죽은 뒤 제자들인 ‘알베르 세쉬에’와 ‘샤를 발리’가 편집해 내놓은 <일반언어학 강의>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는 그 이전까지의 언어학을 지배하던 낭만주의, 역사주의, 실증주의를 극복하고 구조주의의 씨앗을 뿌렸다(물론 그 자신이 이 책에서 구조주의란 말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젊은 시절의 소쉬르를 박해했던 소장문법학파의 실증주의와 역사주의는 ‘분트’의 심리학주의, ‘포슬러’의 신관념론적 정신사, ‘벵커’의 방언지리학, 프랑스의 문화형태론 등으로부터 줄기찬 공격을 받은 데 이어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에 의해 완전히 몰락하고 말았다.
소쉬르는 소장문법학파가 언어의 외형적인 것 그리고 역사적인 것에 집착하고 있는 점을 그의 논의의 실마리로 삼아, 그들이 언어를 언어로서, 언어를 체계로서 관찰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소쉬르에게 중요한 것은 체계였다. 왜냐하면 언어는 그가 보기에 기호의 체계였고 고유한 질서만을 허용하는 체계였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으로 이러한 체계는 언어외적인 현상을 연구하지 않고도 완전히 이해될 수 있었다.
언어는 그 구체적 단위들의 대립을 기반으로 하는 체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 언어는 여러 가치들의 체계일 뿐이라는 것, 그러한 가치들의 가장 분명한 특징은 그것들이 딴 것들이 아닌 어떤 것이라는 것, 요컨대 언어에는 차이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등 <일반언어학 강의>에서 개진된 소쉬르의 생각들로부터 내재적 관계 체계로서의 구조의 개념이 밝혀진다. 소쉬르에게 언어는 순수한 관계들의 그물망일 뿐이다. 이러한 관계 개념, 소쉬르의 후계자들의 해석에 따르면 구조의 개념이야말로 전통 언어학에 대한 혁명이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개념 도입
랑그-파롤, 시니피앙-시니피에, 형식-실체, 연합관계-통합관계, 공시적-통시적 등 뒷날 과학적 언어학의 방법론적 기점이 된 대립 쌍들의 개념이 확립된 것도 이 책에서였다.
이 책의 지성사적 중요성에 더해, 이 책이 저자의 직접 저술이 아니라 제자들의 편지라는 사실은 또 한편으로 이 책의 텍스트 확정 문제에 대해 흥미로운 연구 과제를 남겨놓았다. 편자인 ‘발리’와 ‘세쉬에’가 1915 년의 초판 서문에서 저자는 어쩌면 이 책의 출간을 허락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스승과 그 해석자들을 구분해 비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기도 하거니와, 소쉬르의 ‘진짜 얼굴’을 찾고 싶었던 ‘고델, 엥글러, 마우로’ 등의 후배 학자들에 의해 <일반언어학 강의>는 기다란 원 자료와 주석과 비블리오 그라피를 얻어가며 진화하고 있다. “언어학의 유일하고도 진정한 대상은 언어인데, 이는 그 자체로서 그것만을 위해서 고찰되어야 한다”는 이 책의 맨 마지막 문장은 또 이 책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문장이기도 한데, 이것이 소쉬르가 직접 한 말이 아니라 해석자들의 가필이라는 지적도 그 진화과정에서 나왔다. 구조주의의 출발점이 된 이 말은 그 구조주의가 인문사회과학 전체를 풍미하기 시작할 무렵의 오지랖 넓은 슈퍼스타였던 ‘로만 야콥슨’의 다음과 같은 발언에 비해 너무 엄격하고 겸손하다. “나는 언어학자다. 언어에 관련된 것 치고 내게 관련되지 않은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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