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은희경이 걸어온 길………………………………2
은희경의 문학세계………………………………6
작품속의 상징들과 인물에 관하여……………13
이상의 <날개>와 연관지어………………………17
은희경의 문학세계………………………………6
작품속의 상징들과 인물에 관하여……………13
이상의 <날개>와 연관지어………………………17
본문내용
단편소설 다섯 편을 몰아치기로 써 재꼈다.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새의 선물』은 그때 집필되었던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늘 모범생으로 살아온 만큼이나 완벽주의자 기질이 강하다. 그래서 미리 많은 글을 준비한 후에 문단에 발을 내딛은 것이다. 이러한 철저한 준비성이 그녀를 3년만에 권위 있는 이상문학상의 주인공으로 만든 것일 게다. 이는 이상문학상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문단은 물론 일반 독자들의 열렬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TV 드라마로도 방영된 바 있는 『새의 선물』은 인물 하나하나가 아주 사실적이면서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의 유형들을 대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잘 읽힌다\'\'는 것과 무척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뒤에는 단순한 유머가 아닌 진한 페이소스를 숨기고 있다. 작품 속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진지한 농담\'\'을 능수능란한 솜씨로 구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그녀의 작품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이다.
그러나 그녀의 소설을 흔히 사랑소설 혹은 연애소설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은희경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상투성\'\', 그로 인해 초래되는 진정한 인간적 소통의 단절\"이라고 한다. 너무 상투적인 소재나 주제를 다루고 있지 않는가라는 비판의 목소리에도 \"새로움? 별로 걱정 안한다. 이 세상은 고정관념으로 너무 단단히 싸여 있어서 그것을 벗겨가는 일만으로도 새로움을 획득할 수 있다.\"고 자연스럽게 말한다.
그녀를 따라 다니는 또 하나의 평은 \'\'냉소적\'\'이라는 것이다. 이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사랑이나 인간에 대해 환상을 깨고 싶어한다. 그녀에 의하면
\'\'사랑의 가장 커다란 병균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다. 그녀는 사랑에 관한 이 치명적인 환상을 없애기 위해 사랑을 상대로 위악적인 실험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때 고등학교 국어교사였던 그의 소설에는 비문(非文)이 거의 없다. 그녀는 문장교본이 될만한 단편소설들을 집중적으로 써볼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녀에게 소설은 \'\'새로운 인생 찾기에서 내건 승부수\'\'이다. 처음 한 달만에 다섯 편을 써내려 가면서 비로소 \'\'이게 내가 가야 했던 길이다\'\'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은희경의 문학세계
소설이란, 기존의 제도와 언어를 거부하는 자의 격렬한, 하지만 힘에 부치는 몸짓이다. 굳건하고, 심지어 전지전능하며, 많은 경우에는 일탈하는 자를 응징하는 알리바이체계를 갖춘 기성의 제도와 맞서고자 하는 몸짓이 소설이기에, 또 주어진 이정표를 거부하고 혹여 천길 낭떠러지일지도 모르는 길을 찾아나서는 정신적 방랑자의 언어가 소설이기에, 소설의 운명은 불행하며 비극적이다. 이미 숙명적인 질서가 지배하는 시공간에서 개성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곧 원죄를 짊어진다는 것과 동질적이며, 따라서 이미 정해져 있는 질서를 거부하고 거스르는 자의 운명은 비극적일 수밖에 없을 터이다. 현대의 일상성이란 그 질서를 벗어나려는 노력까지도 재질서화하며, 또 낯선 모험을 친숙한 경험으로 반드시 환원해내는 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은희경은 소설가의 운명을 비극적, 혹은 불행하다고 설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소설가의 운명을 매혹적이며 즐거운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즉, 은희경은 기존의 것을 거부하는 몸짓에 대해 그만큼 자기확신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확신에 차 있을 때, 한 작가는 자주 사물이나 대상에 대한 회의주의적 시선을 유보하거나 기존의 것을 두려워하는 대신에 자신의 자율적인 의지에 전적인 신뢰를 보낸다. 이은희경은, 현재의 은희경은, 수많은 사람들이 짐작하는 대로 인간은 살아가지 않는다고 믿으며, 또한 기존의 틀로 인간의 삶을 파악하는 여러 문제틀들을 다만 고정관념이라고 설정하는 데 망설임이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은희경의 삶에 대한 비평은 명백한 형태로 드러나고, 또 지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그것은 은희경이 의식적으로 서정성을 배격한 데서 비롯한다. 은희경이 주된 서술전법으로 채택하고 있는 애소적 관찰자의 시선 자체가 이러한 지적거리를 발생시키고, 소설 속에 나타난 삶의 양상들은 이 관찰자적 시선에 붙잡힌 풍자의 대상으로 제공된다. 이같은 특성이 그의 소설들에서 ‘빈말’을 줄이는 비평적 생기를 부여하고 있지만, 그러나 이같은 전술이 가지는 한계는 그것대로 남는다. 즉 냉소를 통한 삶의 비평은 냉소적 시각이 가진 의식의 한계를 벗어나는 법이 없고, 그 냉소의 시각이 확고하면 할수록 작품이 삶에 대해 가지는 관련성의 폭과 깊이는 줄어드는 역설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관찰자적 시선이 삶의 풍성한 내용을 불러일으키는 경우에는 해학으로 꽃피지만, 냉소적인 의식의 지배가 두드러지는 순간 해학은 어느새 쓴웃음이나 실소로 떨어진다.
그러나 그의 소설들은 재미있다. 은희경 소설의 첫인상은 문체의 역동감과 단단함, 사물에 대한 진지한 관찰력, 그것을 만들어가는 심리 파악과 그 이동의 놀라운 속도성이다. 그 다음 인상은, 그것들이 대부분 여성을 대상으로, 그것도 30대 여성들을 겨누고 있다는 점이며, 그 다음으로는 그 어느 여성이든 연애나 결혼, 혹은 정사와 깊이 관계된, 말하자면 섹스가 매개된 상황 속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로 인한 반응이나 결과들은 서로 다르다.
은희경 소설의 주인공들은 거의 한결같이 30대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중 화자를 남성으로 하고 있거나 30대가 아닌 화자인 경우에 있어서도 이 상황은 그대로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 시기의 여성들이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길어야 10년 미만의 인물들 아니면, 결혼으로부터 지체된 이른바 노처녀들이라는 점을 나타내며, 작가는 이 현상을 통하여 예의 ‘하고 싶은 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예컨대 그것이 이른바 소설의 주제일 수 있다.
은희경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소재는 성과 사랑이다. “난 섹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그러는 거야. 섹스를 안하기 위해 겪는 실랑이처럼 의미없이 나를 지치게 하는 것은 없어”(『타인에게 말걸기』 265면)라고 당돌하게 말하는 「먼지 속의 나비」의 선희처럼 그녀의 인물들은 프리
TV 드라마로도 방영된 바 있는 『새의 선물』은 인물 하나하나가 아주 사실적이면서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의 유형들을 대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잘 읽힌다\'\'는 것과 무척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뒤에는 단순한 유머가 아닌 진한 페이소스를 숨기고 있다. 작품 속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진지한 농담\'\'을 능수능란한 솜씨로 구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그녀의 작품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이다.
그러나 그녀의 소설을 흔히 사랑소설 혹은 연애소설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은희경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상투성\'\', 그로 인해 초래되는 진정한 인간적 소통의 단절\"이라고 한다. 너무 상투적인 소재나 주제를 다루고 있지 않는가라는 비판의 목소리에도 \"새로움? 별로 걱정 안한다. 이 세상은 고정관념으로 너무 단단히 싸여 있어서 그것을 벗겨가는 일만으로도 새로움을 획득할 수 있다.\"고 자연스럽게 말한다.
그녀를 따라 다니는 또 하나의 평은 \'\'냉소적\'\'이라는 것이다. 이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사랑이나 인간에 대해 환상을 깨고 싶어한다. 그녀에 의하면
\'\'사랑의 가장 커다란 병균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다. 그녀는 사랑에 관한 이 치명적인 환상을 없애기 위해 사랑을 상대로 위악적인 실험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때 고등학교 국어교사였던 그의 소설에는 비문(非文)이 거의 없다. 그녀는 문장교본이 될만한 단편소설들을 집중적으로 써볼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녀에게 소설은 \'\'새로운 인생 찾기에서 내건 승부수\'\'이다. 처음 한 달만에 다섯 편을 써내려 가면서 비로소 \'\'이게 내가 가야 했던 길이다\'\'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은희경의 문학세계
소설이란, 기존의 제도와 언어를 거부하는 자의 격렬한, 하지만 힘에 부치는 몸짓이다. 굳건하고, 심지어 전지전능하며, 많은 경우에는 일탈하는 자를 응징하는 알리바이체계를 갖춘 기성의 제도와 맞서고자 하는 몸짓이 소설이기에, 또 주어진 이정표를 거부하고 혹여 천길 낭떠러지일지도 모르는 길을 찾아나서는 정신적 방랑자의 언어가 소설이기에, 소설의 운명은 불행하며 비극적이다. 이미 숙명적인 질서가 지배하는 시공간에서 개성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곧 원죄를 짊어진다는 것과 동질적이며, 따라서 이미 정해져 있는 질서를 거부하고 거스르는 자의 운명은 비극적일 수밖에 없을 터이다. 현대의 일상성이란 그 질서를 벗어나려는 노력까지도 재질서화하며, 또 낯선 모험을 친숙한 경험으로 반드시 환원해내는 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은희경은 소설가의 운명을 비극적, 혹은 불행하다고 설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소설가의 운명을 매혹적이며 즐거운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즉, 은희경은 기존의 것을 거부하는 몸짓에 대해 그만큼 자기확신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확신에 차 있을 때, 한 작가는 자주 사물이나 대상에 대한 회의주의적 시선을 유보하거나 기존의 것을 두려워하는 대신에 자신의 자율적인 의지에 전적인 신뢰를 보낸다. 이은희경은, 현재의 은희경은, 수많은 사람들이 짐작하는 대로 인간은 살아가지 않는다고 믿으며, 또한 기존의 틀로 인간의 삶을 파악하는 여러 문제틀들을 다만 고정관념이라고 설정하는 데 망설임이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은희경의 삶에 대한 비평은 명백한 형태로 드러나고, 또 지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그것은 은희경이 의식적으로 서정성을 배격한 데서 비롯한다. 은희경이 주된 서술전법으로 채택하고 있는 애소적 관찰자의 시선 자체가 이러한 지적거리를 발생시키고, 소설 속에 나타난 삶의 양상들은 이 관찰자적 시선에 붙잡힌 풍자의 대상으로 제공된다. 이같은 특성이 그의 소설들에서 ‘빈말’을 줄이는 비평적 생기를 부여하고 있지만, 그러나 이같은 전술이 가지는 한계는 그것대로 남는다. 즉 냉소를 통한 삶의 비평은 냉소적 시각이 가진 의식의 한계를 벗어나는 법이 없고, 그 냉소의 시각이 확고하면 할수록 작품이 삶에 대해 가지는 관련성의 폭과 깊이는 줄어드는 역설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관찰자적 시선이 삶의 풍성한 내용을 불러일으키는 경우에는 해학으로 꽃피지만, 냉소적인 의식의 지배가 두드러지는 순간 해학은 어느새 쓴웃음이나 실소로 떨어진다.
그러나 그의 소설들은 재미있다. 은희경 소설의 첫인상은 문체의 역동감과 단단함, 사물에 대한 진지한 관찰력, 그것을 만들어가는 심리 파악과 그 이동의 놀라운 속도성이다. 그 다음 인상은, 그것들이 대부분 여성을 대상으로, 그것도 30대 여성들을 겨누고 있다는 점이며, 그 다음으로는 그 어느 여성이든 연애나 결혼, 혹은 정사와 깊이 관계된, 말하자면 섹스가 매개된 상황 속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로 인한 반응이나 결과들은 서로 다르다.
은희경 소설의 주인공들은 거의 한결같이 30대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중 화자를 남성으로 하고 있거나 30대가 아닌 화자인 경우에 있어서도 이 상황은 그대로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 시기의 여성들이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길어야 10년 미만의 인물들 아니면, 결혼으로부터 지체된 이른바 노처녀들이라는 점을 나타내며, 작가는 이 현상을 통하여 예의 ‘하고 싶은 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예컨대 그것이 이른바 소설의 주제일 수 있다.
은희경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소재는 성과 사랑이다. “난 섹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그러는 거야. 섹스를 안하기 위해 겪는 실랑이처럼 의미없이 나를 지치게 하는 것은 없어”(『타인에게 말걸기』 265면)라고 당돌하게 말하는 「먼지 속의 나비」의 선희처럼 그녀의 인물들은 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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