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와 고향 -1930~40년 백석 시에 나타난 고향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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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식민지와 고향 -1930~40년 백석 시에 나타난 고향 의식-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개 더리고 호이호이 회파람을 불며
시름 놓고 가고 싶은 길이다
괴나리봇짐 벗고 땃불 놓고 앉어
담배 한 대 피우고 싶은 길이다
승냥이 줄레줄레 달고 가며
덕신덕신 이야기하고 싶은 길이다
더꺼머리총각은 정든 님 업고 오고 싶은 길이다
「昌原道-南行詩抄 1」 이동순,『白石詩全集』, 창작과비평사,1987, p.59.
화자는 창원의 어느 길 위에 서 있다. 시인이 태어나고 자란 평북 지방의 겨울과는 그 풍토가 다른 남쪽 지방의 겨울이다. 그 겨울 길에서 시인은 매서운 추위보다는 온화함과 정겨움을 느낀다. 특히 ‘솔포기’에 숨었다가 ‘토끼나 꿩’을 놀라게 하고 싶다는 장난스런 모습이나, 승냥이와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가고 싶다는 모습은, 고향 재현 시편 속 어린화자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닮아 있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타향으로의 여행이지만 결국 그곳에서 고향과 유사한 세계를 발견한다. 이는 객지와 고향의 동일화를 통해 상실한 고향을 발견하고자 하는 소망의 결과이다. 이러한 소망은 기행지의 풍물과 풍속, 음식 등을 시적 대상으로 하여 민족적 정체성의 모색으로 연결된다.
거리에는 모밀내가 났다
(중략)
또 털도 안 뽑은 고기를 시꺼먼 맨모밀국수에 얹어서 한입에 꿀꺽 삼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가슴에 뜨끈한 것을 느끼며
所獸林王을 생각한다 廣開土大王을 생각한다
「北新-西行詩抄 2」 이동순, 위의 책, p.93.
이 시는 전형적인 기행시편답게 음식을 통해서 그 지역의 특징을 드러낸다. 거친 식습관을 통해 잃어버린 옛고구려인의 모습을 환기한다. 그리고 이런 고구려는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상징한다. 이 시가 발표된 1939년은 민족적 정체성마저 위협받는 시기였다. 따라서 백석의 기행은 상실되어 가는 민족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이며, 기행지의 풍물과 풍속은 아직 남아있는 민족적 삶과 정신을 상징한다. 그런 점에서 기행시편에서 발견하는 풍속과 풍물은 유년기 고향의 풍속, 풍물과 동질의 것이며, 그것들은 곧 고향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故鄕」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타향에서 겪는 고향 상실의 쓸쓸함을 고향을 떠올림으로써 극복하고자 한다. ‘醫員은 또 다시 넌지시 웃고/말없이 팔을 잡어 맥을 보는데/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故鄕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이동순, 위의 책, p.75.
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는 기행의 과정에서 만난 낯선 ‘醫員’(결국 낯선 곳에서 만난 풍속 혹은 풍물)이 어떻게 고향과 동질의 의미를 지니는가를 드러낸다. 요약하면 고향이 아닌 곳에서 고향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백석의 기행 시편들은 지향점으로서 고향을 설정하고 있다. 그것은 근대적 자아가 상실한 근원적인 경험을 담고 있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과 동일하다. 그러나 고향으로의 회귀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순간 백석의 기행은 유랑 의식으로 심화된다.
4) 유랑 의식과 현실 인식
1940년부터 45년까지 우리 민족이 직면한 사회 문화적 상황은 암울했다. 막바지에 이른 식민 통치로 인해 문단에도 암흑기가 찾아온다. 백석 역시 1941년『문장』과『 인문평론』이 폐간되면서 더 이상의 작품발표를 하지 않는다. 이즈음 현실적 상황의 악화와 만주 체험은 시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온다. 가난과 비애 그리고 식민지 삶의 불행이 백석 시의 행간에 언뜻언뜻 내비치기 시작 박혜숙, 위의 책, p.45.
하며, 작품의 배면에 존재하던 근대적 자아가 점차 작품의 전면에 등장하여 심리적 혼란과 현실 인식을 드러낸다. 결국 백석은 기행을 통해 유년기 고향을 벗어나 현실의 삶을 응시하게 된다.
기행이 유랑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정다운 것들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상황에서 비롯된다.「修羅」는 고향으로부터 이탈한 자아상을 거미 가족의 이산이라는 우의를 통해 드러낸다. 羅明淳,「白石 詩 硏究」, 고려대학교 박사논문, 2004, p.88.
고향의 연장 공간으로서의 현실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대한 깨달음이 시작되는 것이다.
백석의 깨달음은 식민지라는 굴욕적 삶의 조건과 비속한 근대적 삶의 환경 발견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를 드러내는 작품이「八院」과「女僧」이다. 이들 작품에서 대상과의 공감은 자기 자신이 그 대상과 같은 처지임을 깨닫는데서 발생한다. 또한「멧새소리」 김재용, 앞의 책, p.98.
에서는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다/문턱에 꽁꽁 얼어서/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며 자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자아상과 현실 인식의 기저에는 고향 상실과 이산이라는 삶의 조건이 개입되어 있다. 쓸쓸한 자아상의 근본원인은 ‘어느 사이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를 헤매이었다.’(「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부분) 위의 책, p.146.
와 같이 가족들과 떨어져 낯선 거리에 홀로 존재한다는 현실인식이다. 따라서 이들 시편들은 더 이상 고향에 정주(定住)하지도, 현실적 삶에 적응하지도 못하는 시인의 유랑의식으로 고착된다.
5) 내면 탐구를 통한 긍정적 현실 수용
백석의 비관주의는 시 속에서 ‘세상 같은 건 더러워서 버리는 것이다’(「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 위의 책, p.81.
혹은 ‘이 못된 놈의 세상을 크게 크게 욕할 것이다’(「가무래기의 낙(藥)」) 위의 책, p.97.
라는 자조적이고 주관적인 대응으로 드러나거나, ‘힌밥과 가재미와 나는/우리들이 같이 있으면/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咸州詩抄-膳友辭」) 위의 책, p.71.
나 깊은 산골로 숨으려는(「咸州詩抄-山谷」) 위의 책, p.73.
낭만적 태도로 나타난다.「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의 서정적 자아가 꿈꾸는 ‘산골’ 역시도 ‘더러운 세상’의 대안이 될 수 없는 추상의 공간일 뿐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에서 의식의 고향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羅明淳, 위의 글, p.94.
이는 현실의 고됨을 내면화하고 주관적인 정신으로 극복하려는 태도라 하겠다.
백석의 내면응시가 역사적 정체성의 모색과 만나는「北方에서」와 같은 작품은 암흑기 한국 현대시에서 자기 성찰의 중요한 시적 결실을 가져온다.
아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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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13.09.29
  • 저작시기2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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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번호#883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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