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글빙글 웃으며) 선생님이 그 회원으로 굉장하게 활동하신 것은 학생들이 모두들 압니다.
김만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아아뇨. 그건 무슨 잘못이겠죠. 나는 그런 회는 잘 모르는데요.
스스끼 (몹시 의외하는 표정을 하며) 그러세요? 아, 그 회가 해산할 때 선생님이 일장 연설까지 하셨다는데요?
김만필 그런 소문은 대체 어디서 들었소?
스스끼 요전 다까하시라는 학생이 T교수한테 놀러 갔더니 T선생님이 그러시더래요.
김만필 T선생님이 무어라구?
스스끼 (웃는 얼굴을 지으며) 김 선생은 그만침 수재시라구요.(모자를 들고 일어선다. 일어난 채 잠깐 머뭇거리더니 결심한 듯이 소리를 낮추어) 사실은 선생님께 청이 있어 왔는데요. (김말필의 얼굴을 잠깐 쳐다보고) 우리 반 안에 조금 생각 있는 동무 몇이 독일문학 연구의 그루우프를 맨들었는데, 선생님, 좀 참가해 주시지 못할까요?
김만필 바빠서 난 참가 못하겠소.
스스끼 선생님 틈 계신 대로라도…….
김만필 몹시 바쁘니까, 도저히 못 가겠소.
스스끼 정 그러시면 하는 수 없지요. 안녕히 계십시오.
스스끼는 몹시 실망한 낯으로 모자를 빙글빙글 돌리며 대문을 나갔다.
낭독자 스스끼가 찾아왔다 간 후 김만필의 우울은 한층 더 심했다. 교장도 T교수도 H과장까지도 영영 찾아가지 않았다. 지금 세력을 잡고 있는 교장과 T교수의 알파가 대가리를 휘젓고 있고 그에 대항해 물리학의 S교수와 독일어의 C강사가 대립해 있는 듯싶었다. 김만필은 교장과 T교수에 대한 반감 때문에 C강사 편으로 동정이 갔다. 그러나 C강사의 심술궂게 된 얼굴과 김 강사의 히포콘드리는 결합될 기회가 없이 지냈다.
8장 낭하
김만필과 T교수가 마주친다.
T교수 몹시 춥습니다.
김만필 대단히 추운데요. (T교수를 지나간다)
T교수 (돌아서서 김 강사를 멈추며) 저, 잠깐만. 저…… 이런 말씀은 허기가 좀 무엇하구먼두……. (싱글싱글 웃으면서 소리를 낮추어) 긴상, 가을 생각하세요? 저 H과장 집에서 만나던 밤……. (여전히 웃으며) 내가 과자 상자를 들고 간 것 보았지요. 세상이란 다 그런 겝니다. 우리 교장도 그런 것을 대단 생각하는 사람이니 연말도 되구 허니 과자나 한 상자 사가지구 찾아가 보시란 말이오.
김만필 (얼굴을 비뚤어뜨린 웃음으로) 흐…….
T교수 H과장도 한번 찾아 뵙고…….
김만필은 그대로 교실로 들어간다.
낭독자 김만필은 과자상자를 준비했다가 결국 창피하여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준다. 새학기가 되자 T교수는 교장에게 선문을 안한 것을 나무라며 H과장을 찾아뵈라고 한다.
9장 H과장의 집
김만필이 H과장의 집으로 들어간다. H과장은 의자에 앉아있다.
H과장 무얼 하러 왔나?
김만필 (머뭇거리다가) T 말이 과장께서 좀 만나자고 하신다기에…….
H과장 만나자고 해야만 만나겠다. 자네한테 긴할 때는 자꾸 찾아오고 자네한테 일없이 되니까 발이 뚝 끊는 그런 실례의 경우가 어디에 있나! 그러기에 조선 사람은 배은망덕을 한다고들 하는 게야.
김만필 잘못되었습니다. (앉지도 못하고 과장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H과장 (노한 소리를 한층 높여) 자네는 또 그런 경우가 어디 있나. 나는 자네만 믿었지, 남을 그렇게 감쪽같이 속여 남의 얼굴에 똥칠을 해 주는 그런 법이 어디 있나.
김만필 제가 과장님을 속이다니요?
H과장 속이다니요? 자네는 나한테 와서 취직 청을 할 때 무어라고 그랬어. 사상방면에는 절대로 관계 없다고 그랬지. 그래, 그렇게 남을 감쪽같이 속이는 데가 어디 있나.
김만필 무슨 말씀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상이니 무어니 그런 것은 아무것도 모르고, 더군다나 과장님을 속이다니요. 그 천만의 말씀입니다.
H과장 (버럭 소리를 지르며 찻종을 덜그럭 하고 놓인 의자를 뒤로 떼밀며 몸을 벌떡 젖혔다) 무엇! 그래도 자네는 나를 속이려나?
그 때 이웃방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며 언제나 일반으로 봄물결이 늠실늠실하듯, 온 얼굴이 벙글벙글 미소를 띤 T교수가 응접실로 들어온다.
함께 생각해봐요
김 강사와 T교수가 대립을 이루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마지막의 T교수가 웃으며 나오는 것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제 생각은요
김 강사는 양심이 있지만 현실에 굴복하는 나약한 지식인이고, T교구는 양심에 개의치 않고 현실과 타협하는 지식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 강사와 T교수는 한국인과 일본인이라는 본질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대립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H과장이 김만필의 사상 운동을 한 전력을 알려준 사람이 T교수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김만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아아뇨. 그건 무슨 잘못이겠죠. 나는 그런 회는 잘 모르는데요.
스스끼 (몹시 의외하는 표정을 하며) 그러세요? 아, 그 회가 해산할 때 선생님이 일장 연설까지 하셨다는데요?
김만필 그런 소문은 대체 어디서 들었소?
스스끼 요전 다까하시라는 학생이 T교수한테 놀러 갔더니 T선생님이 그러시더래요.
김만필 T선생님이 무어라구?
스스끼 (웃는 얼굴을 지으며) 김 선생은 그만침 수재시라구요.(모자를 들고 일어선다. 일어난 채 잠깐 머뭇거리더니 결심한 듯이 소리를 낮추어) 사실은 선생님께 청이 있어 왔는데요. (김말필의 얼굴을 잠깐 쳐다보고) 우리 반 안에 조금 생각 있는 동무 몇이 독일문학 연구의 그루우프를 맨들었는데, 선생님, 좀 참가해 주시지 못할까요?
김만필 바빠서 난 참가 못하겠소.
스스끼 선생님 틈 계신 대로라도…….
김만필 몹시 바쁘니까, 도저히 못 가겠소.
스스끼 정 그러시면 하는 수 없지요. 안녕히 계십시오.
스스끼는 몹시 실망한 낯으로 모자를 빙글빙글 돌리며 대문을 나갔다.
낭독자 스스끼가 찾아왔다 간 후 김만필의 우울은 한층 더 심했다. 교장도 T교수도 H과장까지도 영영 찾아가지 않았다. 지금 세력을 잡고 있는 교장과 T교수의 알파가 대가리를 휘젓고 있고 그에 대항해 물리학의 S교수와 독일어의 C강사가 대립해 있는 듯싶었다. 김만필은 교장과 T교수에 대한 반감 때문에 C강사 편으로 동정이 갔다. 그러나 C강사의 심술궂게 된 얼굴과 김 강사의 히포콘드리는 결합될 기회가 없이 지냈다.
8장 낭하
김만필과 T교수가 마주친다.
T교수 몹시 춥습니다.
김만필 대단히 추운데요. (T교수를 지나간다)
T교수 (돌아서서 김 강사를 멈추며) 저, 잠깐만. 저…… 이런 말씀은 허기가 좀 무엇하구먼두……. (싱글싱글 웃으면서 소리를 낮추어) 긴상, 가을 생각하세요? 저 H과장 집에서 만나던 밤……. (여전히 웃으며) 내가 과자 상자를 들고 간 것 보았지요. 세상이란 다 그런 겝니다. 우리 교장도 그런 것을 대단 생각하는 사람이니 연말도 되구 허니 과자나 한 상자 사가지구 찾아가 보시란 말이오.
김만필 (얼굴을 비뚤어뜨린 웃음으로) 흐…….
T교수 H과장도 한번 찾아 뵙고…….
김만필은 그대로 교실로 들어간다.
낭독자 김만필은 과자상자를 준비했다가 결국 창피하여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준다. 새학기가 되자 T교수는 교장에게 선문을 안한 것을 나무라며 H과장을 찾아뵈라고 한다.
9장 H과장의 집
김만필이 H과장의 집으로 들어간다. H과장은 의자에 앉아있다.
H과장 무얼 하러 왔나?
김만필 (머뭇거리다가) T 말이 과장께서 좀 만나자고 하신다기에…….
H과장 만나자고 해야만 만나겠다. 자네한테 긴할 때는 자꾸 찾아오고 자네한테 일없이 되니까 발이 뚝 끊는 그런 실례의 경우가 어디에 있나! 그러기에 조선 사람은 배은망덕을 한다고들 하는 게야.
김만필 잘못되었습니다. (앉지도 못하고 과장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H과장 (노한 소리를 한층 높여) 자네는 또 그런 경우가 어디 있나. 나는 자네만 믿었지, 남을 그렇게 감쪽같이 속여 남의 얼굴에 똥칠을 해 주는 그런 법이 어디 있나.
김만필 제가 과장님을 속이다니요?
H과장 속이다니요? 자네는 나한테 와서 취직 청을 할 때 무어라고 그랬어. 사상방면에는 절대로 관계 없다고 그랬지. 그래, 그렇게 남을 감쪽같이 속이는 데가 어디 있나.
김만필 무슨 말씀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상이니 무어니 그런 것은 아무것도 모르고, 더군다나 과장님을 속이다니요. 그 천만의 말씀입니다.
H과장 (버럭 소리를 지르며 찻종을 덜그럭 하고 놓인 의자를 뒤로 떼밀며 몸을 벌떡 젖혔다) 무엇! 그래도 자네는 나를 속이려나?
그 때 이웃방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며 언제나 일반으로 봄물결이 늠실늠실하듯, 온 얼굴이 벙글벙글 미소를 띤 T교수가 응접실로 들어온다.
함께 생각해봐요
김 강사와 T교수가 대립을 이루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마지막의 T교수가 웃으며 나오는 것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제 생각은요
김 강사는 양심이 있지만 현실에 굴복하는 나약한 지식인이고, T교구는 양심에 개의치 않고 현실과 타협하는 지식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 강사와 T교수는 한국인과 일본인이라는 본질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대립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H과장이 김만필의 사상 운동을 한 전력을 알려준 사람이 T교수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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