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읽어도 내 곁엔
태울 수 없어 타오르지 않는 책만 차곡차곡 쌓여가네
식어버린 죽은 말들로 가득 찬 감옥에 갇혀
나 잃어버린 불을 꿈꾸네
-타오르는 책, 부분-
말이 말인 이유, 책이 책인 이유는 무언가를 말해주거나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이 말일 수 있는 조건, 책이 책일 수 있는 조건은 이전보다 새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일한 언어, 언제나 처녀처럼 처음인 언어는 없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원본은 유실되어버렸고 세상의 모든 책은 그 원본에 대한 주석이나 번역일 뿐이다. 모든 시가 도돌이표에 의한 반복구나 후렴구에 불과할 때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덧붙여 쓰거나 풀어쓰는 일 뿐이다.
일찍이 첫 번째 시집 '깊은 곳에 우물을 드리우라'에서부터 남진우는 이미 이런 시와 시인의 운명을 알았다. "말씀은 타오르는 불로 시작되고/말씀은 식어가는 재로 끝나는 법/말씀은 어디든지 있으나 말씀은 어디에도 없다"(불과 재)라고 괴로워했던 시인이 바로 남진우이다. 그의 절망과 애증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깊어진다. 그래서 이제는 언어의 길에서 쉬려고도 한다. 그러나 "누가 나에게/머무는 법을 가르쳐주었지만/나는 다 잊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쓰지 않을 수는 없다. 그것이 바로 시인에게 내린 언어의 축복이자 저주이다. 아직 "마지막 문장"은 완성되지 않았고, 죽음만이 그 문장에 마침표를 찍게 하기 때문이다. 아니 죽음으로는 쉼표만 찍을 수 있을 뿐이다. 죽은 시인의 다음에 오는 시인이 그 문장을 이어간다. 이런 맥락에서 문학에서 중요한 것은 '재생'이 아니라 '신생'이다. 언어의 죽음을 목격하는 푸주한이 된 시인은 푸줏간에 걸린 '말고기들'이나 "죽은 자들의 혀"가 일렬로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한다. 그러나 결국 시인은 그 속에서도 "피에 물든 아름다운 말들"을 끌어낼 수 있게 된다. 이전에 씌어진 시들이 죽어서도 말을 하는 불사조의 언어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진우는 타락한 언어를 불에 태우는 번제를 지낸다. 불은 단좌와 정화를 동시에 나타내는 두겹의 상징물이다. "내 몸 한가운데/조그만 새장 속에 갇힌 새를/조용히 어루만지는/누군가의 손"을 느끼기에 그 따뜻함을 포기할 수 없다. 이때 '타오르는 책'은 '언어의, 언어에 의한, 언어를 위한'시집이자 '시의, 시에 의한, 시를 위한'제의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읽어도 내 곁엔
태울 수 없어 타오르지 않는 책만 차곡차곡 쌓여가네
식어버린 죽은 말들로 가득 찬 감옥에 갇혀
나 잃어버린 불을 꿈꾸네
-타오르는 책, 부분-
말이 말인 이유, 책이 책인 이유는 무언가를 말해주거나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이 말일 수 있는 조건, 책이 책일 수 있는 조건은 이전보다 새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일한 언어, 언제나 처녀처럼 처음인 언어는 없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원본은 유실되어버렸고 세상의 모든 책은 그 원본에 대한 주석이나 번역일 뿐이다. 모든 시가 도돌이표에 의한 반복구나 후렴구에 불과할 때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덧붙여 쓰거나 풀어쓰는 일 뿐이다.
일찍이 첫 번째 시집 '깊은 곳에 우물을 드리우라'에서부터 남진우는 이미 이런 시와 시인의 운명을 알았다. "말씀은 타오르는 불로 시작되고/말씀은 식어가는 재로 끝나는 법/말씀은 어디든지 있으나 말씀은 어디에도 없다"(불과 재)라고 괴로워했던 시인이 바로 남진우이다. 그의 절망과 애증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깊어진다. 그래서 이제는 언어의 길에서 쉬려고도 한다. 그러나 "누가 나에게/머무는 법을 가르쳐주었지만/나는 다 잊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쓰지 않을 수는 없다. 그것이 바로 시인에게 내린 언어의 축복이자 저주이다. 아직 "마지막 문장"은 완성되지 않았고, 죽음만이 그 문장에 마침표를 찍게 하기 때문이다. 아니 죽음으로는 쉼표만 찍을 수 있을 뿐이다. 죽은 시인의 다음에 오는 시인이 그 문장을 이어간다. 이런 맥락에서 문학에서 중요한 것은 '재생'이 아니라 '신생'이다. 언어의 죽음을 목격하는 푸주한이 된 시인은 푸줏간에 걸린 '말고기들'이나 "죽은 자들의 혀"가 일렬로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한다. 그러나 결국 시인은 그 속에서도 "피에 물든 아름다운 말들"을 끌어낼 수 있게 된다. 이전에 씌어진 시들이 죽어서도 말을 하는 불사조의 언어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진우는 타락한 언어를 불에 태우는 번제를 지낸다. 불은 단좌와 정화를 동시에 나타내는 두겹의 상징물이다. "내 몸 한가운데/조그만 새장 속에 갇힌 새를/조용히 어루만지는/누군가의 손"을 느끼기에 그 따뜻함을 포기할 수 없다. 이때 '타오르는 책'은 '언어의, 언어에 의한, 언어를 위한'시집이자 '시의, 시에 의한, 시를 위한'제의 자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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