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겔에 따르면 윤리의 카테고리를 국가와 결합시켜 국가가 진정한 삶이 된 인간의 주관적 의지는 법에 스스로를 종속시킴으로써 자유와 필연의 대립이 사라진다. 그러나 김윤식은 헤겔이 예술과 미학에 대해 모순되고 상반된 이중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음을 간과하지 않는다. 헤겔에게서 예술은 정의 자체도 지극히 모순된 두 방향에서 이루어진다. 그 하나는 예술은‘이념의 감각적 현현’이라는 것이다. 이 두 상반된 예술이‘곤궁의 의식’이라는 것이다. 이 두 상반된 예술 개념에서 억지로 결합시킨 헤겔 체계의 땜질 자국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김윤식은 비판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헤겔에 기대면, 삶이 쇄말적으로 되고 잡다해지며 비속해지고 추상화되어 시적 고양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헤겔의 견해에 따른다면…부르주아 사회의 산문성은 개인과 사회와의 이 직접적인 관계를 불가피적으로 버리게 된다. 개인이 전체와 분리되어 ‘본질적 전체’의 행동의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자기 개인이 전체와 행위에만 책임을 지는 부르주아 사회를 지배하는 이 법칙이 전면적으로 관철되는 것을 헤겔은 인류발전의 역사적 필연성이라 보았거니와 이를 무조건‘진보’라 인정한 점이 헤겔적인 특징이다. …이러한 퇴화는 시가 번영하기 위한 객관적 기초가 무너지며 평범한 산문과 그것의 부패에 의해 시가 쫓겨나음을 뜻한다. 인간은 묵묵히 이 퇴화에 따라야 하는가, 대하여 헤겔은 원칙적으로 부르주아적 발전과 함께 시인하나, 어느 정도까지는 이 모순을 경감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소설이며, 따라서 소설은 서사시가 고대사회를 위해 한 것과 같은 몫을 부르주아 사회에서 하는 것이다. 김윤식, 『김윤식 선집 3 비평사』, 솔, 1996, p. 43
이러한 맥락에서 김윤식은 최명희의 소설 ‘혼불’을 ‘시’라고 서슴없이 말하며 시 문학이 지닌 한계를 그림이나 음악 또는 연극에 비해 그 물질성이 빈약하다는 표현으로 짚어내고 있다. 그가 문학을 보는 시각은 ‘헤겔주의자’라는 명칭답게 다분히 헤겔적이다. 김윤식은 헤겔을 통해 소설이야말로 인류사와 함께 가는 미래라고 소설과 인류의 운명을 대응관계로 밀착시켜 사고한다. 헤겔에 의한 그의 논법에 따르면, 시민 계급이 창출한 최대의 예술 양식인 소설이 나름대로의 예술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사의 노력이 필요한데 이것이야말로 소설이 종교로 향하기, 그리하여 철학으로 나아가기라고 한다.
Ⅲ. 결론
이상 다섯 가지 중심 개념을 통해 김윤식의 문학 세계를 살펴보았다. 현해탄 콤플렉스를 통해서 일제시대를 경험한 김윤식의 자가당착적 작가 의식을 알 수 있었고, 황홀경 사상을 통해 그의 유토피아 예술관을 발견했으며, 작기에 대한 역사전기주의적 비평 태도를 ‘내면풍경’이란 개념을 통해 집어 볼 수 있었다. 또한 일제 시대 우리 작가의 글쓰기와 사상 전향의 경향 어떠했는지, 그리고 헤겔이 김윤식의 소설 연구에 미친 영향들을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살펴보았다.
김윤식은 이미 알려지다시피 강단 뿐 아니라 문학 세계 전반에 걸쳐서 큰 역량을 보여준 문인이다. 실제 100권 이상을 저술한 그의 업적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인문학은 양적인 풍요보다 ‘정신의 깊이’를 본령으로 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살펴볼 때 김윤식 교수의 방대한 업적은 어쩌면 ‘속도’와 ‘양’에 의해 경쟁되어지는 현대의‘물량 중심주의’를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학문에 대한 성실성과도 연관해 볼 수 있겠다. 그는 대부분의 계간지와 발표 작품들을 읽고 끊임없이 글을 발표하는 부지런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이것은 학자로서 충분히 박수 받을만한 성실함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간간히 줄거리를 잘못 파악하고, 주인공의 이름조차 틀리게 사용하는 모습은 그의 업적과 대비되어 실망스럽게 나타난다. 급기야 김윤식 교수를 표절 시비에까지 휩싸이게 만들었던 것도 이러한 모습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생각해 본다. 몇 년 전 ‘이명원’이라는 한 대학원생의 논문에 의해 일본의 지성 ‘가라타니 고진’의 저서인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에 대한 표절 의혹이 불거져, 문학계가 크게 술렁인 바 있다. 물론 김윤식 교수 스스로가 자신의 실수임을 시인하기는 했지만, 그동안의 그의 학문적 영향력으로 보았을 때 상당한 과실이 아닐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윤식 비평의 가장 큰 줄기는 ‘현해탄 콤플렉스’라고 볼 수 있다. 그는 한국 근대문학이 ‘이식문학’이라고 주장했던 ‘임화’를 ‘현해탄 콤플렉스’라는 명제를 내세워 비판하고자 하였다. ‘가라타니 고진’의 표절 의혹은 김윤식 스스로가 쳐 놓은‘현해탄 콤플렉스’라는 그물에 자신도 걸려들고 만 사건이었다. 김윤식의 ‘현해탄 콤플렉스’는 자신이 속했던 세계의 특수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 군국주의가 가장 고조된 시기에 유년기를 보낸 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가 자가당착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바로 ‘현해탄’에 있는 것이다. ‘이명원 사태’라고도 불려지는 이 표절 의혹 사건에 대해 여러 논쟁들이 있었지만, 학문은‘진리 추구의 과정’이므로 이명원의 행보에 ‘진리 탐구’의 동역자로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설프게 김윤식 연구하면서 진정한 학자는 학문의 깊이와 넓이를 둘 다 아우르는 자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더 정확하고 명쾌하게 본고를 풀어내지 못한 무지함과 게으름에 대한 용서를 구함으로 본고를 맺을까 한다.
참고문헌
김윤식, 『김윤식 선집 3 비평사』, 솔, 1996
김윤식, 『김윤식 선집 5 시인작가론』, 솔, 1996
김윤식, 『임화연구』, 문학사상사, 1989
김윤식, 『한국 근대 소설사 연구』, 을유문화사, 1986
김윤식, 한국 근대문학 사상사. 한길사, 1984
김윤식, 「조연현론」, 서울대학교, 산청어문 23, 1994
김윤식, 『우리 소설과의 대화』, 문학동네, 2001
김동환, 1930년대 한국 전향소설 연구,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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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맥락에서 김윤식은 최명희의 소설 ‘혼불’을 ‘시’라고 서슴없이 말하며 시 문학이 지닌 한계를 그림이나 음악 또는 연극에 비해 그 물질성이 빈약하다는 표현으로 짚어내고 있다. 그가 문학을 보는 시각은 ‘헤겔주의자’라는 명칭답게 다분히 헤겔적이다. 김윤식은 헤겔을 통해 소설이야말로 인류사와 함께 가는 미래라고 소설과 인류의 운명을 대응관계로 밀착시켜 사고한다. 헤겔에 의한 그의 논법에 따르면, 시민 계급이 창출한 최대의 예술 양식인 소설이 나름대로의 예술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사의 노력이 필요한데 이것이야말로 소설이 종교로 향하기, 그리하여 철학으로 나아가기라고 한다.
Ⅲ. 결론
이상 다섯 가지 중심 개념을 통해 김윤식의 문학 세계를 살펴보았다. 현해탄 콤플렉스를 통해서 일제시대를 경험한 김윤식의 자가당착적 작가 의식을 알 수 있었고, 황홀경 사상을 통해 그의 유토피아 예술관을 발견했으며, 작기에 대한 역사전기주의적 비평 태도를 ‘내면풍경’이란 개념을 통해 집어 볼 수 있었다. 또한 일제 시대 우리 작가의 글쓰기와 사상 전향의 경향 어떠했는지, 그리고 헤겔이 김윤식의 소설 연구에 미친 영향들을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살펴보았다.
김윤식은 이미 알려지다시피 강단 뿐 아니라 문학 세계 전반에 걸쳐서 큰 역량을 보여준 문인이다. 실제 100권 이상을 저술한 그의 업적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인문학은 양적인 풍요보다 ‘정신의 깊이’를 본령으로 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살펴볼 때 김윤식 교수의 방대한 업적은 어쩌면 ‘속도’와 ‘양’에 의해 경쟁되어지는 현대의‘물량 중심주의’를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학문에 대한 성실성과도 연관해 볼 수 있겠다. 그는 대부분의 계간지와 발표 작품들을 읽고 끊임없이 글을 발표하는 부지런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이것은 학자로서 충분히 박수 받을만한 성실함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간간히 줄거리를 잘못 파악하고, 주인공의 이름조차 틀리게 사용하는 모습은 그의 업적과 대비되어 실망스럽게 나타난다. 급기야 김윤식 교수를 표절 시비에까지 휩싸이게 만들었던 것도 이러한 모습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생각해 본다. 몇 년 전 ‘이명원’이라는 한 대학원생의 논문에 의해 일본의 지성 ‘가라타니 고진’의 저서인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에 대한 표절 의혹이 불거져, 문학계가 크게 술렁인 바 있다. 물론 김윤식 교수 스스로가 자신의 실수임을 시인하기는 했지만, 그동안의 그의 학문적 영향력으로 보았을 때 상당한 과실이 아닐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윤식 비평의 가장 큰 줄기는 ‘현해탄 콤플렉스’라고 볼 수 있다. 그는 한국 근대문학이 ‘이식문학’이라고 주장했던 ‘임화’를 ‘현해탄 콤플렉스’라는 명제를 내세워 비판하고자 하였다. ‘가라타니 고진’의 표절 의혹은 김윤식 스스로가 쳐 놓은‘현해탄 콤플렉스’라는 그물에 자신도 걸려들고 만 사건이었다. 김윤식의 ‘현해탄 콤플렉스’는 자신이 속했던 세계의 특수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 군국주의가 가장 고조된 시기에 유년기를 보낸 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가 자가당착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바로 ‘현해탄’에 있는 것이다. ‘이명원 사태’라고도 불려지는 이 표절 의혹 사건에 대해 여러 논쟁들이 있었지만, 학문은‘진리 추구의 과정’이므로 이명원의 행보에 ‘진리 탐구’의 동역자로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설프게 김윤식 연구하면서 진정한 학자는 학문의 깊이와 넓이를 둘 다 아우르는 자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더 정확하고 명쾌하게 본고를 풀어내지 못한 무지함과 게으름에 대한 용서를 구함으로 본고를 맺을까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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