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정치/정당 혐오증과 국민정당의 위기
유럽 4개국 좌파정당들의 변천: 계급정당에서 경제적 국민정당으로
'제3의 길'의 이념과 정책
유럽 4개국 좌파정당들의 변천: 계급정당에서 경제적 국민정당으로
'제3의 길'의 이념과 정책
본문내용
사용되지 않았다. 추상적 규범으로 제시된 ‘민주적 사회주의’가 정책적 실천으로 이어지면서 일정한 모순을 일으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블레어-쉬뢰더 성명은 베를린 강령과 현실 정부정책간의 괴리를 후자에 맞추는 방향으로 해소한 것으로서 ‘현대적 경제정당’화로의 노선변화를 완성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른바 ‘현대적 사민주의자들’은 ‘제3의 길’로 포장된 ‘신중도’를 “21세기를 위한 현대적 통치”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그 실질적 내용은 경제적 지구화를 옹호하고, 재정안정과 조세부담경감이라는 ‘워싱턴 합의(Washington Consensus)’를 자발적으로 수용하는 반면,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라인 자본주의(rheinischer Kapitalismus)’와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으로부터 사민당을 단절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독일 사민당과 적녹연정의 ‘제3의 길’은 명백히 고전적 분배정책과의 결별을 의미한다. 곧 분배의 결과가 아니라, 부 자체의 증가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도 증가한다는 이른바 ‘엘리베이트 효과’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 전략은 성장과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경제력과 시장의 역할에 의지하고 그 강화와 확장을 위해 또 다른 형태의 물신화된 “권력환상(Machtillusion)”으로 현상한다.
한편 조스팽 사회당 정권에 의한 복지국가의 개혁은 상당부분 1984년 이래 사회당이 추진해 온 복지국가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회당내 다수 중도계열을 형성하고 있는 미테랑 계열의 조스팽은 사회당의 좌우 편향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중간적인 길을 걸었던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사회당 자체가 이미 상당부분 우경화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중도의 길 역시 우경화된 중도임에는 틀림없다.
프랑스 사회당이 표방하는 ‘쇄신좌파’는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당내 우파들이 주장해온 공화주의 강조를 좇아간 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당의 정체성은 사회주의적 조치를 통해 유지되기보다는 ‘공화주의적 연대’를 통해 재형성되고 있었고, 조스팽 정부의 정책에서도 그 점은 지속되고 있었다.
따라서 영국과 독일의 ‘제3의 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전통적 사회주의의 맥락을 덜 벗어났다는 평가도 가능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공화주의’라는 프랑스식 개혁 사회주의의 가치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지개 연정의 구체적인 정책도 공산당의 연정참여라는 요소를 차치하면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의 수렴이라는 보다 넓은 범주의 일반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곧 부유층에 대한 세금 증가를 비롯한 소득 불평등 감소 정책이 전통적 좌파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음이 인정되지만, 기업의 사회적 부담금을 낮추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연장선상에 놓인 조치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탈리아 좌파민주당이 주장하는 ‘유럽사회주의’는 1차 당명개정 당시 민주집중제를 공식적으로 포기하고(실질적으로는 이미 베를링게르 사후 1984년에 포기했다), 자본주의 극복을 언급하지 않게 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제는 사회전략적으로도 산업노동자가 사회구조상 중심이 아니라는 입장으로 전환하였으며, 공정하고 효율적인 공공행정과 깨끗한 환경으로 대표되는 ‘better services’라는 특별 이슈로 ‘시민’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유럽 사민주의 진영에 가장 늦게 합류하여 아직 ‘친근로자’적 국민정당의 영역에 머물러 있기는 하지만, 이탈리아 좌파민주당도 이제는 수권정당의 이미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좌파민주당이 진단하는 이탈리아의 위기는 ‘도덕적, 사회적, 제도적 위기’로서 ‘지배계급의 혁신과 민주체제의 재구축’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좌파민주당이 원하는 수권정당의 이미지는 이러한 위기를 ‘좌파의 막강한 힘과 현 정부에 대한 신뢰할 만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개혁정당’이다.
그렇지만 이탈리아 중도-좌파 정부의 정책적 내용은 유럽통화동맹 가입을 위한 긴축재정을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색채를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하원에서의 절대다수 의석 확보 실패로 인해 재건공산당의 지지를 받아야 했던 집권연립(월계수동맹 l’Ulivo)은 재건공산당이 제시한 주35시간제 도입, 남부빈곤문제 해결, 적극적 실업해소정책을 유럽통화동맹 가입 후에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2년후 유럽통화동맹 가입에 성공한 후에도 재건공산당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에 따라 1차 월계수동맹 내각은 붕괴되었다. 뿐만 아니라 연정 지지를 두고 재건공산당이 분열함으로써 새로운 연정 수립에 성공한 2, 3차 월계수동맹 내각도 적극적 사회경제 정책의 실시에는 소극적이었다.
이와 같이 ‘제3의 길’은 여러 측면에서 나라와 시기별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한편, 영국과 독일, 프랑스와 이탈리아라는 두 국가집단별로 상이하게 현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역사적 동시성의 측면에서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이념의 수준이나 획기적 정책의 고안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기존의 좌파적 정체성을 상실해 간 길이라는 일반성을 띠었다. 현대 사민주의의 전통적 케인즈주의 정책 외에는 세계화 시기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대안 마련에 실패함으로써 신자유주의 정책을 답습해 간 결과이다. 따라서 ‘제3의 길’은 사민주의라는 ‘현대적 국민정당’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정치이며, 현대 정당정치 지형에서 좌우 개념은 ‘친근로자적’ 국민정당과 부르주아적 국민정당의 경쟁지형으로 현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제3의 길’로 포장된 유럽 사민주의의 최근 노선도 신자유주의 시기에 합리화의 수혜자들과 사회적 신흥계층들과 같은 새로운 “지구화 계급(globale Klasse)”을 위한 것으로서, ‘아래로부터 위로의 재분배’를 통해 사각지대나 사회저변층들을 더욱 벼랑으로 몰고 가는 신자유주의 기획과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최근 사민주의적 좌파정당들의 약화는 부르주아적 국민정당화해간 정체성 변화와 신자유주의적 기획에 따른 정책적 변화가 진보적 유권자들의 정지혐오증과 정당혐오증을 더욱 부추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럽 좌파 정치의 대안은 새로운 좌파의 등장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독일 사민당과 적녹연정의 ‘제3의 길’은 명백히 고전적 분배정책과의 결별을 의미한다. 곧 분배의 결과가 아니라, 부 자체의 증가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도 증가한다는 이른바 ‘엘리베이트 효과’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 전략은 성장과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경제력과 시장의 역할에 의지하고 그 강화와 확장을 위해 또 다른 형태의 물신화된 “권력환상(Machtillusion)”으로 현상한다.
한편 조스팽 사회당 정권에 의한 복지국가의 개혁은 상당부분 1984년 이래 사회당이 추진해 온 복지국가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회당내 다수 중도계열을 형성하고 있는 미테랑 계열의 조스팽은 사회당의 좌우 편향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중간적인 길을 걸었던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사회당 자체가 이미 상당부분 우경화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중도의 길 역시 우경화된 중도임에는 틀림없다.
프랑스 사회당이 표방하는 ‘쇄신좌파’는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당내 우파들이 주장해온 공화주의 강조를 좇아간 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당의 정체성은 사회주의적 조치를 통해 유지되기보다는 ‘공화주의적 연대’를 통해 재형성되고 있었고, 조스팽 정부의 정책에서도 그 점은 지속되고 있었다.
따라서 영국과 독일의 ‘제3의 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전통적 사회주의의 맥락을 덜 벗어났다는 평가도 가능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공화주의’라는 프랑스식 개혁 사회주의의 가치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지개 연정의 구체적인 정책도 공산당의 연정참여라는 요소를 차치하면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의 수렴이라는 보다 넓은 범주의 일반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곧 부유층에 대한 세금 증가를 비롯한 소득 불평등 감소 정책이 전통적 좌파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음이 인정되지만, 기업의 사회적 부담금을 낮추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연장선상에 놓인 조치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탈리아 좌파민주당이 주장하는 ‘유럽사회주의’는 1차 당명개정 당시 민주집중제를 공식적으로 포기하고(실질적으로는 이미 베를링게르 사후 1984년에 포기했다), 자본주의 극복을 언급하지 않게 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제는 사회전략적으로도 산업노동자가 사회구조상 중심이 아니라는 입장으로 전환하였으며, 공정하고 효율적인 공공행정과 깨끗한 환경으로 대표되는 ‘better services’라는 특별 이슈로 ‘시민’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유럽 사민주의 진영에 가장 늦게 합류하여 아직 ‘친근로자’적 국민정당의 영역에 머물러 있기는 하지만, 이탈리아 좌파민주당도 이제는 수권정당의 이미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좌파민주당이 진단하는 이탈리아의 위기는 ‘도덕적, 사회적, 제도적 위기’로서 ‘지배계급의 혁신과 민주체제의 재구축’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좌파민주당이 원하는 수권정당의 이미지는 이러한 위기를 ‘좌파의 막강한 힘과 현 정부에 대한 신뢰할 만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개혁정당’이다.
그렇지만 이탈리아 중도-좌파 정부의 정책적 내용은 유럽통화동맹 가입을 위한 긴축재정을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색채를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하원에서의 절대다수 의석 확보 실패로 인해 재건공산당의 지지를 받아야 했던 집권연립(월계수동맹 l’Ulivo)은 재건공산당이 제시한 주35시간제 도입, 남부빈곤문제 해결, 적극적 실업해소정책을 유럽통화동맹 가입 후에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2년후 유럽통화동맹 가입에 성공한 후에도 재건공산당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에 따라 1차 월계수동맹 내각은 붕괴되었다. 뿐만 아니라 연정 지지를 두고 재건공산당이 분열함으로써 새로운 연정 수립에 성공한 2, 3차 월계수동맹 내각도 적극적 사회경제 정책의 실시에는 소극적이었다.
이와 같이 ‘제3의 길’은 여러 측면에서 나라와 시기별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한편, 영국과 독일, 프랑스와 이탈리아라는 두 국가집단별로 상이하게 현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역사적 동시성의 측면에서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이념의 수준이나 획기적 정책의 고안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기존의 좌파적 정체성을 상실해 간 길이라는 일반성을 띠었다. 현대 사민주의의 전통적 케인즈주의 정책 외에는 세계화 시기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대안 마련에 실패함으로써 신자유주의 정책을 답습해 간 결과이다. 따라서 ‘제3의 길’은 사민주의라는 ‘현대적 국민정당’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정치이며, 현대 정당정치 지형에서 좌우 개념은 ‘친근로자적’ 국민정당과 부르주아적 국민정당의 경쟁지형으로 현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제3의 길’로 포장된 유럽 사민주의의 최근 노선도 신자유주의 시기에 합리화의 수혜자들과 사회적 신흥계층들과 같은 새로운 “지구화 계급(globale Klasse)”을 위한 것으로서, ‘아래로부터 위로의 재분배’를 통해 사각지대나 사회저변층들을 더욱 벼랑으로 몰고 가는 신자유주의 기획과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최근 사민주의적 좌파정당들의 약화는 부르주아적 국민정당화해간 정체성 변화와 신자유주의적 기획에 따른 정책적 변화가 진보적 유권자들의 정지혐오증과 정당혐오증을 더욱 부추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럽 좌파 정치의 대안은 새로운 좌파의 등장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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